“로켓군 간부 절반 이상 전역 희망 신청서 냈다…분위기 흉흉”

강우찬
2024년 01월 09일 오후 1:14 업데이트: 2024년 01월 09일 오후 1:14
P

중화권 유명 평론가 야오청 “반부패에 불만 누적”

중국 공산당이 군 고위 장교를 대거 숙청하고 있는 가운데, 차세대 핵심 전력인 로켓군 장교들의 사기 저하가 극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군사력 정상화를 위해서는 물자와 자금의 누수를 막기 위한 반부패가 필요하지만, 이미 군 전반에 걸쳐 부정부패가 만연해 손대기 힘든 진퇴양난이라는 평가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해군사령부 중령(中校) 출신으로 미국에 체류하며 평론가로 활동하는 야오청(姚誠)은 로켓군 중간급 간부들이 전업(轉業)을 희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오청은 7일(현지 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에 있는 지인들과 로켓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로켓군 중령급 장교 절반 이상이 전업 희망 신고서를 제출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글을 올렸다.

중국 정부는 군 간부들이 원할 경우 전역 후 직업훈련 등을 거쳐 민간 분야에 재취업하도록 지원한다. 1970~80년대 대규모 군 병력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마련된 간부 정착 제도에 따른 조치다. 일자리를 잃은 군인들이 사회 불만세력으로 자리 잡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야오청은 “로켓군이 종합 점검과 조직 개편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발견됐다”며 전날 블룸버그통신이 입수해 보도한 내용이 사실이라는 점을 중국에 있는 여러 지인을 통해 교차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날 블룸버그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방위산업 내 부패가 전반적으로 만연해 해방군 전투 수행 능력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고 지난 6개월간 중국 국방부 고위관리 12명 이상이 비리혐의로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사일 연료통에 연료 대신 물을 채우거나 ▲전략 미사일 발사 사일로가 수년간 방치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발사대 뚜껑 규격이 맞지 않아 미사일이 발사되지 않는 것 등이 부정부패 정황으로 드러났다.

야오청은 “이러한 사실 외에 더 중요한 것은 군사기밀이 세어 나가고 있는 점”이라며 “이러한 내용을 미국 정보당국도 입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언론인 출신 평론가 차이셴쿤(蔡先坤) 역시 7일 소셜미디어에 “중국 공산당 군대의 부패 문제는 알려진 것 이상”이라며 “거의 모든 부서와 분야에서 부패의 소용돌이에 깊이 연루됐다”고 지적했다.

차이셴쿤은 “군대 간부들의 승진에는 (돈이 따르는데) 오랫동안 명확한 가격표가 있었다”며 “쥔얼다이(军二代·군 장성 2세) 출신이 아닌 이상 승진하려면 누구나 이러한 게임의 룰에 따를 수밖에 없다. 뇌물수수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부패로 인해 중국군, 특히 로켓군의 전쟁 수행 능력이 떨어졌으며, 이로 인해 중국 공산당이 향후 몇 년간 일정 규모 이상의 군사행동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미국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차이셴쿤은 “시진핑의 반부패가 일종의 억지력이 될 순 있지만 누가 교체되더라도 같은 실수를 할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중국군은 이익에 기반해 충성심을 유지하는데 이익 없이는 충성심도 없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군부는 작년 10월 리상푸 전 국방부 장관의 해임을 시작으로 칼바람에 휘말렸다.

12월 말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는 최고 군사기술자 3명과 장군 9명이 해임됐다. 이와 관련해 조사를 받은 군 고위층은 수십 명에 이를 것으로 추측됐다.

중국 군부를 오랫동안 관측해온 제임스 차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대학 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조사를 받은 고위 장군들이 더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군 숙청이 계속되리라고 전망했다.

야오청은 “문제의 근본은 인민해방군이 당(공산당)의 군대라는 데 있다. 당에 대한 복종과 이익이 기반이 아니라, 진정한 군인 정신에 입각한 군대로 만들려면 국가의 군대로 거듭나야 한다. 현 공산당 체제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