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해군, 초대형 무인잠수정 첫 시제품 인수…“해저 능력 강화 이정표”

프랭크 팡
2023년 12월 26일 오후 9:19 업데이트: 2023년 12월 26일 오후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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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이 승조원 없이 해저에서 장기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초대형 무인잠수정(UUV)을 인수했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미 해군에 따르면 항공기 제작회사이자 방위산업체인 보잉(Boeing)은 ‘오르카(Orca)’라고 불리는 초대형 무인잠수정(XLUUV·Extra Large Unmanned Undersea Vehicle)을 최근 처음으로 해군에 인도했다. 해군은 “오르카는 자율적으로 장시간 운항할 수 있기 때문에 까다로운 해저 환경에서도 지속해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며 “이 새로운 디젤 전기 잠수정은 해군의 해저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 ‘2023 중화인민공화국(중국) 군사·안보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해양 우위는 함정·잠수함 370여 척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을 자랑하는 중국인민해방군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의 해양 위협에 맞서기 위해 2021년 미국·영국·호주는 3국 안보 파트너십 AUKUS(오커스)를 결성했다. 이 속에서 미 해군이 오르카 확보 사실을 발표한 것이다. 

미 해군은 “오르카를 2019년 처음 주문했다”며 “이번에 넘겨받은 첫 오르카는 ‘테스트 자산 시스템(Test Asset System)’, XLE0으로 명명했으며 앞으로 5척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XLE는 특별 한정판이라는 의미다. “다양한 탑재체를 수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오르카는 센서, 통신시스템, 기타 임무별 구성 요소 등을 원활하게 통합했으므로 변화하는 해군 작전 요건에 적응할 수 있다”고 해군은 덧붙였다.

오르카는 길이 약 15.5m, 폭 2.6m 크기의 수중 드론 보잉 ‘에코 보이저(Echo Voyager)’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전체 길이가 약 26m로 늘어남으로써 최대 10.4m 길이의 모듈식 페이로드(payload)를 장착할 수 있다. 미 해군이 4척 보유하고 있는 유인 잠수함 버지니아급 핵추진 순양잠수함의 길이는 115m로 오르카의 약 다섯 배다. 

보잉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달 초 오르카 시제품 시험을 완료한 후 해군에 인도했다고 밝혔다. “해군과 협력해 수면 ·아래 기동을 포함한 여러 단계의 해상 테스트를 거쳐 오르카의 고유한 능력을 입증했다”고 덧붙였다.

앤 스티븐스(Ann Stevens) 보잉 해양·인텔리전스 시스템(Boeing Maritime and Intelligence Systems) 부사장은 성명에서 “오르카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이고 유능한 무인 해저 잠수정”이라며 “해군과 파트너십을 통해 이 획기적인 잠수정을 함대에 계속 공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가장 강력하고 은밀한 무기 될 것” 미 해군 제독

미 해군참모총장 마이클 길데이(Michael Gilday) 제독은 지난 3월 미국 CBS 방송에 “오르카는 비밀스럽지만 효과적인 방법으로 기뢰를 매설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군 무기고에 보관한 무기 중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UUV가 잠수정의 미래”라며 “앞으로 미 해군 잠수정 중 약 40%를 UUV로 대체할 것”이라고 했다. 

친강 전 중국 외교부장은 앞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봉쇄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길데이 장군은 “미 해군은 수십 개국의 해군과 협력해 공유지인 해양이 모든 국가에 자유롭고 개방된 상태로 유지되도록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공유지 사용 조건을 규정하고 싶어 하는 중국은 미군의 활동을 싫어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우리는 도발적인 의도로 활동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에 해양 항로가 계속 열려 있도록 보장하고 각국을 안심시키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 세계 경제 교류는 바다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중국 공산당이 대만을 침공하기로 결정하면 대만을 두고 미-중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1월 보고서에서 “워게임(전쟁 시뮬레이션) 결과, 미국·일본·대만은 중국인민해방군의 재래식 상륙작전을 물리칠 수 있지만 군함 수십 척, 항공기 수백 대, 병력 수천 명을 잃는 막대한 대가를 치를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워게임에서 미군의 군함은 중국인민해방군의 방어 구역에 진입해 적의 함대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었지만 수적으로 부족했다. 이는 잠수함의 중요성을 방증한다. 

CSIS는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에 우선순위로 UUV에 투자하라는 권고 사항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중국인민해방군과의 전투, 특히 협소한 대만 해역에서 일어난 전투에서 미군의 잠수함 손실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 버지니아급 잠수함의 가격은 30억 달러(약 4조 원)에 달하며 승조원 정원은 135명이므로 잠수함 한 척이 손실될 때마다 고통스러운 타격이 따른다. UUV은 잠수함만큼의 공격 능력은 구비하지 않았지만 기뢰 매설과 같은 쉬운 임무를 수행할 수는 있다.” 

정향매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작성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