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군, 파탄난 경제에 외교적 고립…사면초가 시진핑

왕요췬(王友群)
2023년 09월 16일 오후 6:48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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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지난달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했으나 주요 행사인 비즈니스 포럼과 만찬에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불참했다.

이 행사에 참석하는 시진핑은 신변안전에 철저히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대만 상보(上報)에 따르면 시진핑이 묵는 호텔 객실의 컵, 그릇, 침대, 매트리스, 카펫, 심지어 커튼까지 중국에서 운송해 갔다.

또한 시진핑은 남아공에서 귀국할 때 베이징이 아닌 신장(新疆)으로 가서 며칠간 머문 뒤에야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이달 들어서는 그가 취임한 이래 처음으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시진핑은 취임 후 11년 동안 반부패 운동을 하면서 최소한 두 가지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나는 중국 공산당이 이미 뼛속까지 부패해 구제 불능이라는 점, 다른 하나는 시진핑이 처리한 623명의 공산당 고위 관리들과 그 배후 세력들이 자신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리라는 점이다.

군부 측근들의 배신

시진핑이 직접 발탁·중용한 로켓군 고위 장성들이 조사를 받는다는 소식이 잇달아 전해졌다.

알려진 인물만 최소 10명으로 리위차오(李玉超) 전 로켓군 사령관(상장), 쉬중보(徐忠波) 전 로켓군 정치위원(상장), 류광빈(劉光斌) 전 로켓군 부사령관(중장), 장전중(張振中) 전 로켓군 부사령관(중장), 우궈화(吳國華) 전 로켓군 부사령관(중장), 웨이펑허(魏鳳和) 전 로켓군 정치위원(상장), 왕자성(王家勝) 전 로켓군 사령관(상장), 저우야닝(周亞寧) 전 전략지원부대 부사령관(상장), 상훙(尚宏) 현 전략지원부대 사령관(중장), 쥐간성(巨干生) 현 전략지원부대 사령원(상장)이다.

8월 31일, 국방부 대변인은 수개월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웨이펑허 전 국방장관의 행방을 묻는 로이터통신 기자에게 “우리는 모든 사건을 조사하고 모든 부패 관리들을 단속할 것”이라며 “부패에 대해서는 무관용”이라고 했다. 이 대답은 웨이펑허에게 ‘사고’가 났음을 확인해준 것으로 풀이된다.

8월 29일 이후 리상푸(李尚福) 현 국방부장이 2주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인터넷에서는 “리상푸도 사고가 났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대만 상보는 지난 8일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해 8월 20일 중국 북부전구의 핵잠수함 ‘창정(長征) 15호’가 황해(黃海) 부근에서 폭발해 탑승 장병 전원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왕다중(王大忠) 북부전구 해군사령관은 사고 원인을 하드웨어 고장이라고 주장하며 군사위 장비발전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상푸는 지난 6년간 중앙군사위 장비발전부(전신 총장비부) 부장을 지냈다.

7월 26일 중앙군사위 장비발전부는 ‘2017년 10월 이후 장비 구매 입찰 심사 과정에서 규정 및 규율을 위반한 단서를 수집한다’는 통지문을 발표했다. 이는 리상푸가 부장으로 있을 당시 군 장비 조달에 중대한 비리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9월 8일 람 이매뉴얼 주일(駐日) 미국대사는 X(옛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시진핑 주석의 내각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And Then There Were None)’와 닮았다. 처음에는 친강(秦剛) 외교부장이 실종됐고, 이어 리위차오 로켓군 사령관이 실종됐고, 이제는 리상푸 국방부장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누가 이 실업 경쟁에서 이길 것인가? 중국 청년인가, 시진핑 내각인가?”

영국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무인도 별장에서 10명이 한 명씩 살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9월 1일, 청둥팡(程東方) 인민해방군 군사법원장이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 의해 해임됐다.

해방군 군사법원은 해방군 내에 설치된 전국 무장역량을 관할하는 최고위급 군사법원으로, 원래 중앙군사위 총정치부 소속이었으나 현재는 중앙군사위 정법위 소속이다.

지난해 12월 30일 군사법원장에 임명된 중국 해군 소장 청둥팡은 부임 8개월 만에 해임됐다.

중국공산당은 “총대에서 정권이 나온다”는 믿음을 신봉한다. 그래서 군권을 장악한 사람이 바로 중국공산당의 진정한 두목이다. 시진핑이 집권한 후 한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군권을 손에 넣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시진핑은 대대적인 반부패 캠페인을 벌여 장군 170여 명을 조사·처리했다. 일부 장군들은 이런 조사에 항의해 투신하거나 음독하거나 목을 매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시진핑은 또 군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군 고위층과 장성들을 모두 자신의 최측근 그룹인 ‘시자쥔(習家軍)’으로 교체했다. 그리고 공산당 기관지를 통해 군은 반드시 “절대적으로 충성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시진핑이 직접 발탁하고 중용한 로켓군의 고위층이 부패 문제로 ‘물갈이’ 됐다. 이 사태로 전략지원부대, 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 위펑허 전 국방부 부장, 리상푸 현 국방부 부장 등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군사법원장 청둥팡까지 전격 해임됐다. 이렇게 많은 ‘시자쥔’ 고위 장성이 시진핑을 배신했거나 또는 배신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시진핑에게 가장 큰 화근이다.

파탄에 직면한 경제

중국 당국은 지난해 말 3년 동안 지속해오던 극단적인 방역 정책을 전격 해제했다. 하지만 경제가 회복되기는커녕 주식·부동산·외환·채권 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지는 등 전반적인 경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 재계 인사는 중국의 경제 상황을 이렇게 비꼬았다.

“지금처럼 주식·채권·외환 시장이 동시에 고꾸라지는 ‘성황(盛况·활기찬 상황)’은 정말로 교과서에서만 본 적 있다. 나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묘사할지 모르겠다. 주식·채권·외환 시장을 동시에 고꾸라뜨리는 것은 매우 어렵고 충족 조건도 매우 까다롭다. 그래서 이런 상황은 상상 속에만 존재할 뿐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국은 해냈다.”

부채에 대해 말하자면 중앙정부, 지방정부, 촌(村)급 정부, 기업, 가계 할 것 없이 모두 빚더미에 올라앉아 중국의 ‘부채 폭탄’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

학자들은 2022년 말 기준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총 부채는 110조 위안으로 중국 GDP의 91%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국제적으로 공인되는 60%의 경계선을 크게 넘어섰다.

현재 중국의 성(省)들은 대부분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고, 재정수입도 마이너스 상태다.

중국 농업농촌부의 표본조사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까지 전국 70만 개 행정촌의 총부채는 9000억 위안에 달했다. 3년간의 극단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실시한 이후 이 부채 규모는 1조 위안을 돌파했을 가능성이 높다.

외교적 사면초가

8월 28일, 중국 당국이 남중국해 등 영유권 분쟁 지역을 자국 영토로 표기한 새 ‘표준지도’를 공개했다.

이 지도가 공개되자 일본·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브루나이·인도 등 주변국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팜 투 항(Pham Thu Hang)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8월 31일 기자회견에서 “9단선에 근거한 중국의 영유권과 해상 영유권 주장은 가치가 없다.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9월 10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기존의 ‘포괄적 동반자’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베트남은 미국이 추진하는 ‘탈중국’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한 부분이 됐다. 중국의 또 하나의 이웃, 베트남이 미국 편으로 넘어간 것이다.

미국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이자 역사상 중국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국가이다. 미국은 2022년에도 여전히 중국 경제의 가장 큰 고객이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마르크스-레닌주의 교리로 외교를 지도하고, 자본주의 국가를 뼛속까지 증오하고, 객관적 사실이 아닌 이데올로기에 입각해 미국을 중국 공산당의 “최대 해외 적대세력”으로 간주하면서 끊임없이 반미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때문에 미중 관계는 수교 40여 년 이래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다.

미국은 한국·일본·필리핀·호주·인도 등과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중국 정권을 포위하는 ‘작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아시아에 형성했다.

미국은 또 G7 회원국, G20 회원국, 유럽연합(EU) 27개국, 나토 31개국, 세계민주정상회의에 참가한 120여 개국, 러-우 전쟁에서 러시아의 침공에 반대하는 100여 개 유엔 회원국 등과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자유 국가들이 공산 전체주의 정권을 압박하는 포위망을 형성했다.

시진핑이 “나의 절친(知心朋友)”이라고 부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줄곧 중국 공산당과 동상이몽을 해왔다. 중국 공산당의 ‘아우’인 북한은 중국 공산당이 아무리 먹여 살려도 ‘은혜를 모르는 놈’이다.

당내 반대세력의 저항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5일 소식통을 인용해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을 비롯한 중국 공산당 퇴직 원로들이 지난 8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전례 없는 강한 어조로 시진핑을 면박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원로들은 중국의 정치·경제·사회 불안이 지속되고 효과적인 대응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중국 공산당이 대중의 지지를 잃고 통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더 이상의 사회 혼란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질책을 당한 시진핑이 측근 참모들에게 “과거 3대(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가 남긴 문제가 모두 나의 어깨에 떨어졌다. 지난 10년 동안 나는 줄곧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왔지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이게 내 탓인가”라고 불평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이 뉴스의 진실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야이타 아카오(矢板明夫) 일본 산케이신문 타이베이 지국장은 과거 중국에서 취재했던 경험으로 볼 때 이 소식은 “진실하지 않다”고 했다.

필자도 야이타의 견해에 공감한다. 시진핑은 집권 10년 동안 줄곧 ‘원로들의 국정 개입’을 강력히 반대해 왔다. 장쩌민 전 독재자는 지난해 11월 30일 사망했고, 후진타오 전 공산당 총서기는 지난해 10월 22일에 열린 20차 당대회 폐막식에서 끌려나갔다. 그 후 시진핑은 최측근인 차이치(蔡奇) 중앙서기처 서기를 중앙판공청 주임으로 임명해 중앙경호국을 관장하게 하고 은퇴한 공산당 원로들을 감시·통제하도록 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로들이 베이다이허에 찾아가 시진핑 면전에서 꾸짖었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바람이 없으면 파도가 일지 않는다.

시진핑이 대내외적으로 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이런 보도가 나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필자는 시진핑의 최대 정적인 쩡칭훙의 측근들이 해외 유력 기자들의 입을 빌려 ‘중국 공산당 고위층에 시진핑 반대 물결이 다시 일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필자는 앞서 여러 기고문에서 시진핑의 첫 임기 5년 동안은 주로 반부패 호랑이 사냥을 통해 장쩌민·쩡칭훙이 장악하고 있던 최고 권력을 손에 넣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중국 공산당의 고위층 내부 투쟁은 시진핑과 장쩌민·쩡칭훙의 투쟁이었다.

시진핑의 두 번째 임기의 중요한 목표는 ‘3연임’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시진핑의 3연임을 둘러싼 공산당 고위층 내부 투쟁은 여전히 시진핑과 장쩌민·쩡칭훙의 투쟁이었다. 당시 장쩌민은 이미 숨만 붙어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시진핑과 쩡칭훙의 투쟁이었다.

장쩌민이 지난해 11월 사망하자 쩡칭훙은 장쩌민 계파의 수장이 됐다.

쩡칭훙은 현재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에서 독특한 지위를 갖고 있다. 그는 장쩌민파, 태자당, 상하이방, 장시(江西)방, 석유방, 궈안(國安·국가안전부)방, 홍콩·마카오방, 대외선전방 등 8대 파벌에 두루 속해 있어 공산당 고위층의 시진핑 반대 세력을 이끄는 중심 인물이다.

지난해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시진핑은 쩡칭훙이 중용한 고위 관리들을 대거 숙청하고, 쩡칭훙이 이끄는 ‘장시방’의 주요 인물인 라이샤오민(賴小民) 전 화융(華融)그룹 회장의 사형을 집행했다. 또한 쩡칭훙의 조카딸 쩡바오바오(曾寶寶)의 부동산 개발업체 화양녠(花樣年·판타시아)을 채무 불이행 사태로 내몰았다.

쩡칭훙은 시진핑을 뼈에 사무치도록 미워할 것이다.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쩡칭훙 일당들은 해외에서 시진핑을 비판하고 쿠데타 소식을 끊임없이 퍼뜨려 3연임을 막으려 했다.

이러한 계책이 실패한 이후 한동안 잠잠했지만 지금 또다시 움직이고 있다. 필자는 쩡칭훙과 그의 측근들이 시진핑이 안팎으로 곤경에 빠진 틈을 타 다시 시진핑을 뒤엎을 세력을 결집하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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