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대(對)러시아 반격이 별다른 효과나 진척을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교착 상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2일(현지 시간)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쟁이 교착 상태라고 보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이날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체계적으로 주권 영토를 되찾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크라이나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지역에서 계속 진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군은 자신들의 전술과 계획에 따라 작전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지휘관 등 지도부도 전략적으로 작전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들은 진전하고 있고, 우리는 이를 계속 지원할 것이다.”
반격의 지연
그러나 서방 국가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이 사실상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를 위한 계속적인 자금 지원에 대해서도 비판이 커지는 상황이다.
미군 지도부는 이미 이 같은 우려를 인정한 바 있다. 앞서 지난 7월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러시아군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있어 약간의 혼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밀리 의장은 “실제 전쟁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것은 공포와 안개, 마찰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이 서류상의 전쟁과 실제 전쟁의 차이점”이라고 밀리 의장은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전역에 걸쳐 설치한 광대한 규모의 지뢰밭이 문제라고 언급했다.
러시아군이 이런 지뢰밭에 매복해 있다가 우크라이나군을 기습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밀리 의장은 “러시아는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며 다소 불리한 면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우크라이나군이) 잘 헤쳐나가고 있다. 실패와는 거리가 멀다. 아직 많은 전투가 남아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전쟁 교착 상태로 인해 민간인 피해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설리번 보좌관은 우크라이나군이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실시간으로 적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을 포함, 우크라이나의 연합국 파트너들은 러시아가 구축한 방어벨트(방어막)에 지뢰밭이 있다는 사실 등을 확실히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쟁 계획과는 항상 다른 실제 전쟁 현실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지뢰밭에 대처하기 위해 자체 전략을 수립하고 조정 중에 있다.”
네덜란드·덴마크의 F-16 전투기
이런 가운데 네덜란드와 덴마크는 우크라이나에 희망의 불씨를 가져다주었다. 지난 20일 네덜란드·덴마크 정부는 공동성명을 내고 양국이 보유한 F-16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산 전투기인 F-16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무기로 거론된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시작될 때부터 F-16 전투기 지원을 호소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확전 위험이 있어 F-16 전투기 지원을 미뤘다.
그러다 이달 18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F-16 전투기의 우크라이나 이전을 승인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염원하던 F-16 전투기 인수가 시작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어려운 역공에 휘말린 우크라이나군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새로운 에너지와 자신감, 사기를 북돋웠다”며 “이를 계기로 우크라이나는 물론, 전 유럽 지역에 새로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크게 환영했다.
지난 주말(20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함께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공군기지를 방문했다. 뤼터 총리는 겨울이 오기 전에 F-16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뤼터 총리는 “F-16은 지금 당장 전쟁 수행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그것은 네덜란드의 장기적인 약속이다”라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군이 가능한 한 빨리 활동하고 작전을 수행하기를 원한다. 다음 달에는 불가능하지만, 곧 이후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네덜란드에는 F-16 전투기가 총 42대 있다. 이를 전부 전달할지에 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덴마크의 경우 총 19대를 올해 연말께부터 순차적으로 전달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자유가 곧 우리의 자유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연설했다.
미국 또한 향후 흔들림 없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 같은 백악관의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나아가는 데 필요한 도구는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이러한 도구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는가?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훈련을 어떻게 제공할 수 있는가?… 이것이 우리가 계속해서 할 일이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