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일 오전 9시 40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재중 억류 탈북민 강제송환 반대’ 기자회견 및 세미나가 열렸다.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실이 주최하고 북한인권정보센터(이사장 신영호)가 주관한 행사에는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와 배성규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주제 연설을 하고, 서보배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연구원, 김정아 통일맘연합회 대표, 조정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축사에서 “한국과 국제사회가 지속해 제기하고 있는 재중국 탈북민의 구금과 강제 북송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중국 내에 있는 탈북민들이 국제 기준에 따른 인권을 보장받고 한국 등 본인이 희망하는 국가로 입국할 수 있어야 한다”며 중국 정부에 이같이 촉구했다.
그는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인용해 강제 북송의 위험에 처한 재중국 탈북민 규모를 2000여 명으로 추산하며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탈북민들에 대한 폭행, 고문, 처형 등 인권 침해 사례가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중국 내의 탈북민은 불법 입국자이기에 앞서 그 생명과 인권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난민으로 규정되어야 할 것”이라며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 북송은 국제규범의 정신에 배치되며,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정부는 한국으로 오기를 희망하는 모든 탈북민을 전원 수용할 것”이라며 “중국을 비롯한 제3국에 있는 탈북민들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국내로 입국하고, 어떤 차별이나 불이익 없이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최재형 의원은 “전 세계인이 환영하는 코로나 종식 선언이 중국에 억류된 탈북민에게는 죽음의 전주곡과도 같은 공포스런 소식”이라며 “아시안게임 개최를 앞둔 지금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중국 정부에 탈북민 강제 송환 중지와 탈북민 인권 보호를 위한 전향적 태도를 요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성명을 통해 다음 사항을 촉구했다. ▲중국 정부가 ‘난민 지위에 대한 협약’과 ‘고문방지협약’을 준수하고 강제 북송을 즉각 중단할 것 ▲중국 정부는 탈북민 의사에 따라 한국 또는 제3국으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줄 것 ▲유엔난민기구(UNHCR) 등 관련 국제기구가 중국 정부에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준수하도록 강력히 요구하는 등 탈북민의 인권보호와 안전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강화할 것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수호하고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제사회가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 송환 중지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동참해 줄 것 ▲대한민국 정부와 연대해 탈북민의 인권 보호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함께 해줄 것 등이다.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주제 연설에서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을 언급하며 “북한 주민들에게 탈북은 그들이 생존을 위한 권리를 행사하는 명백한 정치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사는 “북한의 유엔 회원국 지위와 중국의 유엔 내 영향력으로 인해 구조적인 한계가 계속되고 있다”며 “중국은 탈북자들을 불법 체류자, 경제 이주민으로 간주하고, 북한과의 양자 협정을 통해 이들을 북송하는 정책을 오랜 기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조치는 중국이 난민협약이나 고문 방제법과 같은 국제적 의무를 무시한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보다는, 탈북자의 증가가 북한의 안정성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더 우려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대중 탈북자 문제에 대한 유엔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립해 달라고 촉구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서보배 연구원은 ‘중국 억류 탈북민 현황 및 강제 송환 실태’ 발표에서 이 센터가 보유한 총 8148건의 강제 송환 사건 자료를 소개하며 “강제 송환 사건 중 7983건이 중국에서 체포돼 북송된 사건으로 전제 강제 송환의 98%가 북중 강제 송환”이라고 밝혔다. 서 연구원은 “강제 송환 피해자의 75%가 여성”이라며 그 이유에 대해 ”중국 현지 남성과의 혼인을 매개로 은신처 확보가 점차 여성 탈북자에게 일반화되면서 여성이 탈북하는 비율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불법적인 신분으로 인해 상당수는 중국에서 인신매매와 강제 혼인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탈북여성 인권 단체인 ‘통일맘연합회’의 김정아 대표는 자신이 직접 겪은 피해를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북한에서 임신한 제 딸은 탈북 이후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강제 송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중국인 남편 호적에 입양아로 등록하게 됐다”며 “2009년 한국 입국 이후 해마다 아이와 재회하려고 했지만, 중국 가족의 일방적 차단으로 현재까지 14년간 아이와의 소통조차 거부당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