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안 지키는 국가” 美 하원 청문회서 차이나 리스크 난타전

스핑(施萍)
2023년 07월 20일 오전 9:28 업데이트: 2023년 08월 26일 오후 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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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혁신·일자리, 중국으로 옮기는 일 끝낼 때 됐다”
“중국 사업 리스크 확대…기업들, 현실 직시해야”

지난 13일, 미 하원의 ‘미국과 중국 공산당 간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중공특위)’가 ‘위험한 사업, 재중 미국 기업들의 위험 증가’라는 주제로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은밀한 운영 방식에 정통한 전문가 3명의 증언을 청취하고 미·중 간 비즈니스 협력이 미국에 줄 리스크와 위해성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 증인이 중점적으로 진술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중국의 이른바 ‘민간기업’, ‘중·미 합자기업’ 등의 성격에 대한 것이다. 주 내용은 중국의 모든 회사가 공산당의 통제를 받고 있어 중국에는 진정한 의미의 ‘민간기업’이 없고, 공산당이 외국 기업과 합작하는 유일한 목적은 기술을 이전·절취한 뒤 그들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 리스크에 대한 것이다. 공산당 치하의 중국은 “정보의 블랙홀이자 사막”으로, 미국 기업들은 전적으로 “완전히 모호한” 정보에 의존해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있고, 공산당에 사업권을 박탈당하거나 심지어 생명을 뺏길 수 있다는 것이다.

◇ “중국 공산당의 목표는 미국 기업을 대체하는 것”

첫 번째 발언자는 미국 기업의 중국 리스크 관리를 돕는 위험관리회사 ‘전략적 리스크(Strategy Risks)’의 파이퍼 라운즈베리(Piper Lounsbury)  연구·개발 책임자였다.

그녀는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의 전무이사와 보잉社의 임원을 지냈고, 미중 무역 분야에서 30년 넘게 일했으며, 베이징에서 10년간 근무해 표준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

파이퍼 라운즈베리(Piper Lounsbury) ‘전략적 리스크(Strategy Risks)’ 연구·개발 책임자가 청문회에서 자신이 중국에서 알게 된 중국 공산당의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 NTD 영상캡처

라운즈베리는 이날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중국 내 미국 기업들과 그들의 고객에게, 바꾸어 말하면 전체 미국인들에게 위험한 환경을 조성했는지에 대해 토론하러 왔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우리가 중국에서 지난 수십 년간 사업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베이징이 정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공산당의 목표가 끊임없이 진화한다는 사실이다. (그 목표는) 바로 단기간에는 미국 기업을 이용하거나 통제하고, 궁극적으로 미국 기업과 비즈니스를 대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 공산당은 미국의 지적 재산 및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절도·협박·합병 등 일련의 국가 개발 전략을 수립했다.”

라운즈베리는 이어 “중국은 이제 명목 GDP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기 때문에 미국의 CEO들은 그 어느 때보다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직면한, 지적재산권 및 비관세장벽 관련 위험에 대해 직접 경험한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중국의 한 대도시 시장이 포춘 100대 기업에 든 미국의 모 기업 CEO에게 최신 기술을 중국 파트너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또 한 기업은 합자한 중국 파트너가 기술을 확보한 후 길 건너에 국유회사를 차리는 바람에 합자회사가 깨지고 중국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 미국 기업이 지적재산권은 물론 마케팅 네트워크까지 빼앗겼기 때문이다.”

라운스베리는 이날 중국에는 ‘민간기업’이 존재하지 않으며, ‘합자기업’과 ‘외자기업’도 모두 중국공산당에 통제받는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중국 기업은 개인 소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드러나지 않는 당 지부가 있다. 합자기업이 자체 운영 규칙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미국 본사와는 다른 ‘이중 기준’을 적용해 운영한다.”

“미국과 중국의 정치·경제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너무 달라 중국과 비즈니스를 할 때 힘의 비대칭으로 인해 압도된다. 우리가 중국 공산당의 조건에 따르지 않는 한, 윈윈할 수 있는 공정한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중국 경제는 악명 높은 정보 블랙박스”

두 번째로 증언한 사람은 셰흐자드 카지(Shahzad Qazi) 차이나베이지북(CBB) 전무이사다. CBB는 중국 경제 전문 연구기관으로 미국 투자자와 기업에 독립적으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지는 회사의 제품 개발, 고객 서비스, 새로운 비즈니스 인수 및 회사 전략을 담당한다.

셰흐자드 카지(Shahzad Qazi) CBB 전무이사가 지난 13일 하원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 의회 청문회 영상캡처

이날 카지는 “정보 사막”, “정보 블랙홀”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면서, 중국 공산당이 각종 공식 데이터를 통제한다고 증언했다.

“중국 경제는 악명 높은 블랙박스다. 공식 경제 통계는 신뢰할 수 없고 종종 조작된다는 것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내의 정보 환경은 지난 10년 동안 점점 더 악화됐다. 검열, 특히 경제 데이터에 대한 검열이 강화됐다.”

“최근 몇 달 사이에 중국은 시장조사를 하는 외국 기업들을 겨냥해 영업과 투자 활동을 위한 데이터 수집과 공유를 금지하는 방첩법을 개정했다.”

“중국 당국은 컨설팅 업체 민츠그룹과 베인앤드컴퍼니 등 미국 회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중국판 블룸버그 단말기로 불리는 윈드(Wind) 플랫폼에 외국인이 접근할 수 없도록 했다. 이러한 갈수록 모호해지는 정보는 경제적·정치적으로 압박을 받는 시기에는 더욱 과장되거나 조작된다. … 중국 경제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정보 블랙홀에 가깝다.”

“중국 경제에 관한 주요 정보원인 중국 경제·금융 연구보고서는 이런 모호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다. 이러한 허위 경제 데이터가 서방 언론에 끝없이 인용돼 중국 경제에 대한 서방의 시각을 결정짓고, 잘못된 분석에 기반한 잘못된 투자가 이뤄진다.”

◇ “중국 공산당이 외국 기업의 생사여탈권 쥐고 있다”

또 한 명의 증언자는 현재 영국에 망명 중인 전 베이징 정협 위원 선둥(沈棟·Desmond Shum)이었다. 홍색자본가이자 ‘레드 룰렛(Red Roulette·紅色賭盤)’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이날 청문회에서 그가 직접 경험한 세 가지 사례를 들어 중국에서의 사업의 본질을 설명했다.

영국에 망명 중인 전 베이징 정협 위원 선둥(沈棟)이 13일 청문회에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 NTD 영상캡처

“일찍이 아버지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의 일이다. 아버지는 중국으로 식품을 수출하는 사업이 좌절됐을 때 나에게 ‘이것은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중미 관계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알려주었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 기업을 그들의 목적 달성을 위한 인질로 여긴다.”

“내가 1997년 미국계 사모펀드 회사에 근무하면서 통신회사에 투자했을 때의 일이다. 중국 당국은 당시 WTO에 가입하기 위해 외국 통신회사의 중국 진출을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났지만, 어느 외국 통신사도 중국에 진출하지 못했다. 내가 얻은 교훈은 ‘중국에는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입법 통해 미국 국민 보호해야 한다”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3명의 증인과 함께 의제를 폭넓게 논의하고 미국의 향후 대중공 정책도 논의했다.

라운즈베리는 입법을 통해 미국 국민을 보호하고 중국 공산당에 대항할 것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입법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통제와 영향력 행사를 억제하고, △미국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도록 독려하고, △특정 중국 기업의 나쁜 관행을 제재하고, △미국의 데이터와 정보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카지는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중공특위가 입법을 통해 △미국 주요 투자은행의 CEO들에게 중국 공산당의 허위 데이터에 의존하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요구하고, △증권감독위원회에 중국의 법이 투자은행 업무에 미치는 영향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자는 것 등이다.

선둥은 미국 기업과 개인에게 중국에 투자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중국이) 고속 성장하고 발전하는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 중국의 정치 환경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고 모든 기업은 위태로워졌다. 중국은 장기간 모험을 할 시장이 아니다. 카지노와 같다. 이 시장에 오래 머문 투자자들은 결국 본전을 잃게 될 것이다.”

“중국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입법자들은 기업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미국의 경제 이익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기업인들이 (중국과의) 재접촉, 화해를 주창할 때 (입법자들은) 이 점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지키는 것이 국익과 민주 세계의 경제질서를 지키는 것이다.”

이날 양당 의원들은 질의에 앞서 미중 비즈니스 협력과 중국 공산당에 대한 공동 인식에 대해 설명하고, 향후 입법을 통해 대내적으로 과거의 허점을 보완하고 대외적으로 중국 공산당을 제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중공특위 라자 크리스나무디 민주당 의원은 미국민에게 공산당의 실체를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NTD 영상캡처

중공특위 라자 크리스나무디 민주당 하원의원은 “중국 공산당은 국민을 임의로 억류하고 자산을 임의로 압류하며 자유를 임의로 박탈한다. 미국 국민과 기업들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혁신과 일자리를 무작정 중국으로 옮겨가는 일은 끝내야 한다”고 했다.

리치 토레스(Ritchie Torres) 뉴욕주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중국 공산당은 사악하고 무능하다”고 말했다. | NTD 영상캡처

리치 토레스(Ritchie Torres) 뉴욕주 민주당 의원은 미·중 전략적 경쟁의 역설적 논리를 지적했다.

“미·중 전략적 경쟁은 역설적이다. 미국의 경쟁 우위는 법치주의이지만, 중국의 경쟁 우위는 역설적이게도 그 반대이다. 중국은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서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로부터 이익을 얻는다. 그들은 국내 시장을 열지 않고 개방된 글로벌 시장으로부터 이익을 얻고, 그들이 시장을 열 때는 다른 나라의 지적재산과 기술을 기만적으로 탈취한다. 규칙을 따르는 우리가 규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경쟁에서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마이크 갤러거 중공특위 위원장은 “중국 공산당에 ‘노(No)’라고 말할 때가 됐다”고 했다. | NTD 영상캡처

중공특위 위원장인 마이크 갤러거 공화당 하원의원은 중국 공산당의 ‘민영’, ‘법’, ‘소유권’ 등의 단어는 국제사회의 그것과 의미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중국에는 ‘민간기업’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에 진출한 모든 외국 기업은 때로는 침묵하고 때로는 침묵하지 않는 비즈니스 파트너인 중국 공산당을 만난다. … 지금은 미국 기업의 임원들이 금색 안대를 벗고 중국에서 사업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현실을 맑은 눈으로 직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