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측이 E. 진 캐럴(79)에 대한 폭행과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한 판결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9일(현지시간)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칼럼니스트 캐럴(원고)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원고 측 주장 일부를 인정해, 트럼프에게 명예훼손과 폭행 각각 1건 혐의가 있다고 평결했다.
트럼프 측 변호사 조셉 타코피나는 재판 후 법원 앞에 모인 기자들에게 “배심원 평결이 이상했다”며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타코피나 변호사는 “이 사건은 처음부터 성폭행에 따른 민사소송으로 시작됐고, 배심원은 피고 측 주장을 입장할 증거가 없다며 성폭행 혐의를 기각했지만 트럼프에게 패소 평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번 재판은 민사사건으로 트럼프는 패소해도 금전적 책임만 질 뿐 수감 등 형사적 책임은 지진 않는다.
배심원단은 트럼프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약 300만 달러, 민사 폭행 혐의로 약 200만 달러, 총 500만 달러의 피해보상과 징벌적 배상을 명령했다.
뉴욕 시민 남성 6명, 여성 3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이날 오전 숙의절차에 들어간 지 채 3시간도 안 돼 만장일치로 결론을 발표했다. 결론을 내리는 데 걸린 시간이 이례적으로 짧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79세인 원고 캐럴은 1995년 또는 1996년, 자신이 51~2세였을 때, 뉴욕 맨해튼의 고급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에서 우연히 마주친 트럼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장소는 백화점 내 탈의실이라고 했다.
또한 캐럴은 지난 10월 트럼프가 SNS를 통해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면서 ‘사기’, ‘거짓말’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으며 이로 인해 칼럼니스트로서의 자신의 경력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단은 약 1주일에 걸친 재판 끝에 성폭행 혐의는 기각했지만, 폭행과 명예훼손 혐의는 인정했다. 폭행에는 성추행이 포함됐다.
미국의 민사소송은 일반적으로 판사나 배심원단이 ‘증거의 우세함(a preponderance of the evidence)’ 원칙에 따라 판단한다.
이는 양측의 주장 중 더 사실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다. 단적으로 양측 주장의 우세가 51대 49로 근소하더라도 51쪽의 승소로 판결한다.
배심원단은 이번 재판에서 폭행 혐의는 ‘증거의 우세함’ 기준을 적용하고, 명예훼손 혐의는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clear and convincing evidence)’ 기준에 따라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준 모두 형사사건보다는 증거 기준이 낮다. 형사사건에서는 유죄 판결을 위해 엄격한 기준인 ‘합리적 의심을 뛰어넘는 증거(proof beyond a reasonable doubt)’를 요구한다.
이번 소송의 쟁점 중 하나는 캐럴이 왜 사건 당시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2019년에야 법적 대응에 나섰나 하는 점이다.
캐럴은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의 반발이 무서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트럼프 측 타코피나 변호사는 “경찰에 신고했다면 수사를 100만 년 하더라도 형사소송이 성립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응수했다.
한편, 에포크타임스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캐럴 측 변호사에게 논평을 요청했다.
*이 기사는 개리 바이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