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엠폭스(원숭이두창) 확진자가 1명 추가 확인되면서 총 9명으로 늘어났다. 지역(국내) 감염으로는 4번째다.
질병관리청은 13일 국내 9번째 엠폭스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히고 이날부터 엠폭스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이 환자는 경기도에 거주 중인 내국인으로 전날 피부병변(수포성 발진)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했으며, 엠폭스 감염을 의심한 의료기관의 신고를 받은 관할 보건소의 유전자 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다.
방역 당국은 이 환자가 발생 전 3주 이내 해외 여행력이 없으며 국내에서 밀접접촉(피부·성접촉)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지역 감염으로 추정했다. 현재 누구에게서 옮았는지 감염원 확인을 위한 정밀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다.
9번째 확진자 발생은 전날 7, 8번째 확진자 추가 이후 하루 만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 확인된 2명은 모두 서울에 거주하는 내국인이었으며 최초 증상 발현 전 3주 이내에 해외 여행력이 없어 지역 감염으로 추정됐다.
이들 2명 역시 국내에서 밀접접촉이 있었음이 확인됐으며 발열과 피부병변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거나 자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에 따르면 밀접접촉은 “가까운 거리에서의 밀접한 접촉, 성접촉 혹은 피부접촉”을 가리킨다.
국내 엠폭스 환자는 지난해 6월 처음 발생했으며, 5번째까지는 해외 유입 사례였으나 지난 7일 6번째 환자부터 이후 지역 감염으로 추정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엠폭스(MPOX)는 원숭이두창(Monkeypox)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 발진성 감염병”으로 “2022년 유행 전까지는 중앙·서부 아프리카의 농촌 열대우림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풍토병”이었다.
지난해 5월 이후 엠폭스는 세계 각국으로 확산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비상위원장을 지낸 데이비드 헤이만 박사는 아프리카 풍토병에 그치던 엠폭스의 폭발적 확산의 원인을 당시 스페인 게이 퍼레이드 등 유럽서 열린 두 차례의 대규모 광란 파티로 추측했다.
일부 언론과 과학계 인사들은 엠폭스가 동성애 성관계뿐만 아니라 감염자의 혈액·체액·피부 접촉 혹은 병변이 묻은 의복이나 침구류 접촉으로 감염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동성애를 통한 확산만 우려하면 다른 경로의 감염을 막는 데 소홀해질 수 있다는 설명도 더해진다.
하지만 보건당국에 따르면 엠폭스 확진자 99%가 남성이다. 질병관리청 ‘주간 건강과 질병’ 2022년 8월 25일 자에 실린 ‘질병관리청 원숭이두창 중앙방역대책본부’ 정책보고서는 “확진자의 대다수(99%)는 남성이며 평균 연령은 36세이며, 동성애자, 양성애자 또는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집단에서 확진자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고 유럽 질병통제예방센터 자료 등을 인용해 밝혔다(보고서 PDF).
질병관리청은 13일 발표한 “엠폭스 위기경보수준 ‘주의’로 격상” 보도자료에서도 주요 대응조치로 ‘감염원 파악을 위한 심층 역학조사’와 함께 ‘의료진, 성소수자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예방수칙 안내 및 교육 실시, 의심 증상 발생 시 신고 독려’ 등을 나열했다.
엠폭스는 당초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인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따라 원숭이두창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나, 지난해 11월 말부터 엠폭스로 불린다. 특정 지역·집단에 불쾌감을 줘서는 안 된다는 WHO 권고에 따른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를 수용해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원숭이두창의 한글 질병명을 엠폭스로 변경했다(질병관리청 안내문 링크).
다만, 바이러스명은 권고 사항에 포함되지 않아 그대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로 사용된다. 우한 폐렴으로 불리던 질병이 코로나19(Coivd19)로 바뀐 것과 비슷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