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의 정찰 풍선, 이른바 스파이 풍선을 격추한 가운데, 미 군사 전문가들이 특히 대만 사안과 관련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 격화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이 열세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제임스 앤더슨 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직무대행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지난 20년에 걸쳐 공군과 해군은 물론 사이버, 우주 등 광범위한 측면에서 자신들의 힘을 극적으로 키워왔다”고 설명했다.
앤더슨 전 직무대행은 대만을 두고 빚어지는 미중 갈등에 있어서는 “중국이 현지에서 병력을 신속하게 동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점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불리할 수 있다”고 부정적인 관측을 내놨다.
이에 앞서 미 공군 공중기동사령부를 이끄는 마이클 미니헌 사령관은 휘하 장병들에게 “2025년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사전에 이를 대비할 것을 명령하는 메모를 보냈다.
그러자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까지 “나는 미니헌 사령관이 틀렸기를 바라지만 옳은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실제 최근 미군 지도부는 대만을 장악하려는 중국을 매우 우려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도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해 초당적인 입장이다. 딕 더빈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은 미중 갈등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우리는 그것을 준비하고 있고, 준비해야 한다”면서 “자국의 안보 측면에서 매우 주의 깊게 주시하는 몇몇 국가들이 있다. 그중 중국이 첫 번째”라고 답했다.
이러한 우려는 지난 4일(현지 시간) 미 공군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 영공에서 F-22 전투기를 동원해 중국 정찰 풍선을 격추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더욱더 증폭됐다. 미국 몬태나주에서 처음 발견된 해당 중국 정찰 풍선은 격추되기 전까지 미국 전역을 돌아다녔던 것으로 파악됐다.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달 예정됐던 중국 방문을 연기했다.
문제는 그간 자국의 군사력을 키워온 중국과 달리, 미국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전쟁 경험을 거의 겪지 않았다는 것.
마크 칸시안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고문은 “미국은 1945년 이후로 그러한 분쟁을 겪지 않았다”며 “미중 갈등은 미군의 문화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미국이 제조업을 중국에 아웃소싱하고 있는 부분을 짚으며 “현실적으로 미국의 재고는 많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탄약 등 무기 고갈 위험을 안고 있다”고 전했다.
하이노 클린크 전 미 국방부 동아시아 방위담당 차관보 또한 언론 인터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중국은 대만에서 고작 100마일 거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확실히 지리적 이점을 선점했기 때문에 (미국은) 고도의 물류 계획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다른 시각도 있다. 앤더슨 전 직무대행은 중국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몸집만 불렸을 뿐 실질적으로 중요한 군사 작전을 수행한 경험이 없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경우 지난 1979년 베트남과의 분쟁이 마지막 무력 충돌 경험인 데 비해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로도 수많은 국제 분쟁에 참여했다는 것.
앤더슨 전 직무대행은 “사실 중국은 대만을 점령하는 데 필요한 규모의 대규모 무력 충돌을 수행한 경험이 없다”며 “물론 중국은 그동안 여러 공격을 펼쳐왔지만 매우 작은 규모의 작전에 불과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미국 입장에서 이는 좋은 소식이다. 중국에는 경쟁상 불리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