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아파트 화재로 사상자 다수 발생
봉쇄로 탈출·구조 늦어지자 여론 공분
당국은 “구조 지연 없었다”며 주민 탓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강압적인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25일 발생했다.
지난 8월 10일부터 4개월째 봉쇄 중인 우루무치시를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시민들이 봉쇄망을 뚫고 폐쇄구역 밖으로 나와 봉쇄 해제를 요구했다. 시민들은 진압을 위해 출동한 경찰을 향해 “인민의 경찰은 인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번 시위는 24일 오후 우루무치 톈샨(天山)구에서 발생해 10명이 죽고 9명이 다친 고층 아파트 화재가 계기가 됐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화재는 이날 오후 7시 50분께 아파트 15층에서 발생해 17층으로 번졌으며 약 2시간 50분 만에 진화됐다. 특히 유독가스가 많이 발생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불이 15층의 한 침실 콘센트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아파트 화재가 제로 코로나에 대한 반발 시위로 번진 것은 화재 자체보다도 당국의 대응 때문이다.
우루무치 시 당국은 화재 후 브리핑을 통해 “구조활동이 제때 이뤄졌으며 부상자 응급처치와 이송, 치료 및 화재 원인 조사 등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해당 아파트는 저위험 지역으로 분류돼 주민들은 아래층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며 “코로나 봉쇄로 인해 진화나 구조가 늦어진 일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발표는 즉각 여론의 공분을 일으켰다. 웨이보 등 중국 SNS에서 “아파트 주변에 설치된 봉쇄용 철제 울타리 때문에 소방차가 현장에 접근하는 데만 30분 이상이 걸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문이 봉쇄돼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글과 함께 철사에 꽁꽁 묶인 아파트 출입문을 찍은 사진도 온라인에 공유됐다. 소방대원들이 철제 울타리에 둘러싸인 채 멀리서 뿌린 물줄기가 불길에 닿지 않는 영상도 퍼졌다.
그러나 우루무치 시 당국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에 악의적인 소문이 떠돌고 있다”고 이를 부인했다.
톈샨구 구청장 역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당시 출동했던 소방대원들에게 확인하고 현장을 점검한 결과 장애물은 없었고 모든 아파트 출입구는 봉쇄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구조대원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일부 주민들이 자구능력이 부족한 이유도 있었다”며 사상자 발생을 주민들 탓으로 돌렸다.
이후 웨이보에는 당국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제보와 영상이 이어졌다.
한 영상에는 “문을 열어줘, 구해줘”라고 절규하는 주민들과 철제 울타리에 막혀 화재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소방차의 모습이 담겼다.
소방대원들이 철제 울타리를 부수며 어떻게든 화재를 진압하려 하는 장면도 있었다.
현장을 목격했다는 한 네티즌은 “탈출로가 막힌 채 화재는 3시간이나 계속됐다”며 “소방대와 구조대는 장애물을 치우느라 시간을 허비했다”고 전했다. 비상구가 쇠사슬로 칭칭 감긴 사진도 다수 인터넷에 올라왔다.
25일 밤까지 우루무치 아파트 화재를 키워드로 한 게시물은 8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중국 전역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에포크타임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25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와 주변 기역은 코로나19 확산 고위험군으로 표시돼 있었다.
이는 화재 당시 해당 지역이 저위험군으로 분류돼 주민들이 자유롭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당국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다수 주민은 웨이보에 “저위험군으로 분류된 지역도 자유롭게 아파트를 드나들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지정된 시간에만 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공산당이 주도하고 있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항의와 반발이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SNS에도 불만을 호소하는 게시물이 쏟아지면서 민심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