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예금인출 중단 이어 이번엔 체크카드 결제 차단

지방 소규모 은행의 예금 인출 중단 사태로 논란이 됐던 중국에서 ‘범죄 예방’을 이유로 여러 지역 은행들이 예금 인출을 중단해 예금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증권일보(證券日報)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베이징, 산둥, 하이난 등 지역에서 체크카드를 이용한 현금 인출과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온라인 거래가 제한됐다. 카드로는 계좌에 입금만 가능한 상태다.
은행 측은 수상한 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한 계좌를 대상으로 범죄 예방을 위해 “카드 사용 제한 조치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계좌에 거액이 입금되고 곧 빠르게 이체된 경우 △새벽에 고액이 여러 번 빠져나간 경우 △동일한 금액이 온라인 결제로 여러 차례 지급된 경우 등은 카드 사용이 중단된다.
은행 측은 각각 자금세탁, 도박, 온라인 도박 등이 의심된다며 카드를 타인에게 불법 임대·매매해 범죄에 이용되는 징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좌 잔액이 적고 이체 거래가 없는 휴면계좌에 대한 정리도 강화됐다.
베이징의 한 은행 관계자는 “3년 이상 무거래 계좌, 잔액이 10위안 미만인 계좌, 신용카드 대금 결제나 개인 대출금 상환 등이 약정되지 않은 직불카드·체크카드·당좌계좌 등은 휴면계좌인지 조사에 들어간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동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산둥의 한 은행 창구 직원은 “본사에서 지점별 휴면계좌 비율을 20% 이하로 유지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지침에 따라 지점에서는 처리 작업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작년과 재작년에도 은행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는 것을 막겠다며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계좌 동결을 지켜보는 예금주들의 입장은 그때와 달라졌다.
최근 중국 여러 지역에서 건설 중인 아파트가 도중에 중단되고, 주택 구매 자금을 대출받은 사람들이 경제난으로 대출금 상환을 중단하는 등 은행권 대출부실이 급속히 심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얼마 전 허난성과 안후이 마을은행의 총 7조원대 예금이 4월 중순부터 인출 중단됐다는 사실도 예금주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서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 “은행들이 예금 인출을 막는 방식으로 현금 부족 사태를 넘어가려 한다”는 의혹을 담은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내 예금이 불법 계좌 거래에 연루됐는지를 은행에서 결정하다니, 은행은 법 집행기관이 아니다 . 예금주의 예금을 마음대로 동결하면 소송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체크카드는 마음대로 쓰라고 은행이 발급해준 것”이라며 “빈번한 거래로 의심이 돼 카드 사용을 중단시켰다는 설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은행들은 지점을 방문해 카드 동결 해제 신청을 한 예금주를 대상으로 조사 후 문제가 없음이 확인되면 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각 은행 지점에는 이른 아침부터 카드 동결 해제를 신청하려는 고객들이 몰리며 북새통을 이뤘다. 웨이보에 올라온 한 영상에는 100여 명의 고객들이 은행 로비에서 장사진을 친 모습이 보였다.
한 예금주는 “수입이 들어오면 모두 은행에 저금을 하는데, 돈을 쓸 때는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게 아니라 모두 카드나 전자결재로 해결한다. 현금이 없기 때문에 카드가 동결되면 당장 생활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소연했다.
이번에 예금주 계좌를 동결한 은행들은 중국초상은행, 공산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 핑안(平安)은행 등이다.
한 네티즌은 은행들의 예금 동결사태가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예금주들의 불안 심리를 부추겨 돈을 다른 곳에 투자하게 하려는 정부의 술책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네티즌은 “지금 부동산 시장은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무너지고 있다”며 “정부가 국민에게 불안감을 심어줘 밑 빠진 독이 된 부동산에 돈을 쏟아붓도록 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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