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히피족 성지가 된 후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도시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에서 진보 좌파 검사장이 주민들에 의해 축출됐다.
샌프란시스코 유권자들은 7일(현지시각) 지방 검사장 체서 부딘(민주당)을 주민소환 투표로 퇴출시켰다. 유권자 61.3%가 부딘 검사 축출에 찬성했다. 반대는 38.7%에 그쳤다.
소환투표는 위법 행위를 하거나 정책에 실패하거나 무능하고 부패한 공직자를 쫓아낼 것인지를 주민 투표로 결정하는 제도다. 범죄를 소탕해 주민 생활을 안정시켜야 할 지방 검사장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에 주민들 다수가 소환투표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부딘 검사장은 좌파 거물 조지 소로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2020년 1월 취임 후 진보적 형사사법개혁 정책을 추진했다. 낡은 접근 방식으로 오히려 범죄율이 높아졌다며 수감률을 낮추기 위해 일부 범죄자들을 조기 석방했다. 또한 경찰의 위법 행위 등을 철저히 조사하게 했다.
부딘 검사장은 ‘코드 인사’도 단행했다. 그는 취임 둘째 날 검사 7명을 해고하는 등 사법개혁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그해 말까지 50명 이상의 검사와 검찰 직원들이 해고되거나 직장을 그만뒀다. 한 판사는 “(개혁으로 인한) 잦은 보직 변경으로 검찰의 기능이 약화됐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형사사법개혁의 결과로 공권력이 대폭 약화됐다. 이후 마약 과다복용 사망, 강도, 자동차 절도, 사기 범죄가 급증했다. 거리는 노숙자들로 넘쳐났다. 생활환경이 급속히 악화되자 민주당 ‘텃밭’인 샌프란시스코 유권자들도 흔들렸다.
결국 참다못한 시민단체가 소환투표 청원운동을 벌였고, 부딘 검사장은 지금까지 취임한 샌프란시스코 지방 검사장 29명 중 소환투표로 축출된 첫 검사장으로 남게 됐다.
부딘 검사장은 당시 소환투표 청원운동에 대해 “진보를 되돌리고, 우리를 퇴행시키려는 공화당의 거짓 증언에 기초한 우익 운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축출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에도 “이것은 (우익의) 운동일 뿐이며, 어떤 역사적 사건이 아니다”라며 투표 결과를 폄하했다. 또한 “우리는 정의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딘 검사장은 마르크스주의에 심취한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의 증조부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마르크스주의 이론가였으며, 189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해 뉴욕에 정착했다. 이후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뉴욕에서 활동했으며 미국 사회주의 노동당에 입당하기도 했다.
그의 부모는 경찰관 2명과 운송업체 직원 1명을 살해한 1970~80년대 급진단체 ‘웨더 언더그라운드’의 조직원으로 활동했다. 이 사건에 연루돼 각각 40년, 20년 이상 감옥에서 복역 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