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노트북 ‘뇌관’ 막은 전 CIA 요원 “트럼프 낙선에 자부심”

스티브 하
2022년 04월 1일 오후 12:11 업데이트: 2022년 04월 1일 오후 1:05

2020년 미 대선 ‘뇌관’된 헌터 바이든 노트북
전직 CIA, 아무런 근거 없이 “러시아 공작” 주장
결국 진품으로 확인…러시아 포비아만 드러내

2020년 미국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조 바이든 측에 ‘핵폭탄급 뇌관’이 될 뻔했던 ‘헌터 바이든 노트북’을 오히려 “러시아의 공작”이라고 주장했던 정보요원이 최근 심경을 밝혔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직 간부인 존 사이퍼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가 선거를 이기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 개인적으로 특별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썼다.

CIA 고위 작전 책임자로 수십 년간 근무했던 사이퍼는 지난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의 차남 헌터 바이든의 노트북 사건이 터지자 “러시아식 정보 공작의 전형적 형태”라며 이를 허위라고 주장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2020년 10월 19일 발표된 이 성명에는 사이퍼를 포함해 50여 명의 전직 미국 정보기관 요원들이 참여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 성명을 근거로 ‘헌터 바이든 노트북은 가짜’이며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조작한 사건’이라고 주장하는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나 이 노트북은 헌터의 것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헌터 본인이 수리점에 맡기고도 오랜 기간 찾아가지 않았고 결국 수리점 주인이 FBI에 신고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FBI는 노트북을 압수하고도 한동안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았고 나중에는 러시아의 허위 공작인지 밝혀내는 쪽으로 조사 방향을 선정해 논란이 됐다.

수리점 주인은 FBI에 압수당하기 전 노트북의 하드디스크 사본을 만들었으며, 이를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이자 전 뉴욕 시장인 루돌프 줄리아니 변호사에게 넘겼다. 줄리아니 변호사는 자체 검증을 거친 뒤 뉴욕포스트에 이를 제보함으로써 하드디스크의 존재와 일부 내용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노트북 내용 중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헌터가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인 ‘부리스마’의 간부와 주고받은 이메일이었다. 이 중에는 2015년 이 간부가 헌터에게 “(나를) 워싱턴 DC에 초대해 당신 아버지(조 바이든)와 면담할 기회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한 것도 포함됐다.

민주당 측과 친바이든 성향의 매체들은 ‘러시아의 허위 공작’이라고 주장했지만, 당시 존 래트클리프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은 “노트북에서 나온 자료가 러시아의 허위 공작이라고 평가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전하는 게시물이 계속 확산됐고, 오히려 바이든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게시물을 ‘가짜뉴스’로 검열됐다. 결국 이 이슈는 바이든 측에 별다른 타격이 되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그러나 헌터 바이든 스캔들의 뇌관 자체가 아직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당시 전직 정보 관계자들이 증거도 없이 러시아의 허위 공작이라는 주장을 펼쳤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이 사건을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선 기간 트럼프에 대해 노골적으로 네거티브 보도를 이끈 CNN도 현재는 이 노트북에 대해서는 헌터의 것이 맞다고 시인한 상태다.

한편, 2020년 10월 헌터 바이든 노트북을 최초 보도했던 뉴욕포스트는 사이퍼를 비롯해 헌터 바이든 노트북을 러시아의 공작일 수 있다고 주장했던 성명에 참여한 전직 정보요원들에게 논평을 요청했지만 대다수가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성명에 참여했던 인물 중 한 명인 제임스 클래퍼 전 DNI 국장은 뉴욕 포스트에 “그 시점에서 그러한 경고성 발언은 적절했다고 생각한다”며 “성명을 철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러스 트래버스 전 국가대테러센터 소장 역시 “성명에서는 이메일의 진위는 알 수 없지만, 러시아 측의 정보 유포 시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했었다”며 구소련과 러시아 분석가로 25년간 일했던 자신의 경력에 비춰 필요한 경고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