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요소수 대란, 미·중 투키디데스 함정에서 중국의 패권행위 일환으로 봐야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2021년 11월 16일 오전 11:04 업데이트: 2021년 11월 16일 오후 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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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대란’으로 디젤 화물자동차 운행이 사실상 중단됐다. 주유소에서 싼 값에 ‘당연히’ 구매해 오던 요소수가 갑자기 품절된 것이다.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지하철 정거장에 도착했는데 ‘운행중단 팻말’이 붙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세상에 자연재해가 아닌 한 완전히 돌발적인 현상은 없다. 요소수 대란도 상당 정도 인재(人災)다.

요소수는 디젤 차량이 배출하는 매연인 질소산화물(NOx)을 ‘배출가스저감장치’(SCR)를 통해 질소와 물로 분해시키는 촉매 역할을 한다. 유로 6기준에 따라 2015년 1월부터 판매된 디젤차에는 SCR장치를 반드시 장착해야 해야 한다. 요소수 없이는 화물차 운행이 불가능하다.

관(官)의 안일한 대처로 ‘초기 골든타임’ 실기(失機)

요소수 대란은 ‘중국의 수출규제’에 기인한다. 요소수를 만드는 데 쓰이는 요소는 올 1~9월 기준으로 중국에서 97% 수입됐다. 중국이 그동안 ‘별도 검사’ 없이 수출해 오던 요소 등 29개 비료관련 품목에 대해 갑자기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한 것이다.

검사 의무화로 지난달 15일부터 국내에 요소가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중국 수출 규제의 불똥이 튄 것이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통상(通商) 절차’ 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가한 얘기를 했다. 장하성 주중대사의 안일한 태도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데 일조했다.

더 가관인 것은 청와대는 ‘요소수’를 비료를 만드는 원료로 알고 가볍게 넘겼다는 점이다. 요소수 대란은 한 달째 현재 진행형이다. 물류현장의 혼란은 가중되는 데 실효적인 수급대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11일 ‘긴급수급조정조치’를 통해 주유소에 한정해 승용차 한 대당 최대 10L, 화물차는 30L까지 요소수를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군 비축물량도 푼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2일 오후 기준으로 대부분의 도심 주유소에는 정부 보급 물량이 전달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요소수를 구할 수 있을 것처럼 발표된 정부의 조정조치는 운전자에게는 ‘희망고문’이 돼버렸다.

지난 7일 서울 시내의 한 버스 차고지 요소수 보관창고 모습. | 연합뉴스

2011년까지 자체생산 해왔던 요소수

요소를 중국에서 수입하기 이전에는 국내에서 생산 조달했다.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은 2011년까지 연간 15만톤의 요소를 생산했다. 삼성정밀화학의 차량용 요소를 포함한 공업용 요소의 생산량은 필요량의 55%였다. 부족분 45%는 수입업체를 통해 조달됐다.

지난해 중국에서 수입한 차량용 요소가 8만 톤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삼성정밀화학이 제대로 가동했다면 요소수는 충분히 지급자족 됐을 것이다.

삼성정밀화학은 요소 사업을 접기 3년 전인 2008년부터 요소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는 배기가스 환경규제 유로5로 인해 화물차에 필요한 요소수 시장 규모가 막 커지던 때였다. 미래를 보고 생산을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유로5보다 강화된 기준의 유로6이 적용되고 있으며, 디젤차 운행 대수도 2011년에 비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게 늘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지만 앞을 조금만 더 내다봤어도, 국가가 조금만 보조금을 지불했어도 삼성정밀화학은 최소한 수지를 맞출 수 있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단기 처방으로 ‘공업용 요소의 차량용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공업용 요소는 불순물이 많아, 순도 높은 요소를 사용해야 하는 요소수 제조에는 부적합하다. 중국으로부터 요소를 자유롭게 수입할 때도 차량용 요소는 ‘별도의 불순물 기준’(spec)을 붙여 수입했다고 한다.

중국 이외 지역으로부터의 수입다변화는 맞는 정책방향이지만 수입다변화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시간을 다투는 현 상황에서는 ‘요소수 완제품’을 수입해서 필요량을 맞춰야 한다. 한시적으로 ‘환경기준을 완화해’ 시간을 버는 것도 궁여지책이긴 하지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물류산업 종사자들은 고소득층일 수 없다. 그들은 뜻밖의 복병을 만나 고전하고 있다. 그들의 소득저하는 전체적으로 계층 간 소득분배 악화로 연결된다. 유의해야 할 점은, 요소수 대란을 조만간 해소될 일과성 해프닝으로 간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요소수 대란의 ‘기저에는’ 중국의 ‘전략자원의 무기화’가 깔려있고 더 밑바닥에는 미중 투키디데스 함정에서 ‘공급망’(supply chain)을 장악해 중국의 위상과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9일 전북 익산시 실내체육관 앞에 요소수를 구매하려는 인파가 몰려 있다. | 연합뉴스

미·중 갈등은 ‘투키디데스 함정’

현상의 본질은 뜻밖으로 멀리서 발견되곤 한다. ‘요소수 문제’도 뿌리를 캐면 ‘미중 갈등’이 그 연원(淵源)이다.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은 기존 패권국가와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앨리슨(G. Allison)은 그의 저서 <불가피한 전쟁(Destined  for  War, 2017)>에서 세계 도처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서로 원치 않는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신흥강대국의 국내총생산(GDP)이 패권국의 절반에 육박하면 투키디데스 상황으로 인식한다. 1985년 일본 엔화의 평가절상을 초래한 ‘플라자 협약’도 투키디데스 함정 상황에서의 통화질서 재편이었다. 당시 일본의 GDP는 미국의 절반 수준이었다. 아래 그래프는 최근 미국과 중국의 GDP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2020년 기준 중국의 GDP는 미국의 71%로 미국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투키디데스 함정은 숙명적이다.

저자 제공 이미지

미국이 간파한 중국의 아킬레스건은 ‘미국시장에의 과도한 의존’이다. 트럼프는 이를 놓치지 않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렇게 해서 미·중간에 무역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트럼프가 파악한 중국의 또 다른 취약점은 ‘첨단기술’ 분야이다. 트럼프 정부는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공격해 반신불수로 만들었다.

바이든 행정부도 트럼프의 중국 고사 정책을 그대로 승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59개 기업에 대해 투자금지 행정명령’(8.2일 발효)을 내렸다. 국방부가 지정한 기존의 31개에 28개 기업이 추가됐다. 투자금지 주요 중국기업으로는 화웨이(통신장비), 차이나텔레콤(이동통신), SMIC(반도체 파운드리), 항저우 하이크비전(CCTV) 등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총 280조원에 이르는 ‘미국혁신경쟁법’을 통과시켰다.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의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법안인 것이다. 미·중간에 무역전쟁, 기술경쟁이 펼쳐진 것이다. 미국의 반중정서(反中情緖)는 심상치 않다. ‘하늘에 태양이 둘일 수 없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힘을 기르되 드러내지는 말자’는 도광양회 철학을 가진 덩샤오핑과 달리 도전적이고 도발적이다. 그는 ‘중국식 사회주의 특색을 전(全)세계적으로 살리자는 ’중국몽‘을 주창하고 있다. 최근 중국공산당은 ‘시진핑 장기집권 체제’를 공식화했다.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 채택된 이른바 ‘중화정신을 강조하는 역사결의’가 그 증빙이다. 그는 마오쩌둥급으로 승격되면서 내년 20차 당대회에서 15년 집권의 3연임이 확실시 되고 있다.

시진핑은 미국과의 일전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는 1985년 미국을 위시한 서방과 일본 간에 체결된 ‘플라자협약’을 익히 봐왔다. 투키디데스 함정에서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것이 중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그는 본능적으로 간파하고 있다. 중국은 ‘전략자원의 무기화’를 통해 미국 대항마로서의 패권 행위를 노골화시킬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20일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 KTV 화면캡처

문재인 대통령, 중국에의 경사(傾斜)로 무엇을 얻었나

문재인 정권이 친중정권인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안미경중(安美經中)은 표방하는 명분일 뿐 실제로는 중국에 경사되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 4월 하이난성 ‘보아오(博鰲)’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 참석했다. 중국판 ‘다보스 포럼’으로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보아오 포럼에는 실시간 화상 회의와 영상 메시지로 한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싱가포르, 캄보디아, 몽골 등 7개국 정상이 참가했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세계 대변화 국면’이며 부제는 ‘글로벌 거버넌스와 ‘일대일로(一帶一路) 협력 강화’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참가한 각국이 서로를 존중하며 동등하게 협력할 때 인류의 미래도 지속가능해질 것”이며 ‘구동존이(求同存異)’는 포용과 상생의 길이며 코로나 극복에도 중요한 가치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곱씹어보면 ‘중국에 경사(傾斜)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것들이다. ‘구동존이’는 ‘서로 다른 점은 인정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의미로 시주석이 미국을 겨냥해 ‘남의 나라 정책과 가치에 대해 간섭하지 말라’는 의미로 써온 말을 문재인 대통령이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투키디데스 함정에서 한국은 중국 편에 서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나 진배없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굴욕적인 대중 저자세 외교를 벌였다. 결과는 참혹하다. 문대통령의 혼밥,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고수,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 등이 그 사례다. 이번 ‘요소수 대란’도 수출 전 ‘사전검사’라는 통관절차를 느닷없이 신설해 우리나라에 ‘경제적 위해’를 가한 것이다.

중국이 공정한 교역정신에 입각한 ‘자유무역국’이었다면 요소수 사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잠잠하다. 일본이 한국에 반도체 제조관련 화학물질 수출제한을 가하자 ‘토착왜구’ 등의 거친 언사를 쏟아낸 것이 그들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중국 사대주의는 국민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핵심소재와 전략물자 그리고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은 투키디데스 함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이들 전략자원을 무기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는 배터리·반도체·철강 원자재 등에 있어 중국의 의존도가 60%를 넘고 있다. 요소수 대란은 아무것도 아닌 더 큰 원자재 공급파동이 올 수 있다.

요소수 대란을 현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그 기저에는 중국의 퇴행적 패권이 깔려있다. ‘전략적 모호, 안미경중’은 우리 스스로 중국의 늪에 빠지는 것이다. 중국과의 선린관계를 유지해야겠지만 한·미·일·대만·인도 등 해양 세력 간의 유대를 강화해 균형외교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의 ‘전략물자 무기화’에 대비해 중국에의 의존을 낮추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수입다변화 그리고 전략물자의 일정 부분 국내생산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