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 시대 흠집내기하는 시진핑 의중은?…日 언론 분석

2021년 05월 19일 오전 11:50 업데이트: 2021년 05월 19일 오후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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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주석이 마오쩌둥과 문화대혁명을 긍정적으로 재평가하는 한편, 덩샤오핑을 깎아내리는 이유에 대한 분석이 나왔다.

일본 닛케이 신문 선임편집자 카츠지 나카자와(中澤克二)는 최근 기고문에서 시진핑의 행보에 대해 권력의 개인화, 중앙집중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나카자와는 먼저 최근 중국 온라인에서 관심을 끈 게시물을 예로 들어 중국 30~40대 청장년층의 빗나간 애국주의 성향에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 게시물은 하루 만에 60만 개의 ‘좋아요’를 받았고 1만5천 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게시물은 지난 7일 중국 만화가 우허치린(乌合麒麟)이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것으로, 검은색 마스크를 쓴 군인들이 한 건물 계단에 서서 기념촬영하는 모습을 그리고 ‘이들이 중국을 탄압한 게 1900년. 120년이 지났지만, 그들은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고 썼다.

이는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이 회담 후 촬영한 기념사진을 패러디한 그림이었다. G7 외무장관들은 지난 5일 회담 후 가진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에 함께 대항하기로 했으며, 대만에 대해서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1980년대생인 우허치린은 그들의 부모 세대가 겪은 중국 공산당의 공포 통치와 무시무시한 정책 실패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다.

1961년 대약진 정책으로 수백만 명이 굶어 죽은 참사를 일으킨 정권, 중국 문화와 정신을 영원히 훼손해버린 1966~1976년 문화대혁명을 일으킨 정권에 대해 그들은 막연하게만 알 뿐이다.

이들에게 중국 공산당은 새롭게 뻗어 나가는 신흥 강국, 홍콩은 잘 모르는 철부지, 대만은 말 안 듣는 아우, 미국과 유럽 각국은 중국을 탄압하는 악한 세력이다.

이들은 중국 공산당이 먼저 중국인들을 참혹하게 탄압했으며, 이제 국제사회의 룰을 어기며 패권 야욕을 확대하는 국가라는 사실을 잘 모르거나 눈감아 버린다.

여기에는 중국 공산당이 90년대부터 시작한 애국주의 교육의 심각한 폐해가 작용한다. 이들은 도양광회(韜光養晦·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 정책으로 중국을 폐허에서 회복시킨 덩샤오핑에 대해서도 심드렁하다. 무작정 중국이 최고라는 식이다.

자카자와는 늑대전사 외교에 대해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조차 우려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지적하면서 전직 중국 외교부 관리인 위엔난셩(袁南生)의 글을 소개했다.

“외교는 국제라는 무대에서 친구를 만드는 예술”이라며 “적을 친구로 만드는 것은 외교적 성과다. 친구가 많을수록 외교가 성공했다는 의미다. 반면, 친구를 적으로 만드는 것은 외교적 비극이다.”

위엔난셩은 사방에 적을 만드는 중국의 늑대전사 외교를 가리켜 “다수의 국가를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철저한 외교적 실패”라며 중국 공산당이 청나라 시절, 의화단과 손잡고 서구 열강에 선전포고한 서태후의 전철을 밟을까 걱정했다.

4월 말 좡룽원(莊榮文)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 부부장(차관) 겸 중공인터넷정보국 주임(국장)의 발언은 당내외에 큰 충격을 안겼다.

좡 국장은 1949년 정권 수립 후 1976년 문화대혁명 종료 때까지를 “거대한 성과를 이룩한 27년”이라며 “굴곡을 겪으며 발전해 이룬 성과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중국 공산당마저 10년간의 재앙이라고 공식 평가한 문화대혁명을 “거대한 성과”에 포함한 것이다.

나카자와는 기고문에서 “좡 국장은 시진핑의 의중에 따라 해당 발언을 했을 것”이라며 “문화대혁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데 그친 게 아니라 덩샤오핑이 추진한 개혁개방의 대전제였던 문화대혁명식 폐국조치, 피와 눈물의 교훈을 뒤집어 버린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 집안도 문화대혁명의 피해를 입었다. 문화대혁명이 재앙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한 시진핑의 의중이 궁금해진다.

나카자와는 “시진핑의 의도는 문화대혁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려는 게 아니라, 덩샤오핑의 업적을 부인하려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 종신 독재의 폐해를 절감하고 이를 차단하기 위해 집단 지도체제와 공산당 최고 지도자 임기 10년제라는 ‘당의 규칙’을 확립했기 때문이다.

시진핑이 3년 전 국가주석 5년 중임제를 폐지하는 개헌을 단행한 바 있다.

바꿔 말하면, 덩샤오핑 시대의 규칙을 파괴해야만 시진핑이 2022년의 20차 당대회 이후 계속해서 중국 지도자 자리를 유지하며 권력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것이다. 덩샤오핑의 규칙을 깨려면 먼저 그의 권위를 떨어뜨려야 한다.

따라서 공산당의 역사를 바꿔 쓰는 것은 시진핑에게 있어서 과정의 일부라는 게 나카자와의 분석이다.

나카자와는 “시진핑은 정치적 업적에서 덩샤오핑을 따라잡고, 심지어는 덩샤오핑을 넘어서길 갈망하고 있다. 그래야만 마오쩌둥의 권위와 가까워질 수 있다”며 늑대전사 외교 정책, 도양광회 철회, 문화대혁명 재평가, 공산당 역사 수정은 모두 권력의 개인화를 위한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강우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