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대학 내 중국 공산당(중공)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법안을 내놨다.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지난 5일(현지시간) 공자학원 등 중공 정부와 연계된 기관과 협약을 맺고 금융 거래를 했을 경우 이를 공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마샤 블랙번, 톰 틸리스, 조시 홀리 등 의원 3명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이 법안은 대학이 금융 거래를 공개하는 조건으로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SEVP는 대학에 비이민 외국인 유학생들의 입학에 대한 승인을 제공한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그래슬리 의원은 지난 10일 상원에서 “법안의 핵심은 공개와 투명성”이라면서 “만약 학교들이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비자를 원한다면 먼저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안은 대학 내 중공 정권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미 당국의 통제가 강화된 가운데 나왔다.
지난해 미 교육부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중공과 협약을 맺은 대학들은 2014년부터 6년간 중국 정부로부터 약 15억 달러(약 1조6천억원)를 제공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슬리 의원은 앞서 지난 5일 성명에서 “공산 정권은 미국 연구에 심각한 위협이 될 뿐 아니라 대학 캠퍼스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공자학원은 중공 정권이 해외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명목상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알리는 기관이라고 소개하지만 중공 정부의 자금을 받고 있으며 중공 통일전선공작부 산하의 집행기관이다. 미국 교육기관에서 공산주의 이념을 선전하고 학문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 상원 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중공은 2006~2019년까지 1억 5800만 달러(약 1800억원) 이상의 자금을 공자학원에 투입했다.
전미학술학회(NAS)에 따르면 미국 대학 내 75곳의 공자학원이 운영 중이다.
그래슬리 의원은 성명에서 “이 법안은 중국 정부가 공자학원을 구실로 우리 캠퍼스에서 행하려는 어떤 수상쩍은 사업이나 우리 교육기관과 공산 정권 간의 그 어떤 금융적 관계에 대해서도 빛을 비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폐지된 전임 정부의 공자학원 규제 정책을 성문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공자학원을 외국 대행기관으로 지정하고 규제에 나섰다.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 기관을 “미국의 대학에서 중국의 국제적 선전과 악의적 영향력 행사 운동을 진전시키는 단체”라고 규정했다.
미 상원은 지난 3월 대학이 공자학원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할 경우 연방기금을 삭감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영향력 확대 우려 속 지난 몇 년간 미국 내 수십 개의 공자학원이 문을 닫았다. 그러나 NAS에 따르면 대학들이 이름만 바꿔 중공 정부 기관과 협약을 재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