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거대한 요새…중 압박에 조기경보 레이더 추가 설치

연합뉴스
2021년 04월 21일 오전 10:44 업데이트: 2021년 04월 21일 오전 10:44
TextSize
Print

북부 ‘페이브 포스’ 이어 남부에도 도입 결정…美에도 전략 가치 커
중국 대만 방공구역 비행 상시화…전날도 9대 진입

 

중국의 공중 위협이 날로 거세지자 대만이 거액을 들여 중국군의 동향을 멀리서도 면밀히 감시할 수 있는 대형 조기경보 레이더를 추가로 세우기로 했다.

중국이 군사적으로 몰아붙일수록 대만은 각종 방어 장비를 확충하면서 대만 섬을 더욱 요새화하는 ‘고슴도치 전략’을 펴고 있다.

21일 연합보(聯合報)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장차 중국군 위협에 더욱 신속해 대응할 수 있도록 남부 고산 지대에 신형 조기경보 레이더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대만 북부 신주(新竹)현의 해발 2천620m 높이의 러산(樂山) 기지에는 미국 레이시온이 제조한 조기경보 레이더인 ‘페이브 포스'(AN/FPS-115 Pave Paws)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런 대형 레이더를 남부 지역에 추가로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대만이 14억 달러(1조5천억원)를 들여 2013년 도입한 러산 기지의 대형 레이더는 최대 5천㎞ 떨어진 곳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탐지해 이동 경로를 매우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다.

대만이 남부 지역에 추가로 조기경보 레이더를 세우려는 것은 최근 들어 중국군의 무력 시위성 군사 활동이 대만 서남부 공역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군 소식통은 “현재 남부에 있는 레이더는 낡고 탐지 거리가 짧아 중국군의 남중국해나 필리핀해 활동 정보를 알려면 위성 사진이나 우방과 교류를 통해 얻은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미래에 중공군이 서태평양이나 남중국해에서 미사일 공격을 할 때 국군이 대응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만이 추가로 남부에 조기경보 레이더를 세울 경우 중국과 신냉전 중인 미국은 대만과 정보 교류를 통해 중국의 군사 활동을 더욱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지금도 대만 북부의 페이브 포스 레이더가 획득한 중국군 동정을 실시간으로 공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0월 러산 레이더 기지 방문한 차이잉원 총통(뒷줄 왼쪽에서 두번째) | 대만 총통부 홈페이지.

대만은 중국과 미군 서태평양 전력의 중심인 일본과의 사이에 있다.

전문가들은 미중 군사 대치 고조에 따라 중국군 탄도 미사일과 전투기의 움직임과 관련한 조기 경보 정보를 제공하는 대만의 장거리 레이더의 전략적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고 평가한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미국이 대만과 계속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려 하자 중국은 대만 쪽으로 연일 군용기를 띄우며 대대적인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국 군용기는 이달 들어 사흘만 빼고 매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들어가 대만을 압박했다.

특히 지난 12일에는 J-16 전투기 14대, J-10 전투기 4대, H-6K 폭격기 4대, Y-8 대잠기 2대, KJ-500 조기경보기 등 총 25대가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해 대대적 무력 시위를 벌였는데 이는 대만 국방부가 작년 중국 군용기의 접근 상황을 매일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였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전날에도 J-16 5대 등 총 9대의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가 이탈했다.

대만 국방부 관계자는 빈과일보(蘋果日報)에 “현재 국군이 러산 기지에서 운영하는 레이더의 최대 탐지 거리는 5천㎞로 (중국군의) 미사일 등을 감시할 수 있다”며 “신형 조기경보 레이더가 (러산 기지의) 레이더와 같은 것이 될지 정부 내에서 토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