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중공)이 위기에 몰리자 또다시 민족주의 깃발을 끌어내 당을 구하려 하고 있다.
이는 깡패 정권의 ‘아무런 대책 없는’ 상투적인 움직임이다. 최근 불거진 운동은 중공 외교 조직에서 시작됐으며 이후 외교적 위기 속에서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합류해 민간의 외국 제품 불매운동을 부추겼다.
이 과정에서 중공 관영 매체는 줄곧 추진자가 돼 왔다. 이번 사건으로 공청단, 중앙 선전부, 관영 매체뿐만 아니라 외교 조직 역시 왕후닝(王滬寧) 현 정치국 상무위원의 도구였음이 드러났다.
양제츠는 시진핑에게 연극 보여주고 왕후닝은 배후에서 조종
지난 18일과 19일 이틀간 이어진 미∙중 고위급 알래스카 회담에서 양측은 모두발언에서 화력을 쏟아내며 국제적 관심을 받았다.
양제츠는 혼잣말을 16분 동안 하고도 중간에 통역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그가 주위를 가장 놀라게 한 말은 “내가 한마디 하겠는데, 미국은 중국 면전에서 우월한 지위에 서서 대화할 자격이 없다. 20년 전, 30년 전에도 당신들에게는 이런 지위가 없었다. 중국에서 이런 수법은 먹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 것이었다.
많은 사람이 양제츠의 발언은 중국인에게 들려주는 것으로, 국내 애국주의자들의 반미(反美) 감정을 부추기기 위함이고, 양제츠의 연기는 국내의 자신의 주인에게도 ‘제 일 처리 어때요?’라고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양제츠와 왕이가 모두발언에서 화약 냄새가 나는 연극 장면을 만들자 중공 관영 매체가 재빨리 호흡을 맞춰 대서특필해 미국을 향한 분노를 더욱더 거세게 만들었다. 인민일보 웨이보 계정은 양제츠의 원문을 영한(英漢) 두 가지 언어로 표기했다. 양제츠가 발언하는 동영상은 중국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갔고, 애국주의자들은 인터넷에서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양제츠와 왕이는 방역과 마찬가지로 시진핑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극을 한 것이 틀림없다. 시진핑은 현재 ‘직접 지휘하고 직접 배치한다’.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릴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외교부에 리커창(李克強) 총리는 아예 없는 듯하지만, 시진핑의 배후는 누구일까? ‘국사’(國師)라고 불리는 왕후닝의 모습이 보인다.
왕후닝은 당 건설, 이데올로기, 홍보를 관리할 뿐만 아니라 중앙전면심화개혁위원회, 중앙재경위원회, 중앙 사이버안전과 정보화 위원회에도 자리를 잡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2019년 7월 17일 시진핑의 해외 주재 사절 접견에 동행한 유일한 정치국 상무위원이 바로 중앙서기처 서기, 왕후닝이었다는 점이다. 여러 해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로써 왕후닝은 나머지 6명의 상무위원 중 유일하게 시진핑의 외교 지도를 도운 인물이 되었고 리커창을 대체했다. 현재 중앙외사공작위원회에서 왕이는 직책이 없고 부주임은 리커창, 왕치산은 그냥 위원이기 때문이다.
외교 조직 역시 왕후닝이 손을 뻗친 영역이었다.
게다가 선전부 식구 자체를 왕후닝이 관리하는 데 이번에 공개적으로 미국에 원한을 드러낸 정치적 쇼는 왕후닝이 맡았던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지 않다.
신장 면화로 터진 민족주의 풍조, 누가 연극을 연출하고 있나?
게다가 신장 면화에서 촉발된 해외 제품 불매운동이다.
지난 22일 신장(新疆) 인권 문제에 대한 유럽연합(EU)과 서방 국가들의 제재 직후 중공은 유럽인 10명과 기관 4곳에 대한 보복성 제재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중공과 국제사회의 충돌은 격화됐고, 중국 정국엔 기이하고 암울한 흐름이 나타났다.
중앙 공청단은 지난 24일 웨이보에서 유명 글로벌 의류 브랜드 H&M이 지난해 발표했던 신장 면화 보이콧 성명을 들추며 “H&M이 고의로 시비를 걸고 있다”고 지적하는 동시에 “신장 면화에는 이런 수법이 먹히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알래스카 회담에서 양제츠가 “중국에선 이런 수법이 먹히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 이어지는 부분이다.
또한, 중앙 공청단의 케케묵은 일 들추어 내기를 시작으로 CCTV, 인민일보 등 거의 모든 중국 관영 매체가 비슷한 시기에 H&M을 향한 전방위 공격에 나섰다. 관영 매체의 도움을 받아 이번 불매운동은 나이키, 아디다스 등 10여 개 글로벌 브랜드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인터넷엔 H&M 의류를 자르고 미국 브랜드 운동화를 태우는 동영상도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중공 정부 측이 H&M을 지명하며 ‘전 국민 보이콧’을 선동하자 중국 연예계는 H&M과 잇따라 결별을 고하는 등 모두가 다른 형태로 관문을 통과하고 있다.
지난 25일 화춘잉(華春瑩) 중공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한바탕 강의를 펼쳤는데, 바로 신장 인권 논란과 관련해 100년도 넘은 미국 흑인 노예 사진을 꺼내 현재 신장의 컬러 사진을 비교하면서 미국 역시 100여 년 전에는 흑인 노예를 이용해 목화를 재배했다고 역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외국 기자들에게 보여준 이 ‘흑인 노예가 목화를 채취하는 사진’은 미국 언론에 의해 농노제도와 무관한 지난 세기 텍사스 교도소 수감자들의 노동 장면을 찍은 사진이었단 사실이 밝혀졌다.
1년 전 발표된 성명이 왜 1년 뒤 중공 관영 매체 식구들의 ‘음해성 자료’가 된 걸까? 연극이 왜 갑자기 전 국민 운동이 되어 버린 걸까? 대내선(大內宣)부터 외교부 대변인까지 왜 모두 교전 단체에 합류한 걸까? 중공 외교 고위 관리들이 알래스카에서 벌였던 연극처럼 이 또한 준비된 것이 분명하다.
공청단은 중공의 소위 말하는 단체 조직에 속하고, 왕후닝이 바로 총관리인이다. 이데올로기와 선전 모두 왕후닝이 직접 주관하는 근거지다. 게다가 외교 역시 왕후닝이 비밀리에 통제하고 있으니 이번 민족주의 연극은 시진핑 ‘일존’(一尊∙황제)의 명령을 들은 것이겠지만, 총감독은 왕후닝이다.
시진핑의 전면적 좌회전, 왕후닝의 설계?
최근 시진핑의 좌회전 행보가 잦아지면서 각 분야에서 마오쩌둥을 배우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그는 일찌감치 중공 고위 관리들에게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대비해 마오쩌둥의 저서를 공부하라고 주문했다. 시진핑의 많은 연설은 모두 마오쩌둥에서 따온 것이다.
시진핑이 “시기와 동향이 우리 편”이라고 말하고, 내정에서 조작 의혹을 받는 빈곤 퇴치를 “세상의 기적”이라고 하고, 이른바 2035 비전을 제시하며 외교 정책 방면에서 “동쪽은 떠오르고 서쪽은 가라앉는다”는 견해를 세계적 대세로 내세우고, 미국을 제1의 적으로 지목한 것 모두 민족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증거다.
시진핑이 좌회전 노선을 펴는 데엔 시진핑 본인이 중공 당 문화의 영향을 깊이 받은 것은 물론, 측근인 왕후닝과도 관련이 있다. 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 세 명을 섬겨 ‘세 왕조의 국사’(三朝國師)로 불리는 왕후닝은 우선 장쩌민을 위해 이른바 ‘3개 대표론’을 포장해 내놓았고, 다음엔 후진타오의 ‘과학적 발전관’에서 중요한 추진자였다. 시진핑의 ‘중국몽’과 19차 당대회에서 중공 당헌에 포함된 시진핑의 이른바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역시 왕후닝한테서 나왔다.
중공 제19차 당대회 이후 시진핑은 일련의 이데올로기적 취향에 관한 내부 발언을 쏟아내며 당 매체를 통해 마치 준비한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많은 것들이 역시나 왕후닝의 설계였다. 시진핑이 국제회의에 참석하면 왕후닝이 그에게 ‘작은 수첩’을 챙겨준다는 얘기도 있다.
왕후닝이 제작한 민족주의 촌극, 어떻게 끝날지 두고 봐야
시진핑의 의도와는 달리 왕후닝의 야심작들은 때로 ‘고급흑’(高級黑∙지도자 개인이나 정책을 과도하게 홍보하다 과유불급 논란을 부르는)과도 같은 결과를 낸다.
예를 들어 중공의 과학적 공로를 찬양하기 위한 CCTV의 다큐멘터리, ‘대단했다, 우리나라’(厲害了,我的國)를 대표로, 지난 2년간의 팽배했던 민족주의는 갑자기 불어닥친 미∙중 무역 충돌로 산산이 조각났고, 중국의 핵심 기술은 오랫동안 서방에 의존해 왔다는 현실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당시 일부 중공 관리들은 베이징과 가까운 홍콩 매체를 통해 왕후닝을 우두머리로 한 선전 조직이 나랏일을 그르쳤다고 암암리에 비판했다.
지난해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왕후닝이 이끄는 중공 선전부는 2월 말 시진핑의 책, ‘대국전역’(大國戰疫∙중국의 전염병에 맞선 싸움)을 치켜세우는 선전물을 내놓으며 ‘대국(중국) 지도자의 위민(爲民) 감정’을 찬양했다가 쏟아지는 악평을 받아내야 했으며 결국 출간 발표 일주일 만에 예약판매가 취소됐다. 또한 베이징 시민 쉐푸민(薛扶民)은 인터넷에 실명으로 고발문을 게시해 왕후닝의 인민에 대한 애정 부족을 지적하며 정치적 책임을 물어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진핑이 번번이 왕후닝의 자리를 지켜줬지만, 중공의 문화선전 조직은 국제사회와 중국 민간에서 화젯거리가 됐다.
최근의 이번 일은 양제츠는 물론 다른 외교 고위 관리들도 ‘고급흑’의 결과를 샀다.
양제츠의 “중국엔 이런 수법이 먹히지 않는다”는 말은 중국 누리꾼들의 빈정거림을 사고 있다. “중국에서 미국 따윈 먹히지 않아,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만 먹혀”, “중국에서 미국 따윈 먹히지 않아, 3년간 3천만 명이 굶어 죽는 것만 먹혀”라는 식이다.
“중국인에게 이런 건 안 먹혀”라고 적힌 티셔츠가 국내 인터넷에서 불티나게 팔리자 국내 인권 운동가들이 입고 다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공에 “이건 먹힐까?”
‘의화단식’ 불매운동이 불붙더니 이제 사고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나이키 축구화 불태우기’, ‘H&M 옷 자르기’ 등 분풀이 동영상을 웨이보에 올리고, 한 쇼핑몰은 H&M의 옥외광고판을 철거하자 정저우(鄭州)의 한 애국주의자가 H&M을 보이콧하다 중공의 주먹맛을 보고 현장에서 경찰에 연행됐다.
이어 ‘진화’를 담당한 중공 당 매체들은 ‘불매운동’을 하는 중 과격한 행동을 하는 ‘나쁜 놈’들을 경계하라고 나섰다.
중공 광둥성(廣東省) 위원회 기관지 남방일보는 ‘H&M 보이콧 군중 행렬에 섞여 들어간 나쁜 사람’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는 보이콧 하는 동시에 우리와 뒤섞인 채 불합리한 행동으로 물을 흐리려는 ‘고급흑’을 경계해야 하며 보이콧의 효과가 반작용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대체 애국주의자가 ‘고급흑’인 걸까, 당 매체가 ‘고급흑’인 걸까? 당연히 당 매체 스스로 ‘고급흑’ 짓을 하고 있다. 애초에 나쁜 선례를 처음으로 만든 사람이 그들 자신이니까 말이다.
한 누리꾼은 “함부로 따라가지 마라, 이것이 바로 당을 따라간 결과”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상상하기 어렵지 않은 것이, 10년 전 반일 ‘애국’ 시위도 결국엔 진정됐다. 중공은 말끝마다 애국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사랑하게 두지 않고, 만약 사랑이 당의 집권을 불안정하게 만든다면 당신이 당을 사랑하길 원할 것이다. 인권도, 사상의 자유도, 언론의 자유도 없고 국민이 정부 방문을 두려워하는 나라에서는 권력자가 조종하는 민족주의 연극만이 펼쳐질 뿐이라 등장하라 할 때 등장하고 떠나라 할 때 떠나야 한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