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통령 “바이든 정책으로 미 국경지대 밀입국 급증”

이은주
2021년 03월 25일 오전 9:55 업데이트: 2021년 03월 25일 오후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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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대통령이 미국 남부 국경지대에 불법 이민이 급증하는 상황을 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화살을 돌렸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멕시코와 맞닿은 국경지대에 밀입국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 아래 이민자들에 대한 더 나은 대우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면서 “이로 인해 중미 이민자들은 국경을 넘고 싶어 하고, 이것이 쉽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의 이민정책이 이민 희망자들에게 미국에 정착할 수 있다는 기대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로 인해 멕시코 접경 미국 지역에 중남미 밀입국자들이 몰려들게 됐다는 설명이다. 

미국행 불법 이민의 근본 원인이 이민자 유입 억제를 완화한 바이든 정책에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미국과 멕시코 고위급 당국자들이 같은 날 멕시코에서 만나 미국행 이민자 문제를 논의한 데 따른 발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정책에 대한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쓴소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난 1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화상 회담 후 “그들(이민자들)은 그(바이든)를 이민자의 대통령으로 보고 있고, 많은 이들이 미국에 정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불법 이민 급증의 원인을 바이든에게 돌렸다.  

이어 “이 사업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밀입국)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함께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몰려오는 중남미발 밀입국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국경 순찰 요원들은 지난 2월 남부 국경지대에서 이민자 10만441명을 체포했다. 이는 1월에 비해 28% 증가한 수치다. 

백악관과 바이든 정부는 미국행 밀입국 급증을 문제로 인정하면서도 국경 ‘위기’라는 단어 사용은 거부했다. 

미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의 강경 이민정책을 대부분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성년 밀입국자를 추방한 트럼프의 정책을 철회함으로써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자들의 미국행이 급증했다.

바이든 정부는 대다수의 가족 단위 밀입국자들은 본국으로 송환하지만, 홀로 입국한 미성년자의 경우 국경 임시 보호시설에 머물게 한다. 이들은 보호시설을 거쳐 보건복지부 관할 시설로 옮겨지는데, 이들 시설 모두 수용인원이 한계에 달한 상황이다.  

최근 세관국경보호국은 텍사스주 도나의 수용시설에 구금된 미성년 밀입국자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밀입국 어린이들이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바닥에서 잠을 자는 모습, 불법 체류자 남성들의 긴 이민 행렬 등이 담겨 있었다. 

사진은 민주당 소속 헨리 구엘라 하원의원과 비밀 탐사보도 전문매체 ‘프로젝트 베리타스’가 수용시설 내부 사진을 각각 공개한 이후에 공개됐다. 

구엘라 의원은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설은) 어린이들에게 끔찍한 조건을 제공한다”면서 이들이 보건복지부의 시설로 옮겨져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안보부는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앞으로 90일간 국경 지역에서 아동 입국자 수용·보호·수송 등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연방재난관리청을 배치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