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범은 백인일 것” 주장했다가 부랴부랴 삭제·수정
소셜미디어에서 콜로라도 총격사건 인종 이슈화 시도
10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콜로라도주 식료품점 총기 난사 사건의 용의자가 시리아 출신의 20대 이민자 남성으로 확인됐다.
콜로라도주 볼더 경찰은 23일(현지시각) 브리핑을 통해 용의자가 시리아계 이민자인 아흐마드 알 알리위 알리사(21)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용의자를 10건의 1급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고 지역 교도소에 수감했다.
용의자가 시리아 출신 이민자라는 사실은 일부 언론인과 인종차별 반대 운동가들에게 ‘당황스러운 사실’이 됐다.
미 정치논평 팟캐스트인 데일리 와이어는 “언론과 운동가들이 이번 사건 용의자의 신분이 공개되기도 전에 ‘백인’, ‘백인 우월주의자’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뒤늦게 소셜미디어에 ‘범인은 백인’이라고 쓴 게시물을 지우느라 소동을 벌였다.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의 조카인 미나 해리스도 그중 하나였다. 그녀는 사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아무런 근거 없이 “백인은 위험한 테러리스트”라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썼다.
미나 해리스는 22일 오후 7시께 트윗에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 한 주도 채 지나지 않았다. 폭력적인 백인은 우리 나라를 위협하는 가장 거대한 테러리스트”라고 썼다.
This was how Vice President Harris’ niece immediately reacted to the shooting in Boulder pic.twitter.com/jzMzTroc81
— Daily Caller (@DailyCaller) March 23, 2021
이 글은 단기간에 6500번 공유되고 3만5천 개의 ‘좋아요’가 달리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곧 총격범이 시리아계라는 사실이 전해지자 미나 해리스는 재빨리 해당 트윗을 삭제하고 “그가 생포됐다는 점과 미국 총기 난사 사건 대부분이 백인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근거로 추측했다”고 해명했다.
페미니스트 활동가로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였던 에이미 시스킨드(Amy Siskind)는 자신의 트위터에 “총격범이 생포된 걸 보니 백인”이라고 썼다가 자세한 보도가 나오자 “희생자를 추모하자”는 내용으로 글을 고쳤다.
USA투데이의 ‘인종과 통합’ 섹션 편집자인 허멀 자베리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성난 백인만이 그런 일을 벌일 것”이라고 근거 없이 주장을 펼쳤다가 후속 보도가 나오자 해당 글을 삭제했다.
백인에 대한 이 같은 인종차별적 선입견에 대해 보수 성향 언론과 평론가들은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폭스스포츠의 사회자인 클레이 트레비스는 자베리의 트윗을 캡처하고는 “주류 언론에서 인종과 통합 섹션을 맡은 편집자가 실제로는 반(反)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전략가인 케이럽 훌(Caleb Hull)은 ‘총격범은 백인’이라고 주장한 기자와 인종차별 반대 운동가들의 게시물 여러 편을 자신의 트위터에 링크했다.
그러고는 “여기에 비극적인 볼더 총격 사건을 즉시 정치화하여 내러티브를 밀어붙인 모든 멍청한(idiotic) 좌파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용의자는 시리아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대부분의 삶을 보냈다. 용의자의 페이스북에는 그가 1999년 시리아에서 태어나 2002년에 미국에 왔다고 적혀 있다.
그는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고, 고등학교에서 레슬링 선수로 활동했다는 내용도 밝혔다.
미국 매체 아웃킥은 “이런 주장 대부분은 ‘백인은 살인자’라는 가정을 하고 있다”며 “미국에 살인과 폭력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백인 혹은 백인이라고 믿는 사람이 폭력을 저질렀을 때만 이슈가 된다”며 인종과 관계없이 폭력은 중단돼야 한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