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새 정부 출범 후 중국 공산당(중공)은 서둘러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지만, 바이든 행정부 역시 미중 관계를 “21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시험”이라며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이다.
앞으로도 이 같은 정책기조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국에 강경한 자세로 대할 필요가 있다”며 대중강경책의 고삐를 늦추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중공은 강경한 바이든 행정부에 맞서는 대신 목소리를 낮추는 쪽을 택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공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중공은) 세계 평화의 건설자이자 국제 질서 수호자”라며 “미국과 충돌하지 않고 서로 존중하고 협력해 윈윈(win-win)하는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주력한다”고 말했다.
중공의 이 같은 발언이 형식적인 것임은 자명하다. 미국은 물론 중공 자신도 믿지 않는 이런 발언을 내놓는 저의가 무엇일까.
최근 칭하이(靑海)성의 한 지방 간부 연설문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정확하게는 이 연설문을 통해 공개된 시진핑의 내부 발언이다.
지난달 25일 현지 언론은 칭하이성 치롄현 당위원회 선전부가 개최한 학습모임에서 허빈(何斌) 서기가 행한 연설을 소개했다.
허빈은 이 연설에서 시진핑의 연설을 구절구절 철저히 연구해 당 지도부의 사상을 파악했다면서, 시진핑의 연설을 주제별로 나누어 설명했다.
허빈은 “시진핑의 국제정세 연설의 요점은 역사적으로는 서쪽(서구사회)이 강하고 동쪽이 약했 (西強東弱)지만, 미래의 정치적 판단에 따르면 동쪽이 떠오르고 서쪽이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미중 관계 전략게임에 관해 논할 때 시진핑의 일관된 견해는 중국의 발전과 안보에 있어 미국이 가장 큰 위협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통치 시스템에 대해서는 다양한 변화는 있겠지만, 경제의 세계화라는 근본적인 방향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진핑의 생각”이라고 허빈은 덧붙였다.
중공 고위층은 대체로 연설문을 공개하지 않거나 일부만 공개한다. 정치적 반대세력에게 이용당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종종 이런저런 경로로 공개되는데 허빈의 연설이 바로 그런 사례다. 여기서 핵심은 허빈의 연설 자체가 아니라, 시진핑의 내부 연설이 선전부를 거치지 않고 유출됐다는 점이다.
중공은 대외적으로 늘 미국과 협조를 강조하지만, 속으로는 미국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한다는 것은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번 허빈의 연설에서 드러난 시진핑의 내부 발언 중 ‘서쪽이 강하고 동쪽은 약하다’, ‘동쪽이 떠오르고 서쪽은 떨어진다’는 표현은 마오쩌둥의 유명한 발언인 ‘동풍이 서풍을 압도한다’(東風壓倒西風)를 떠오르게 한다.
이를 비추어 볼 때, 시진핑은 당 간부들을 향한 내부 연설에서 자신을 마오쩌둥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중공이 곧 미국을 따라잡고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니 자신을 믿고 따라달라고 설득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다만, 시진핑이 어떤 근거로 이 같은 주장을 펼쳤는지는 허빈의 연설을 통해 전해지지 않았다.
미국을 이기겠다는 시진핑의 야욕은 지난 1월 중국 매체를 통해 전해진 한 당 간부 기고문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천이신(陳⼀新) 중공 정법위원회 서기는 지난 1월 15일 시진핑이 지방 최고위급(성장)들에게 전한 연구토론 주제를 소개하는 머릿말에서 “100년 만의 비상시국과 100년 만의 전염병 사태가 겹치면서 세계는 격동기에 접어들었다”며 전염병은 위기이자 기회이며 미국과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공은 의전과 서열을 중시하는 정권이다. 천이신은 시진핑의 측근이기는 하지만, ‘미국과의 장기전’ 같은 표현은 그의 직위로는 함부로 사용하기 어려운 단어다. 시진핑의 의중이 담겼다고 봐야 한다.
천이신은 당 간부들이 시진핑 사상을 잘 습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머릿말을 썼겠지만, 최악의 비밀을 드러내기도 했다.
바로 중공 지도부가 ‘100년만의 전염병 사태’ 즉 코로나19로 불리는 중공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을 위기이자 기회로 보고 있음을 발설한 일이다.
코로나19를 에포크타임스에서 중공 바이러스로 규정하는 것은 이 바이러스가 중국 공산당 정권하에서 발생하고 확산했으며 해외로 퍼졌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위험성을 거론하기에 앞서, 국제적으로 팬데믹을 유발한 중공 정권이 이번 바이러스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임을 명확히하기 위한 표현이 ‘중공 바이러스’다.
천이신의 발언은 중공이 사태 초 은폐와 잡아떼기로 일관하던 이번 사태를, 중공 정권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위한 악랄한 기회로 역이용하려 했음을 자인한 꼴이 됐다.
아쉬운 것은 칼을 갈며 미국과 장기전을 준비하는 중공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다.
국제사회에서 중공과 맞설 수 있는 국가와 정부, 국제기구가 하나씩 줄어드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중공을 ‘경쟁 상대’ 정도로만 여기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국가의 구성원들로서는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각국이 의약품의 개발과 보급, 방역 대책으로 팬데믹 피해를 줄여나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정작 이번 사태를 초래한 근본적인 책임을 중공에 추궁하겠다는 목소리는 점점 옅어지고 있다. 미국은, 그리고 세계는 어떤 대가를 또다시 치르게 될지 모를 일이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