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신생아 출산이 급격히 줄고 있다.
중국 공안부 주민등록연구센터가 지난 8일 발표한 ‘2020년 전국 성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출생자는 1003만여 명이다. 이 중 남아는 529만 명(52.7%), 여아는 474만 명(47.3%)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중국의 출생자 수는 2019년보다 15% 줄었고 1949년 중국 공산당 집권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에서는 호적에 등록된 신생아 수와 실제 출생자 수가 다른 경우가 많다.
중국 공안부 호적관리연구센터에 따르면 2019년 등록된 출생자는 1179만 명이지만 실제 출생자는 1465만 명이다.
같은 비율로 지난해 실제 출생 인구를 추산하면 약 1248만 명으로 2019년보다 15% 감소했다.
이로써 중국의 출산율은 1% 아래로 떨어졌다. 인구 100명당 1명의 아기가 태어나는 셈이다. 이는 중국 삼년대기근(1959~1961) 때보다 낮은 수치다.
일부 도시, 신생아 50% 감소
중국 당국은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36년간 실시해온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2015년 ‘두 자녀 정책’으로 전면 전환했다. 이듬해 출생률이 일시적으로 상승해 1786만 명이 태어났지만 이후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중국의 출생자수는 2017년 1723만 명, 2018년 1523만 명, 2019년 1465만 명으로 각각 3.53%, 11.60%, 3.81%, 2020년에는 14.93% 감소했다.
불과 4년 만에 중국의 출생 인구는 30% 격감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18일 ‘2020년 출생 인구 데이터’ 발표를 4월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출생인구를 살펴보면 광둥성 109만 명, 안후이성 허페이시 7만 9300명, 저장성 닝보 3만 7100명으로 모두 2019년보다 24%가량 감소했다. 저장성 타이저우는 32.6%, 구이저우성 구이양은 31.6% 감소했다.
샤먼과 허난성 신양은 지난해 출생 인구가 2만 9500명으로 2019년보다 무려 50%나 줄었다.
주택·교육·양육비 부담으로 출산 기피
이런 현상은 주택·교육·양육비 부담이 커지면서 젊은 부부들이 출산을 기피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에는 “높은 집값이 가장 좋은 피임약”이라는 말도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를 ‘지폐 파쇄기’에 빗대기까지 한다. 월 소득 3만 위안(약 510만 원)으로 아이 키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량젠장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경영학과에 해당) 교수는 기고문을 통해 “중국인의 출산 고통지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량 교수는 “2020년 출생 인구는 지난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한 해이지만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출생 인구가 가장 많은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중국은 향후 매년 출생 인구가 더는 1400만 명을 초과하지 못할 것이고, 1천만 명 이하로 급속히 미끄러져 내려갈 것이다. 출생률을 대폭 증가시키지 않는다면 이런 하락세는 끝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의 런쩌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출산 보고서’를 통해 중국인의 고령화 속도와 규모는 전례 없이 빠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중국은 고령 인구가 14%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데 이어 2033년께는 20% 이상, 2060년에는 약 35%까지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이 다음과 같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인구배당효과가 사라질 것이다. 인구배당효과란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높아지면서 부양률이 하락해 경제 성장률이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저렴한 노동력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노동력 원가 상승, 잠재적 경제성장률 하락, 청년 인구 감소, 사회 혁신과 창업 활력 저조, 사회계층 고착화, 투자율·저축률 하락, 사회적 부양비용 및 노후 부담 가중, 정부 부채와 사회보장 압력 상승 등에 직면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일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이 ‘1명’에 못 미치고 있다.
2018년 합계출산율 0.98명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3분기 기준 0.84명까지 하락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