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국 前 사이버 심사원 “경찰 감시하에 정보 통제·검열…중국인들 ‘개조’당했다”

스티브 하
2020년 07월 08일 오전 10:43 업데이트: 2020년 07월 08일 오후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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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이주한 전직 중국 인터넷 검열원이 중국 공산정권의 사이버 검열 실태를 폭로했다. 이에 따르면 검열과 정보통제의 목적은 대중의 가치관 ‘개조’였다.

지난달 29일 중국계 미국 이민자 류리펑(劉力朋)씨는 에포크타임스·NTD 합동 인터뷰에서 중국 사이버 심사의 업무 내용을 밝혔다. 그는 공산당의 검열시스템을 “매우 복잡하고 거대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류씨는 10년 가까이 중국의 한 민영기업 소속으로 시나닷컴이 운영하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동영상 포털인 러스(樂視·LeTV)의 동영상 총편집실에서 품질모니터링 담당을 지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자신이 속한 부서가 중국 정부기관 다수와 협력했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에는 중국의 사이버 규제·검열 기관인 인터넷정보판공실(網信辦), 사이버 경찰 등이 있었고 인터넷 검열과 거리가 멀게 보이는 농업부도 있었다고.

류씨와 동료들은 ‘심사원’ 신분으로 중국 SNS업체와 포털업체에 게시글 삭제 명령을 내릴 수 있었고, 인터넷판공실이 파견한 주재원과 ‘협력’ 하에서 근무했다.

그는 명목상 협력이지 실은 감시였다며 “대형 포털업체에는 중국 공산당에서 파견된 인력이 상주했다. 웨이보 근무 당시 뒤에 경찰이 앉아 있었는데, 사석에서 ‘경찰이 등에 총을 겨눈 상태에서 근무한다’는 농담을 친구와 주고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류씨는 중국 공산정권의 검열 시스템이 사람(심사원)과 인공지능(AI)이 분담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민감어’를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으로 분류해, 시스템에 고위험군 민감어가 포착되면 사람이 심사하고 저위험군 민감어는 AI에 맡긴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3월 중공 폐렴(우한 폐렴) 유행 이후 사이버 검열이 특히 엄격해졌다며 검열 때문에 사람들이 쓸 수 있는 표현이 고갈됐다고 했다.

미국으로 이주한 전 중국 인터넷 심사원 류리펑(劉力朋) 씨 | NTD 화면 캡처

동영상 업체 근무 당시 느꼈던 상황도 전했다. 류씨는 중국에서는 이용자들이 직접 만든 독창적인 콘텐츠(UCC)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는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 심해 제작 의욕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동영상 업체들은 거액을 들여 콘텐츠 제작 전문가들이 생산한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조지 오웰은 그의 책 ‘1984’에서 ‘새말’(newspeak)이라는 개념을 제안해 독재자가 사회구성원의 언어생활에 개입해 사람들의 사상까지 통제하는 상황을 짚어낸 바 있다.

류씨는 조지 오웰이 ‘새말’을 통해 경고한 상황이 중국에서 그대로 일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장기간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정보를 머리에 주입받다 보니 스스로 진실을 구분할 능력을 상실했다고 했다.

“중국인들은 자유세계에 와서도 여전히 ‘위챗 모멘트’(등록된 친구들만 모인 소규모 커뮤니티)에 머물고 위챗, 웨이보, 진르터우티아오(AI뉴스앱), 틱톡을 본다. 진실을 보여줘도 믿지 않는다.”

미국으로 이주하긴 했지만,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고 목소리를 내기로 한 류씨의 결단은 그 자신이 중국에서 중국인들을 어리석은 대중으로 만드는 작업에 가담했다는 반성과 뼈저린 후회에서 비롯됐다.

그는 “중국인들은 자유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유에 반대하는 사람들로 변했다. 인터넷 방화벽, 그 안에서 계속되는 정보 주입과 여론 통제가 낳은 결과”라며 오늘날 중국인들을 이해하고 도와줄 것을 국제사회에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