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려니숲 입구에서 갑자기 공격 당해 아내가 머리를 다쳤다”
최근 제주 사려니숲길을 방문한 A씨가 제주도청 누리집 ‘신문고’에 올린 글의 내용이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제주 지역 한 골프장에서 현금 30만 원이 든 지갑을 도둑맞았다. 다행히 지갑은 금방 찾았다.
대체 범인은 누구일까?
11일 제주시 관계자 등에 따르면, 2년쯤 전부터 사려니숲길 탐방로 입구 인근에서 까마귀 2~3마리가 탐방객들의 머리나 어깨를 툭툭 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까마귀들은 음식물을 노리기 위해 탐방객들 가방에 내려앉기도 했다.
일부 탐방객들은 갑작스런 까마귀의 공격에 놀라 피하다 넘어지기도 했다.
까마귀의 이상행동은 제주지역 골프장에서는 이미 흔한 일이다.
도내 일부 골프장에서 집단 서식하는 까마귀들이 카트에 둔 김밥이나 과자는 물론 지갑과 옷, 심지어 휴대전화까지 물고 달아나는 ‘절도 행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도내 골프장 관계자는 “골프장 측에서는 어찌할 방도가 없기 때문에 라운딩 전 까마귀로 인한 분실물 발생 가능성을 골퍼에게 충분히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는 전문가들에 포획을 의뢰했지만 까마귀가 영리하고 눈치가 빨라 포획이 쉽지 않은 상태다.
까마귀는 유해동물로 지정돼 있어 허가를 받을 시 포획할 수 있다.
강창완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장은 “까마귀들이 탐방객을 피하지 않는 것은 가방에서 음식을 꺼내 던져주거나 먹다 남은 음식을 버리고 가는 일이 수년간 반복되면서 학습효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며칠 간 포획틀이나 그물총으로 포획을 시도했지만, 조금만 가까이 가도 달아나고 덫 근처에도 오지 않아 포획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