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전문가 “코너에 몰린 것”

뤄야, 장둔
2020년 05월 29일 오후 1:59 업데이트: 2020년 05월 30일 오후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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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국제사회의 반대 여론 속에서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제정했다. 올해 9월 홍콩 의원 선거를 앞두고 압도적인 패배를 막으려 강행한 무리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중국 정세에 대한 전망도 제시됐다.

28일 중국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보안법을 찬성 2,878표, 기권 6표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반대는 단 1표에 그쳤다.

이로써 중국 정부와 공산당은 홍콩 내 반(反)중 인사를 제약 없이 감시하고 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보안법 제정이 “다른 선택지가 없는 막다른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민주당 왕쥔타오(王軍濤) 대표는 이날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올해 9월 열리는 홍콩 의원 선거에서 친중파의 몰락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왕쥔타오 대표는 “지난해 11월 홍콩 구의회 선거는 송환법 반대 시위의 여파로 친중파가 완패했다. 당시 유권자들은 보안법 제정에 찬성한 친중파 의원들을 모조리 낙선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안법에 찬성한 의원들은 무조건 떨어지기 때문에, 9월 선거에서 친중파 의원들을 남기기 위해 공산당이 직접 보안법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은 1997년 홍콩 반환 직후부터 보안법 제정을 추진해왔다.

2003년에는 홍콩 정부를 앞세워 제정을 시도했으나 홍콩인 50만 명이 거리 시위를 벌이면서 좌절됐고 이후 비슷한 시도들이 모두 실패했다.

왕쥔타오 대표에 따르면 이번 9월 홍콩 의원선거는 매우 중요하다.

그는 “친중파가 오는 9월 선거마저 패배하면, 홍콩에는 시민의 편에 선 의회가 들어선다. 즉, 의회가 특별투표를 도입해 합법적으로 공산당에 항쟁할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공산당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지난 1월 홍콩 내 공산당 최고 책임자인 중앙연락판공실 주임을 뤄후이닝(駱惠寧)으로 교체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진핑은 홍콩 보안법 제정이 더딘 게 홍콩을 장악한 쩡칭훙(曾慶紅) 세력의 반대공작 때문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홍콩에 연고가 전혀 없는 뤄후이닝을 홍콩으로 보냈지만, 뤄후이닝이 “직접 추진 밖에는 답이 없다”는 보고를 올렸다는 것이다.

미 워싱턴정보전략연구소 리항칭(李恒靑) 연구원은 “중국 공산당의 홍콩보안법 직접 제정은 합법적 통치 능력이 없음을 스스로 밝힌 꼴”이라고 밝혔다.

지난 28일 전인대 표결을 통과한 홍콩보안법은 2개월 뒤 전인대 상무위 표결을 통해 최종 입법·발효된다. 이때 홍콩의 미니헌법인 기본법 18조에 따라 부칙 3조에 첨가된다.

기본법 18조는 홍콩 의회를 거치지 않고 법안을 통과하는 사례를 정하고 있다. 이런 방식이 가능한 법안은 외교·국방 등 홍콩반환협정에서 홍콩 자치권에 포함하지 않은 분야뿐이다.

그런데 홍콩 보안법은 외교·국방이 아닌 국가권력 전복, 내란 선동, 테러 활동,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 등을 금지·처벌한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자치권을 제약하는 성향이 강해 홍콩반환협정과 기본법 18조의 원 취지와도 위반된다는 게 리항칭 연구원의 지적이다.

리항칭 연구원은 또한 “세계 500대 기업이 지사나 사무소를 두고 있는 홍콩이 기본적인 발언권 없고 법치가 통용되지 않는 도시라면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며 “홍콩에 진출한 외국기업들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빠져나갈 것은 자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미국은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 재검토를 시사했다. 만약 홍콩이 관세혜택 등을 잃고 중국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 대우를 받게 된다면, 미국은 중국에 부과한 것과 똑같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미국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7일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홍콩이 계속 대우받을 것이라는 점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오늘 의회에 보고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특별지위가 박탈되면 홍콩이 누리고 있는 금융·무역 중심지로서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위안화의 역외 금융시장으로서 가치도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왕쥔타오 중국민주당 대표는 “중국은 홍콩반환협정을 맺을 때,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50년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절반인 25년도 넘기지 못하고 약속을 깼다. 그리고 그 모습을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