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포크타임스) 홍콩 시민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해 쇼핑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서 “5대 요구사항 전면 수용”을 외쳤다.
지난 15일 일요일, 연말 쇼핑 대목을 맞아 홍콩 시위대는 시내 주요 쇼핑몰을 돌며 친 중국공산당(친중공) 성향 상점과 음식점의 영업을 ‘보이콧’하는 새로운 형태의 시위를 벌였다.
이날 오후 3시 50분께 사틴의 뉴타운 광장에서는 시위대가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에 물건을 쌓아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시위를 벌이려 했으나, 예상외로 일찍 도착한 경찰에 체포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은 10대로 보이는 여성을 포함해 최소 4명을 체포했고, 이들을 도우려던 다른 시위대를 향해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고 진압봉을 흔들며 제지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와 무관한 시민과 취재진이 경찰이 휘두른 진압봉에 맞아 다쳤으며, 그중에는 본지 취재기자도 한 명 포함됐다.
경찰의 무차별 진압은 현장에 있던 시민들의 반발을 일으켰다. 시민들은 경찰을 향해 “떠나라”라고 외치기 시작했고, 경찰은 “불법 집회”라며 무력진압을 상징하는 푸른 깃발을 흔들어 경고하면서 체포한 시위대를 이송해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경찰 당국은 “시위대가 상점을 파손하고 출입구와 계단을 차단하는 등 ‘불법행위’에 대응한 ‘강제조치’를 위해 쇼핑몰에 진입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I took footage of this young man getting arrested. Upon review, it looks a man carrying shopping bags pushed a hammer-looking tool toward the protester with his feet. Police then pushed hammer closer to protester, appearing as if it’s his #hongkongprotests pic.twitter.com/OTfDRBWgrH
— Annie Wu (@annieeenyc) December 15, 2019
카우룽 베이에 있는 텔포드 플라자에서는 경찰이 친중공 성향 기업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보이콧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를 향해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며 해산시키고 시위 참가자 2명을 체포했다.
경찰이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들에게까지 페퍼 스프레이를 발사하는 사건도 있었다. 한 경찰은 시위 차단과 관련해 지역 주민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페퍼 스프레이를 발사했고, 또 다른 경찰은 한 시민이 경찰 쪽으로 물품 운반용 카트를 이동시키자 이에 대한 반응으로 페퍼 스프레이를 쐈다.
친중공 매장 보이콧 시위와 함께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매장을 찾아가 매상을 올려주는 활동도 함께 전개됐다.
사이쿵의 팝콘몰, 코즈웨이베이의 타임스퀘어, 타이쿠싱의 시티플라자 등 쇼핑몰에서는 네티즌들이 모인 가운데 ‘크리스마스 숍’ 켐페인이 진행됐다.
이들은 “정오에 노란색 스티커가 붙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아이 쇼핑을 하는 온건 시위에 동참하자”고 제안했다.
#hongkongprotesters started “Xmas shopping” action around town to boycott pro-Beijing shops. They’re shouting slogans like “disband police,” “5 demands not one less” – Shatin New Town mall pic.twitter.com/iXps5iMQvS
— Annie Wu (@annieeenyc) December 15, 2019
시티 플라자에서 시위대는 친(홍콩)정부 상점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표지판을 내걸고 몇몇 상점에는 스프레이를 이용해 ‘보이콧’이라는 글자를 칠했다.
노란색 스티커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범민주 진영을 상징한다. 시위대는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자치권을 지키려는 홍콩 민주항쟁을 시작한 이후, 색깔이 다른 스티커를 붙여 불매 혹은 소비 운동을 벌이고 있다. 친중공·친정부 매장에는 파란색 스티커를 붙여 보이콧한다.
쇼핑몰 보이콧 외에 일반적인 집회도 계속됐다.
오후 5시 무렵에는 시위대 100여 명이 도심 광장에 모여 ‘홍콩에 영광을(Glory to Hong Kong)’이라는 비공식 홍콩 애국가를 불렀다.
에든버러 광장에서는 사회복지 관계자 수백 명이 3일간 파업을 결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홍콩 당국에 ‘5대 요구사항’ 수용을 촉구하며 17일부터 파업한다. 집회 주최측은 “이번 파업은 그동안 민주화 운동 최전선에 섰던 젊은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 결의 집회 참가자 콴모씨는 체포된 시위대에게 보낼 크리스마스 카드에 글을 쓰고 있었다. 콴씨는 “시위대 최전선에 설 용기가 없었다. 선봉대에 섰던 젊은이들이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송환법 반대 시위 도중 추락해 사망한 시민 추모
송환법 반대를 위해 고공 농성을 벌이다 추락해 사망한 시민에 대한 추모 집회도 열렸다.
이날 애드미럴티의 퍼시픽 플레이스 부근에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정확히 6개월전인 6월 15일 쇼핑몰 외벽에서 ‘범죄인 인도법 추진에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펼치려다 바닥으로 떨어져 숨진 마르코 량(35)을 추모했다.
한 여성은 “그는 가지 말았어야 할 길을 너무 일찍 떠난 사람”이라며 애도의 뜻으로 접은 종이 꽃다발을 선사했다.
한 10대 참가자는 “(량 씨의 죽음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깨어날 수 있었다”며 “이 정부가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참가자 양모씨는 “홍콩인들은 장기전에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홍콩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