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블랙코미디 애니메이션 사우스파크가 시즌 23, 에피소드 2화 ‘밴드 인 차이나’ 방영으로 중국에서 차단된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독일의 유명 DJ 제드(Zedd)가 사우스파크의 대중국 사과문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중국 입국을 금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출신으로 주로 독일에서 활동한 음악 프로듀서 제드는 지난 11일 트위터에 중국행을 금지당했다고 밝혔다. 그가 사우스파크 제작진의 대중국 사과문 트윗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게 중국 입국을 금지당한 이유다. 12일 미국 CNBC는 이 소식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제드는 2014년 제56회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댄스 음반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에는 세계 100대 DJ 가운데 44위에 올랐다. 누리꾼은 제드에게 중국 공산당에 의해 차단당한 소감을 노래로 만들라고 조언했다.
사우스파크, 중국 공산당 연달아 반격
사우스파크 제작진은 지난 10월 1일 중국 공산당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밴드 인 차이나’ 편을 방영했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중국 정권의 언론탄압과 인권박해, 할리우드 영화산업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도 직설적으로 풍자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수용시설인 노동교양소에서 이뤄지는 강제 노역과 폭행, 살인을 다뤘으며 검은 옷차림의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 물대포 등 홍콩시위에 대해서도 여과없이 그렸다.
사우스파크는 중국에서도 온라인으로 서비스된다. 해당 에피소드가 공개되고 약 1주일 뒤에야 중국 당국은 온라인 플랫폼과 포탈에서 사우스파크를 차단하고 SNS와 인터넷 카페 같은 네티즌 커뮤니티 공간에서도 관련 대화를 모두 금지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사우스파크 제작진 트레이 파커와 맷 스톤은 공식 트위터에 ‘대중국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이는 역설적 표현을 통해 오히려 중국 공산당을 풍자하는 내용이었다. 사과문에 더욱 심각한 인권유린을 폭로하고 있다고도 풀이됐다.
Watch the full episode – https://t.co/oktKSJdI9i@THR article – https://t.co/nXrtmnwCJB pic.twitter.com/Xj5a1yE2eL
— South Park (@SouthPark) October 7, 2019
사과문에서는 “NBA처럼 우리도 우리의 집과 우리의 마음에 대한 중국의 검열을 환영한다. 역시 자유나 민주주의보다는 돈이 좋다. 시진핑은 ‘푸’와 전혀 닮지 않았다. 수요일 오전 10시에 하는 300회를 봐라. 위대한 중국 공산당 만세! 올가을 사탕수수 수확이 풍성하기를! 중국, 이제 됐지?”라고 전했다.
“NBA처럼(Like the NBA)”이라는 표현은 미국 프로농구(NBA) 유명 구단 휴스턴 로키츠의 단장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가 중국의 거센 반발에 사과한 것을 빗댄 구절이다.
“자유나 민주주의보다 돈이 좋다(we too love money more than freedom and democracy)”는 말은 자금력을 앞세워 미국 언론과 문화, 예술계에 중국 정권 입맛대로 내용검열을 요구하는 상황을 풍자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진핑은 푸와 전혀 닮지 않았다는 구절은 디즈니 인기 캐릭터 곰돌이 푸가 시 주석과 닮아 중국에서 검열 대상이라는 점을 풍자한 부분이다.
더욱 의미심장한 부분은 “위대한 중국 공산당 만세!”에 이은 “올가을 사탕수수 풍작을 기원한다(May this autumn’s sorghum harvest he bountiful!)”는 대목이다.
사우스파크 제작진이 중국에서 재배되는 수많은 농작물 중 하필 사탕수수(sorghum)만을 콕 찍어 지목한 이유가 무엇일까?
핵심은 연음현상에 있다. 사탕수수(sorghum)란 단어만 그냥 읽으면 발음상 소검이 되지만, 앞 단어(autumn’s)와 함께 읽으면 오검으로도 들린다. 즉 ‘올가을 사탕수수 수확(autumn’s sorghum harvest)’이라는 표현은 연음현상을 고려하면 ‘올가을 장기 수확(autumn’s organ harvest)’이라는 말과 발음상 매우 유사하다.
장기 수확(organ harvest)은 지난 몇년간 국제사회에서 제기된 중국의 인권탄압 핵심 의혹 중 하나다. 중국 공산정권이 감옥 내 양심수들을 대상으로 장기를 적출해 이식수술용으로 판매해왔다는 내용이다. 여러 가지 조사를 통해 의혹은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사우스파크 제작진의 대중국 사과문 마지막 문장은 이러한 중국의 장기매매 범죄를 풍자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