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근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제조해 미국에 불법 유통한 중국인과 중국 기업에 제재를 가한 데 이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체국에 중국에서 들어오는 펜타닐 소포에 대한 정밀검사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중공 외교부 대변인 겅솽(耿爽)이 “수요가 없으면 공급이 있겠느냐”고 맞받아쳐 논란이 일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2일 미국 정부가 펜타닐(오피오이드계 마약성 진통제)을 제조해 미국에 수출한 중국인과 중국 기업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고 보도했다.
하루 뒤인 23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택배업체에 중국에서 오는 펜타닐에 대한 검색 및 수령 거부를 지시했다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미국 연방 택배, 합동 택배 서비스 회사와 미 우정국은 마약 밀매업자들이 미국 우체국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를 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수요와 공급은 함께 상생하는 것으로, 수요가 없으면 무슨 공급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겅솽의 말은 중국 공산당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미국 내 마약의 범람과 중국이 생산하는 펜타닐과의 밀접한 관계를 간접적으로 인정한 꼴이 됐다.
겅솽의 발언이 대륙 매체에서 보도되자,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신원다투차오(新闻大吐槽)’라는 누리꾼은 “(겅솽의) 이 말의 의미는 마약 복용은 유죄이고, 마약 제조는 무죄라는 뜻인가? 중국의 마약 제조자들은 깊은 산골에 숨어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 당신들은 겅솽에 의해 특별사면됐다”고 비판했다.
‘Mrdoor VPN(SS) 방어벽 돌파 시스템’은 “CCP(중공) 돼지팀 겅솽이 G7 지도자들을 화나게 만드는 돼지 같은 발언을 방금 발표했는데, 이렇게 빨리 펜타닐 수출에 대한 건달 논리를 또 발표하다니 미련한 짓으로, CCP(중공)에 정말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돼지팀은 중화권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로, 돼지처럼 바보 같고 일도 못하는 팀원이라는 뜻이다. 상대방을 비하할 때 쓴다.
‘시진펑(习近彭)01’은 “강도 살인에도 이유가 있다. 그가 나에게 돈을 안 주려고 해서 나는 그를 죽였다. 수요가 없으면 무슨 공급이 있겠느냐고? 그가 죽고 싶어 하니까 내가 그를 죽여 준 것이다”라고 비꼬았다.
‘Cindy Wei’는 “중국 공산당만이 이런 파렴치한 마약 밀매 발언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펜타닐은 헤로인의 100배, 모르핀의 80배 진통 효과를 지닌 대표적인 마약성 진통제 약물로, 수술 환자를 위한 진통제 혹은 전신마취제로 쓰인다.
중국 마약 거래상들이 온라인을 통해 불법으로 미국에 다량 수출하면서 펜타닐 중독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으며 미 의료당국은 펜타닐 등의 남용으로 매년 2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월 취임 이후, 미국 마약의 범람 문제가 심각하며 가능한 한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같은 해 10월 트럼프는 국가적인 마약 위기에 대한 비상 태세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마약성 진통제의 남용이 계속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펜타닐과의 전쟁’을 선언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공급업자들이 미국의 아편류 약물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 각료회의에서 “중국에서 오는 펜타닐 아편류 마약이 우리 국민들을 죽이고 있다”며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확고하다. 이는 하나의 수치로서 우리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급기야 중국에 펜타닐의 미국 내 유입을 차단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요구했고 지난해 12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펜타닐 관련 물질을 규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올해 4월 중국이 발표한 펜타닐 규제 조치에 펜타닐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는 빠져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약속 불이행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뉴욕주 부주지사였던 맥커게이는 지난달 26일 뉴욕포스트에 ‘중국(중공)이 미국에 대해 화학 전쟁을 일으켰다’는 문장을 발표해 중국에서 제조된 마약이 미국을 해치는 심각성을 폭로했다.
이 문장에서 지난 3년 동안 중국에서 조제된 펜타닐과 유사한 합성 아편 약물(synthetic opioids)이 약 7만 9000명의 미국인을 죽였고, 그중 대다수가 젊은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맥커게이는 수년 동안 미국 우체국이 중국 마약 밀매업자들의 마약 운반 거래처로 사용돼 왔다고 언급했다. 연방정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없었고, 2018년에야 국회에서 중국으로부터 온 택배마다 내용과 출처를 표시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매일 130만 개의 국제 소포 중 100개 정도만 세관에서 검사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외에도 중국에서 제조한 어떤 펜타닐은 멕시코로 보낸 뒤 밀수꾼을 거쳐 남쪽 국경에서 미국으로 들여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보고서에는 “국경에서의 소포 검사는 ‘바다에서 바늘 찾기’와 같다”고 했다.
‘대서양(The Atlantic)’지는 지난달 18일, 후베이 우한에 위치한 위안청(远城)회사가 합성 펜타닐과 같은 마약을 합성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원료를 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 기자인 벤 웨스토프는 고객으로 위장해 1년 동안 이 회사 판매사원 17명과 연락을 취했으며 지난해 1월에는 본사를 직접 현지 탐방했다.
웨스토프는 그들에게 NPP와 4-ANPP(펜타닐 생산 원료)가 어떻게 미국으로 운반되는지 물었다. 한 선전 지사장은 10kg 이하는 택배로, 10kg 이상은 항공편으로 운송한다며 그들의 제품은 미국에 파는 것은 얼마 되지 않고 대부분이 멕시코에 팔린다고 답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미국 내 펜타닐의 대다수가 멕시코에서 왔으며, 멕시코 마약 밀매업자들이 중국 회사로부터 펜타닐 원료를 대량으로 사들여 펜타닐을 합성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5일 멕시코 정부는 펜타닐을 대규모로 밀반입한 사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약 25.75t의 펜타닐 분말이 적발됐는데 이들은 모두 중국 상하이에서 왔으며 목적지는 멕시코 시날로아주 쿨리아칸시의 시날로아 마약밀매 조직의 본부 소재지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