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인민법원(대법원 격) 저우창(周強) 원장이 탄광개발권 관련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의혹으로 낙마 위기에 몰렸다고 홍콩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산시(陝西)성의 ‘천억 위안(약 16조 5천억 원) 광산권사건’의 흑막이 점점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자오정융(趙正永) 전(前) 산시성 당서기의 낙마로 저우창 최고인민법원장의 운명에 세간의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저우창 원장은 산시성 탄광개발권을 놓고 개발업자가 성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판결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3년 3월 중국 최고인민법원장에 취임해 한때 중국 공산주의 청년단(공청단)파의 선두주자로서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군에까지 올랐던 저우창이 축출 직전에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모든 것은 저우창이 조종했다” 폭로
국영 중앙TV(CCTV)의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추이융위안(崔永元)은 지난 2일 왕린칭(王林清) 판사의 인터뷰 동영상을 SNS에 공개했다.
전(前) 중국 최고인민법원 판사 왕린칭은 중국 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수십억 달러(수조 원) 규모의 2016년 광업권 재판에 자신의 상급자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며 사법부 부정을 폭로했고, 그 후 실종됐다.
당시 재판을 담당했던 왕 판사는 저우창 원장이 산시성 정부에 유리하게 판결을 변경하라고 지시하고 압력을 가했으며 여러 차례 사건 심리에 개입했었다고 증언했다. 인터뷰에서 왕 판사는 ‘천억 위안 광산권 사건’의 재판 기록 서류가 자신의 방에서 감쪽같이 사라졌으며 집무실에 설치한 감시카메라도 고장 났다고 밝혔다.
왕 판사의 인터뷰 동영상과 폭로 내용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많은 중국인의 관심을 끌었고 저우창은 각 방면에서 공격 대상이 됐다.
이 같은 폭로에 대해 법원은 헛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관련 증거가 드러나자 중기위, 국가감찰위원회, 최고인민검찰원과 공안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팀을 최고인민법원에 투입해 전면 조사에 나섰다.
최고인민법원장 교체설…잉융 상하이 시장 유력
중국 공산당 관료사회의 논리대로라면 이 같은 합동조사팀에는 원래 최고인민법원을 포함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최고인민법원은 여기서 완전히 배제됐다.
중국에서는 현직 관리 이름만 폭로해도 금지되거나 삭제를 당하고 심지어 납치, 실종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인터넷에서 추이융위안과 왕린칭의 폭로가 공개되는 것을 방치했다. 게다가 중국 공산당 관영매체들도 논평을 내며 이에 가세하고 있다.
추이융위안이 용감하게 저우창의 이름을 직접 거론한 것도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추이융위안은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 나와 “내 배후는 여러분이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매우 강하다”고 분명하게 말한 바 있다. 부국 급(副国级·부총리급) 고위관리인 저우창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현재로선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정국 급(正國級·국가지도자급) 관리 7명뿐이다.
이런 정황들로 인해 중국 공산당의 고위층이 추이융위안의 뒤를 봐주고 있으며, 저우창은 이미 중난하이의 신임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성도일보는 조만간 시진핑 주석의 측근인 잉융(應勇) 상하이 시장이 최고법원 원장에 취임할 것으로 관측했다.
저우창 낙마한다면 인과응보
웨이젠싱(尉健行) 전(前) 중기위 서기의 비서였던 왕여우췬(王友群)은 “선악에는 인과응보가 있다. 만약 저우창이 낙마한다면, 옛말이 들어맞는 셈”이라고 꼬집으며 저우창이 이전에 저지른 악행을 다시 폭로했다.
왕여우췬이 희망지성(希望之聲)에 쓴 기사에 따르면, 쩡청제(曾成傑) 삼관(三館)공사 회장이 사형선고를 받은 사건과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다 22년간 수용됐던 리왕양이 갑자기 병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 모두 외부에서는 저우창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인권변호사 320여 명을 구속, 체포한 ‘709 사건’을 저질렀고, 파룬궁(法輪功) 수련자 21만 명이 최고인민법원에 실명으로 장쩌민(江澤民)을 고소했을 때 저우창은 단 한 건도 입건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파룬궁 박해를 더욱 심화시켰다. 2017년에는 전국법원에 “서방의 ‘입헌 민주, 3권 분립, 사법 독립’ 등의 잘못된 관념들을 배척하라”고 지시하자 각계의 거센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장쩌민 전 주석 치하에서, 국가 소유 광물자원에 대한 기득권층의 다양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이와 관련된 취득행위가 현재 중국에서는 최고조에 달했다. 왕 판사는 지하자원 채굴 회사들 간의 분쟁으로 첨예했던 재판과 관련해 사법부 비리를 폭로한 후 지금까지 실종상태에 있으며, 자우정융은 조사를 받고 있다.
시사평론가 위안빈(袁斌)은 “지금 저우창은 뜨거운 솥 안의 개미처럼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그는 2019년 처음으로 낙마한 ‘호랑이(大老虎·고위급 부패관리)’가 될 가능성이 크며, 빠져나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