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왜 열차 좌석에는 안전벨트가 없을까?

2026년 01월 18일 오후 8:48
한 전문가가 기차 좌석에 안전벨트가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은 타이완철도청 자강호 열차의 좌석 모습이다. | Lin Zixin / The Epoch Times한 전문가가 기차 좌석에 안전벨트가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은 타이완철도청 자강호 열차의 좌석 모습이다. | Lin Zixin / The Epoch Times

열차 좌석에서 안전벨트를 본 적이 있는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시속 300km 안팎으로 달리는 일본 신칸센도 안전벨트가 없다. 같은 교통수단임에도 자동차, 버스, 항공기에는 안전벨트가 있지만 왜 유독 기차에는 없을까?

미국의 여행·라이프스타일 작가 서니 피츠제럴드는 최근 ‘리더스 다이제스트’ 기고문에서 “자동차, 버스, 비행기를 탈 때는 늘 안전벨트를 맨다”고 밝히면서도, “20여 년간 전 세계를 여행했지만 열차에서 안전벨트를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에 거주하던 시절 이용했던 신칸센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피츠제럴드는 왜 열차라는 교통수단에는 안전벨트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 조사관 출신 안전 전문가 토머스 바트를 인터뷰했다. 바트는 “극히 일부 상황을 제외하면, 열차 승객은 안전벨트를 착용할 필요가 거의 없다”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열차 사고는 매우 드물다

사람들이 때때로 뉴스에서 열차 충돌 사고를 접하긴 하지만, 이러한 사고는 매우 드문 편이며 특히 자동차 사고와 비교하면 발생 빈도가 현저히 낮다.

미국 연방철도청의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공공 및 사설 철도 건널목(평면교차로)에서 발생한 도로–철도 충돌 사고는 총 2261건으로, 이로 인해 262명이 사망했다. 반면, 미국 교통부 산하 고속도로교통안전청은 같은 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3만9345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안전 전문가 토머스 바트는 자동차·버스·항공기와 비교했을 때 열차의 가장 큰 장점은 운행 환경이 통제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열차는 정해진 선로 위를 달리고, 전문 인력과 관제 시스템이 꾸준히 관리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그래서 열차에는 안전벨트가 없어도 위험 수준이 적정선 아래에 있다고 말했다.

2025년 8월 27일, 미국철도공사(Amtrak)의 차세대 고속열차 ‘아셀라(Acela)’가 워싱턴 D.C. 유니언 스테이션에 정차해 있다. | Saul Loeb/AFP/연합

열차 충돌 시 발생하는 충격력은 상대적으로 낮다

모든 교통수단에서 충돌 시 발생하는 충격력은 차량이 얼마나 갑자기 멈추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바트는 “자동차가 벽돌벽에 충돌하면 거의 순간적으로 멈추기 때문에 매우 큰 충격력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반면 열차는 크고 무거워 작은 물체와 부딪혀도 속도가 급격히 줄지 않는다. 즉, 충격이 훨씬 적다는 뜻이다.

그래서 열차 사고에서 발생하는 충격은 자동차 사고와 성격이 다르며, 자동차처럼 안전벨트가 꼭 필요한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두 열차가 정면 충돌하거나 탈선하면 큰 충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런 사고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바트는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열차가 다른 교통수단과는 다른 방식으로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열차는 자동차나 항공기와 달리 운행 환경이 철저하게 통제되고 사고 발생률도 낮아, 안전 설계의 초점이 대형 충돌과 탈선을 예방하는 데 맞춰져 있다. 최근에는 ‘주행 안전 제어 시스템(PTC)’과 같은 첨단 기술도 도입돼 이러한 위험을 더욱 줄이고 있다.

그렇다면 열차에도 안전벨트를 달아야 할까? 전문가 바트는 “이 문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며 “결국 개인이 어느 정도 위험을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규제 기관들은 열차가 안전벨트를 의무화할 만큼 위험하지는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안전벨트 도입에 신중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는 점이다. 기존 열차 좌석은 안전벨트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지 않아 좌석 전체를 재설계·교체해야 한다. 그러나 열차 사고율이 워낙 낮아, 이 같은 대규모 투자에 비해 실질적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5년 8월 27일, 미국철도공사(Amtrak)의 차세대 고속열차 아셀라(Acela)의 좌석. | Saul Loeb/AFP/연합

둘째, 실제 사용률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 지하철처럼 정차가 잦은 열차에서는 승객이 매번 안전벨트를 매고 푸는 과정이 반복돼 불편이 커지고, 이로 인해 열차 운행 속도가 늦어지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셋째, 열차 좌석의 편안함과 안전성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 안전벨트와 호환되는 좌석은 일반적으로 단단하고 움직임이 적은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장시간 이용에 불편을 초래할 뿐 아니라, 사고 시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승객이 이러한 딱딱한 좌석에 부딪혀 더 크게 다칠 위험도 있다.

넷째, 모든 열차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일부 열차·노선은 입석 공간만 제공하기 때문에 모든 승객에게 안전벨트를 착용시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경우 안전벨트 설치는 열차의 수송 능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바트는 “어떤 교통수단도 100% 안전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각 교통수단은 고유의 설계와 규제를 통해 위험을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도록 되어 있다”며 “열차의 경우 현재 평가 기준에서 안전벨트 의무화는 필요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윤승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