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中 경제, 연 2~3%만 성장해도 다행” IMF 前 수석이코노미스트

2025년 10월 27일 오후 12:41
2025년 10월 20일 중국 동부 안후이성 푸양시에 위치한 안후이징지우실크(Anhui Jingjiu Silk) 공장 생산 라인에서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 STR/AFP = Getty Images2025년 10월 20일 중국 동부 안후이성 푸양시에 위치한 안후이징지우실크(Anhui Jingjiu Silk) 공장 생산 라인에서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 STR/AFP = Getty Images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경제가 향후 수년간 2~3% 성장만 달성해도 ‘운이 좋은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 전(前)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국제경제학 교수는 “오랫동안 인프라와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해 온 중국 경제는 여전히 그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고프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비가 국민소득의 최소 60%를 차지하지만 중국은 50%에도 한참 못 미친다”며 “그만큼 수요의 중요한 원천이 결여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CCP) 지도부는 지난 10월 23일 마무리된 4일간의 회의(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 후 “내수를 강화하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회의 후 발표된 공식 보도문에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거의 담기지 않았다.

대신 중국 지도부는 “강력한 국내 시장을 구축하고 새로운 발전구조 형성을 가속화하겠다”고만 밝혔다.

로고프 교수는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가 진짜 흥미로운 질문”이라며 “중국의 부진한 부동산 시장과 취약한 사회보장 체계는 강한 내수를 구축하기 매우 어렵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신규 주택 가격은 올해 9월 기준 전월 대비 0.4% 하락하며 11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로고프 교수는 “중국 가계 자산의 약 80%가 부동산에 묶여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자산가치 하락으로 손실을 본 상황에서 소비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이 강한 내수 시장을 만들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연금과 의료보장 등 포괄적인 사회보장 제도가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로고프 교수는 “중국은 여전히 ‘한 자녀 정책’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한 자녀가 두 부모와 자신의 자녀까지 부양해야 하고, 그러한 부담 때문에 저축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들은 자녀 교육비를 스스로 감당해야 하므로 역시 저축에 의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의료보장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가계가 의료비를 스스로 저축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소비를 늘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지도부가 내수 확대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로코프 교수는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이른바 ‘중진국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 그는 “일정 수준의 소득에 도달한 뒤 더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국가들이 걸리는 함정에 중국도 갇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8년 12월 5일 중국 베이징 외곽에 위치한 노인 전용 주거단지 ‘옌위안 커뮤니티’에서 주민들이 아파트로 걸어가고 있다. ⎟ Greg Baker/AFP = Getty Images

중국 지도부는 지난주 열린 회의에서 2035년까지 ‘중진국 수준의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기존 목표를 재확인했다. 이는 2020년 대비 경제 규모를 두 배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베이징의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로고프 교수는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앞으로도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고프 교수는 “중국 경제가 향후 연 2~3% 성장만 해도 선방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은 올해 7~9월(3분기) 기간 중 전년 동기 대비 4.8% 성장해 최근 1년 사이 가장 낮은 분기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10월 20일 해당 수치를 발표하면서 “‘복잡하고 심각한 외부 환경’과 ‘경제 구조조정의 압력’이 부진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연간 성장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유리한 요인이 여전히 많다”며 낙관적 전망을 덧붙였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로고프 교수는 중국 당국이 발표하는 성장률 통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5~6% 성장률을 주장하더라도 그것이 경제 실상을 모두 반영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공식 수치상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 있겠지만 실제 회계 기준으로 따지면 중국의 성장 속도는 둔화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