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美 내무 “중국 공산당의 시장 조작 저지 위해 특단의 조치”

2025년 10월 09일 오전 10:32
2024년 6월 27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대선 토론회 이후, 당시 노스다코타 주지사였던 더그 버검이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 Andrew Harnik/Getty Images2024년 6월 27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대선 토론회 이후, 당시 노스다코타 주지사였던 더그 버검이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 Andrew Harnik/Getty Images

미국 내무장관 더그 버검은 “지난봄 중국 공산당이 7종의 중(重)희토류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리면서 서방의 핵심 산업들이 불과 몇 주 만에 멈춰 설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이들 희토류는 자동차, F-35 전투기 등 각종 제품의 핵심 부품인 자석 제조에 필수적인 원자재다.

버검 장관은 10월 7일 에포크타임스의 시사 프로그램 ‘미국의 사상 리더들(American Thought Leaders)’ 진행자 얀 예킬렉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무역협정을 재협상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일종의 ‘맞불작전’을 벌이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14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직후, 4월 4일 중국 공산당이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특정 종류의 자석에 대해 미국뿐 아니라 모든 서방 국가로의 선적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불과 몇 주 만에 전 세계 자동차 공장이 모두 멈출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었다”고 버검은 말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전자제품에 대해서는 관세 인상 조치에서 면제를 적용하자, 중국 공산당은 수출 제한을 해제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핵심 광물 공급망에서 중국의 지배력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버검은 지적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발표한 2024년 ‘광물 원자재 요약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50대 핵심 광물 중 12종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추가로 29종은 50% 이상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킬렉은 “이 문제를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의 구조적 취약성이 더욱 뚜렷해진다”며 “현재 중국의 정제업체들이 전 세계 시장에서 거래되는 ‘20대 주요 희토류 광물’의 85%를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검 장관은 “중국 공산당의 수입 제한 조치는 서방 전체에 보내는 경고 신호”라며 “이제는 안전하고 자립적인 공급망 확보가 필수라는 점을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복귀 첫날부터 이 문제를 국가적 비상사안으로 규정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첫날 ‘에너지 비상사태(Energy Emergency)’를 선포하고 국내 에너지 생산 확대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 목적은 “핵심 광물과 원자재를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저비용으로 공급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3월 추가 행정명령을 통해 ▲각 정부 기관의 인허가 절차 간소화, ▲공공 토지의 광산 개발 확대 개방,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에 핵심 광물 개발 포함 등을 명령했다.

버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 대응의 일환으로, 공급망을 미국으로 되돌리기 위해 우리가 가진 모든 권한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우리가 다시 채굴 산업에 복귀하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채굴된 광물을 국내에서 직접 정제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버검 장관에 따르면, 연방 인허가 위원회(Federal Permitting Council)는 3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4월에 신속 추진 대상 10대 광물 프로젝트를 확정했다.

여기에는 애리조나의 리졸루션 코퍼(Resolution Copper) 구리광산과 아칸소 남서부의 스맥오버 리튬(Smackover Lithium) 프로젝트 등이 포함됐다.

2025년 4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미국 내 석탄 채굴 및 생산 확대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더그 버검 내무장관(왼쪽) 및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 Saul Loeb/AFP via Getty Images/연합

이 조치는 국내 광물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핵심 광물 분야에서 미국의 자립도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이 향후 수년간 글로벌 광물 시장의 지배적 위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자국 정제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위협받을 때마다 보조금을 투입해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늘리고 가격을 급격히 인하해 경쟁국의 채산성을 무너뜨리는 ‘시장 교란 전략’을 반복해 왔다.

버검 장관은 그 대표적 사례로 캘리포니아의 MP 머티리얼즈(MP Materials) 소유 ‘마운틴 패스 광산(Mountain Pass Mine)’을 들었다.

그는 “중국은 노골적으로 미국의 유일한 희토류 광산이었던 이 광산을 시장에서 몰아내려 했다”고 지적하며, “국방부가 10여 년 전 이 광산의 재가동을 지원하기 위해 보조금 기금을 조성했음에도, 중국은 가격 덤핑과 공급 과잉 정책으로 시장을 교란시켜 이 광산을 고사시키려 했다”고 밝혔다.

버검 장관은 “이 회사가 몇억 달러의 수익을 내면서 상장을 준비하던 시기에는 자본시장 접근도 원활했고, 상업대출이나 채권 발행 등 모든 금융 수단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갑자기 다음 해가 되자, 중국이 시장에 덤핑을 시작하면서 2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며 그는 “이것이 바로 중국이 시장 원리를 무력화하고, 국가 차원에서 특정 산업에 보조금을 지원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버검 “중국, 너무 일찍 카드를 꺼냈다”

소프트웨어 기업가로 수백만 달러를 벌고 노스다코타 주지사로 두 차례 재임한 버검 장관은 중국 공산당의 광물 시장 조작이 미 행정부로 하여금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버검 장관은 예킬렉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기업의 지분 투자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시장에서 승자와 패자를 고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하지만 이번 경우는 예외적으로 정부가 소수 지분(minority position)을 가짐으로써 시장에 ‘정부가 이 분야의 협력자로 나선다’는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핵심 광물 분야에 지분 투자자로 참여하면, 중국 공산당의 시장 조작으로부터 시장이 받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며 “또한 선택적 관세 정책과 결합될 경우, 민간 투자를 촉진해 미국 기업들이 광산 산업을 다시 재가동할 수 있도록 보호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버검 장관은 최근 사례로 ▲국방부가 MP 머티리얼즈(MP Materials)의 지분 15%와 4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보유한 것, ▲에너지부가 리튬 아메리카스(Lithium Americas) 및 네바다 프로젝트의 지분을 5%씩 보유한 것, ▲캐나다 본사의 트릴로지 메탈스(Trilogy Metals)가 추진하는 알래스카 광물 개발 프로젝트에 10% 지분을 투자한 사례를 들었다.

2025년 10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알래스카 앰블러 로드(Ambler Road) 광산 개발 사업을 승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더그 버검 내무장관(오른쪽)이 알래스카 지도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고,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왼쪽)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 Jim Watson/AFP via Getty Images/연합

그는 이러한 “다수 광물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분 투자”가 “민간 기업을 위한 자본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문제를 보완할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수십 년간 구축해 온 공급망 조작을 극복하려면 시간과 추가 투자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버검 장관은 “지난봄 드러난 서방 산업계의 ‘정보 노출’은 여전히 심각한 위협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이제 다시 선적을 재개하겠다. 대신 이 수출 양식을 작성하라’고 했다”며 “그런데 그 양식에는 자동차 제조사부터 기술 기업, 방산업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업이 자석을 어떤 제품에, 어떤 용도로, 어떤 규격으로 사용하는지, 그리고 상업용인지 군사용인지까지 세부적으로 기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버검 장관은 “이런 수출 양식은 사실상 거대한 산업·군사 정보 수집 시스템이나 다름없다”며, “중국 공산당의 행위는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라 서방의 기술력과 안보를 위협하는 전략적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버검 장관은 “이러한 형태의 의존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며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는 다시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공산당(CCP)은 자국의 우위를 과도하게 이용하다가 오히려 스스로의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내 생각에 중국은 너무 일찍 카드를 꺼냈다. 지금은 어떤 무력 충돌 상태가 아니라 사실상 냉전(cold war), 즉 무역전쟁(trade war)의 단계에 있다”며 “중국이 너무 일찍 움직였고, 그로 인해 미국이 깨어났다. 특히 이번 행정부가 각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버검 장관은 “중국은 해결해야 할 내부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그중에는 과열된 주식시장, 부동산 과잉 공급,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문제, 둔화된 경제 성장률, 그리고 막대한 부채가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나라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단지 전등을 켜 두기 위해서만도 하루 11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한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다방면의 의존 구조를 갖고 있으며, 에너지뿐 아니라 경제 안보 측면에서도 심각한 취약성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버검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협상에서 중국 공산당이 이러한 취약성을 명확히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미국이 시장의 문을 닫는다면, 우리는 그 상품을 자체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중국은 세계 최대의 수출 시장을 잃게 되고, 이는 중국 내부에 큰 경제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이 이제 그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다”며 “머지않아 협상 테이블에 양보안을 가지고 나올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2025년 7월 21일, 중국 동부 장쑤성 양저우에 위치한 차이나 머천츠 인더스트리 진링 조선소(China Merchants Industry Jinling Shipyard)에서 선박들이 건조되고 있다. | STR/AFP via Getty Images/연합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