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만 정책에서 중국에 양보 없다” 주중 대사 발언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 대사는 10월 1일(이하 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 시진핑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만 독립 반대’를 공식화하라고 요구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미국의 대만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퍼듀 대사는 CNBC의 프로그램 ‘스쿼크 박스’에 출연해 “우리는 매우 명확하게 밝혔다. ‘하나의 중국’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 세 개의 공동성명(Three Communiqués), 그리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제시된 여섯 가지 보장(Six Assurances)을 계속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정책들은 매우 잘 작동해 왔다. 우리는 어떤 형태의 강압도 원하지 않으며, 평화적 해결을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하나의 중국’ 정책은 미국이 1979년 중화민국(대만) 정부 대신 중국 공산당(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의 합법 정부로 인정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근거로 대만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각국에 동일한 입장을 강요해 왔다.
미국은 대만 문제에 있어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 정책을 유지해 왔다. 이는 중국의 대만 주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민주적으로 자치 운영되는 대만과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는 입장을 뜻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월 27일 보도에서, 중국 정부가 최근 미국 측에 ‘대만 독립을 반대한다(oppose Taiwan independence)’는 표현을 공식화하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즉시 “미국의 대만 정책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밝혔으며, 퍼듀 대사도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시진핑 주석은 필요할 경우 무력을 동원해 대만을 점령하겠다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밝혀왔으며, 인민해방군에 2027년까지 그 능력을 완비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요구는 조만간 열릴 미국과 중국 간의 고위급 무역회담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시 주석과의 장시간 통화 후 “중국이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미국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는 또 10월 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APEC 회담에서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급감 문제를 직접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의 최대 구매국이지만, 최근 무역전쟁의 여파로 올해 미국산 대두를 한 건도 구매하지 않았다. 반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로부터의 수입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미국 농가들은 올해 대두 수확량이 역대 최대 규모에 달했다고 보고했다.
중국은 2018년 무역전쟁 당시에도 미국산 대두 수입을 끊었다가 그해 이후 일부 재개했지만, 이전의 사상 최대 수준으로 회복되지는 않았다. 이후 중국은 공급망을 다변화한다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산 대두 수입을 확대해 왔다.
올해 8월에는 한 중국 대표단이 미국 대두업계 관계자들과 만났으나, 구매 약속 대신 “농민들이 무역전쟁 종식을 위한 로비에 나서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미국 대두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번에도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상 최대 규모의 관세 수입을 농가 지원에 활용하겠다고 언급했다.
스콧 베센트 미 상무장관은 “대통령이 10월 7일경 관련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퍼듀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대응에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며, 틱톡 매각 합의와 보잉 관련 협상 진전을 대표적 성과로 꼽았다.
그는 “내가 평생 본 대통령 중 그에게 주먹을 날릴 줄도 알고, 동시에 협상도 할 줄 아는 사람은 트럼프뿐”이라며 “트럼프는 강경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갖춘 지도자”라고 말했다.
퍼듀 대사는 또 “중국이 미국 정책에 불만을 드러내는 것은 전적으로 그들 자신의 잘못”이라며 “중국이 미국을 너무 몰아붙였다. 미국인들은 산업이 텅 비는 것을 싫어하고, 중국이 우리의 전력망과 항만에 침투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미·중 간 소통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행정부의 각료들이 중국 관리들과 회동과 통화를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미 하원 대표단의 중국 방문도 그 일환이라고 밝혔다.
퍼듀 대사는 “만약 중국이 세계 질서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진정한 파트너가 되고 싶다면, 보다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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