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중국 내 외신, 공산당 감시 속 현지 직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2025년 09월 17일 오후 6:06
2022년 3월 7일 중국 베이징 미디어 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 Andrea Verdelli/Getty Images2022년 3월 7일 중국 베이징 미디어 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 Andrea Verdelli/Getty Images

중국에서 외신 특파원들은 ‘뉴스 어시스턴트(news assistants)’라 불리는 중국인 직원들에게 크게 의존한다. 이들은 번역을 하고, 인터뷰를 주선하며, 취재에 필요한 각종 업무를 담당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와 달리 이들은 외신 언론사에 직접 고용되지 않는다. 중국 법에 따라 모두 중국 공산당(CCP) 외교부의 감독을 받는 국영 서비스 기관을 통해 파견돼야 한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그들은 미묘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보도에 필수적인 존재인 동시에 공산당의 공식적인 감시 아래 있는 존재인 것이다.

공산당이 억제하는 필수 인력

‘픽서(fixer)’라고도 불리는 뉴스 어시스턴트는 외신 기자들이 현지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상황을 파악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중국에서는 대체로 자국민이 외신 기자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한다. 그들은 전화 연락, 각종 행정 절차 처리, 기자 동행 취재 등 다양한 업무를 맡는다.

이들은 외신 기자들의 취재 활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력이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언론의 자유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 중국 내 모든 언론 매체는 공산당의 통제를 받으며 정권의 선전을 확대하는 역할을 강요받고 있다.

중국 매체와 달리 외신은 공산당의 편집 지침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기 때문에 중국의 철저히 통제된 언론 환경 속에서 그들의 보도가 두드러진다. 이 때문에 중국 공산당은 외신 기자들의 활동을 면밀히 감시하며, 뉴스 어시스턴트들은 큰 제약을 겪는다.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대만인 기자 저우(가명)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미 도청 장치가 설치된 전화를 억지로 쓰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해서) 뉴스 어시스턴트를 전혀 쓰지 않을 수도 없고… 외신 기자들은 다소 순진한 면이 있다. 자기 보도에는 비밀이 없고 자신이 속한 회사에도 비밀이 없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국가안전부 요원들이 우리에게 접근해 저녁 식사나 노래방에 초대하기도 하지만 나는 항상 거절한다.”

이 같은 상황은 외신 언론사, 기자, 그리고 중국 공산당 국가안전부 사이에서 뉴스 어시스턴트들이 놓인 민감한 위치를 여실히 보여준다.

‘3각 관계’

겉으로 보기에는 뉴스 어시스턴트가 공산당이 승인한 인력 파견 기관에 고용된 형태다. 임금은 이들 기관을 통해 지급되며 근로 계약과 사회 보장도 그들이 관리한다. 실제로는 외신의 지시에 따라 일하지만 법적으로는 공산당이 통제하는 기관에 소속된 상태인 것이다.

안전을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중국인 뉴스 어시스턴트는 영국 언론사에서 일했던 당시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내 월급은 외신사에서 직접 받는 것이 아니었다. 먼저 노동 서비스 회사로 지급된 뒤 그곳에서 사회보장 기여금과 관리 수수료를 공제하고 나머지를 내게 전달했다.”

이로 인해 외신 언론사, 뉴스 어시스턴트, 그리고 중국 정부가 얽힌 이른바 ‘3각 관계’가 형성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공산당이 승인한 파견 기관은 외신 기자를 지원하는 업무 외에도 뉴스 어시스턴트에게 추가적인 책임을 부과한다.

또 다른 중국인 뉴스 어시스턴트인 천(가명)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맡았던 이러한 추가 책임을 설명했다. 그는 “기관에서 외신 기자들의 활동이 ‘중국 법을 위반하는지’ 주시하라고 상기시킨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만약 명백히 ‘불법’으로 간주되는 보도가 있었는데 내가 보고하지 않으면 당국이 내게도 책임을 묻는다. 공식적인 이유는 ‘외신 기자의 인터뷰 중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였지만 나는 외신사로부터 급여를 받으면서도 동시에 중국 정부를 위해 그들을 감시하는 기분이었다.”

직업이 안고 있는 위험

중국 전역의 뉴스 어시스턴트 수는 많지 않다. 대부분 베이징과 상하이에 집중돼 있고 몇백 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들이 직면한 위험은 결코 작지 않다.

2014년 독일 주간지 ‘차이트(Die Zeit)’의 어시스턴트였던 장먀오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취재한 뒤 9개월 동안 구금됐다. 그보다 10여 년 전에는 뉴욕타임스에서 일하던 자오옌이 국가 기밀 누설 혐의로 처음 조사받았다가 사기죄로 기소돼 3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러한 사례들은 뉴스 어시스턴트들이 얼마나 취약한 처지에 놓여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외신 특파원과 달리 그들은 언론 증명서나 외교적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언론 자유 단체들은 이 제도가 외신을 철저히 감시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외신기자클럽(FCCC)은 2022년 보고서에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외신 기자들과 중국인 현지 직원에 대한 괴롭힘이 심화됐으며 일부는 자신들의 업무와 관련해 구금되거나 심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직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산당은 모든 채용이 공식 기관을 통해 이뤄지게 함으로써 외신 기자들의 이동과 보도 내용을 동시에 감시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외신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한 중국인 전속 운전사는 익명을 조건으로 에포크타임스에 “뉴스 어시스턴트들이 종종 외신 기자들의 입장을 파악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도구가 되곤 했다”고 전했다.

“뉴스 어시스턴트들은 중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인데 어떻게 당국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가 말했다. “외신 기자들은 떠나지만, 우리는 여전히 중국에 머문다. 그것이 바로 그들이 말하는, 외신 기자를 계속 ‘통제할 수 있고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독일에 거주하는 전직 뉴스 어시스턴트 하오(가명)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덧붙였다.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당국이 노동 파견 기관을 통해 기자들의 이동을 감시하고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고,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은 어시스턴트가 취재 과정의 세부 사항—누구를 인터뷰했는지, 무엇을 작성했는지를 보고해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접근을 제한하는 시스템

중국에서 뉴스 어시스턴트를 관리하는 규정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엄격해졌다. 1990년대에는 외신이 현지 중국인 직원을 직접 고용하기도 했지만, 2008년 새로운 규정이 시행되면서 모든 어시스턴트는 국가가 승인한 경로를 통해서만 채용해야 했다.

베이징의 한 중국 언론학자는 익명을 전제로 에포크타임스에 “이 제도는 다리이자 장벽 역할을 동시에 한다”고 말했다.

“외신 기자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지만 모든 것이 일정한 한계 안에 머물도록 보장하는 시스템이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