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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입국 앞두고…명동서 ‘환영 VS 우려’ 두 목소리

2025년 09월 02일 오후 9:22
코로나 펜데믹 기간, 한산한 명동 거리(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 에포크타임스  코로나 펜데믹 기간, 한산한 명동 거리(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 에포크타임스

오는 9월 29일부터 한국 정부가 중국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8개월간 한시적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다.

중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온라인 여행 플랫폼 ‘씨트립(携程)’에는 상하이 출발 한국행 패키지 상품이 500여 개, 현지 합류 상품은 4000여 개 이상 올라와 있다. 크루즈 여행, 프라이빗 투어, 맞춤 여행 등 다양한 상품도 운영되고 있다. 무비자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여행 검색량은 단시간에 폭증했다. 중국 여행 플랫폼 ‘취날(去哪儿)’의 통계에 따르면 해당 소식 발표 30분 만에 키워드 ‘서울’의 검색량이 70% 급증해 최대 1.2배까지 치솟았다.

10월 1일부터 8일까지 이어지는 중국 ‘국경절(10·1) 황금연휴’를 앞두고 관광업계는 명동, 동대문, 제주도가 다시 중국인 관광객으로 붐비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기대와 달리, 서울 거리에서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중국 단체관광객이 오기도 전에 시민들의 ‘반(反)중공’ 집회가 먼저 시작된 것이다.

명동, 깃발과 구호

매주 화·금요일 서울 중앙우체국 앞에서는 대규모 반중 집회가 열린다. 주(駐)한국 중국대사관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이다. 수천 명의 시민이 모여 천멸중공(天滅中共)’ 깃발을 들고 “CCP OUT”을 외치며 한·미 국기를 흔든다. 참가자들은 북을 치며 대사관 주변을 행진한다.

8월 29일 저녁, 기자가 찾은 현장은 폭우 예보에도 불구하고 시민들로 가득했다. 경찰은 신고 인원을 1000명으로 밝혔지만 주최 측인 ‘자유대학’은 실제 참여자가 2000명을 넘었다고 전했다.

다수 대학생은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속 ‘가이 포크스’ 가면을 썼다. 한 학생은 “이 가면은 2019년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쓰였던 상징물로, 저항과 연대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저녁 8시 30분께 폭우로 행진은 잠시 중단됐지만 시민들은 다시 모여 발언을 이어갔고 집회는 밤 10시가 가까워서야 끝났다.

8월 29일, 서울 명동 중앙우체국 앞, 시민들이 모여 ‘반(反)중공’ 집회를 열고 있다. | 에포크타임스

“중국인과 중공, 구분하기 어렵다”

실명 대신 강 원장이라 소개한 한 참가자는 “명동은 중국대사관이 있고 외국인 관광객도 많아 상징성이 크다”며 “외국인들이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SNS)로 확산시키면 중국도 피할 수 없는 메시지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외국인은 박수로 화답하지만 일부 중국인은 인상을 쓰거나 욕설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12일 국무회의에서 대림동, 명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반중 집회를 두고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모범국가라는 대한민국의 위상에 결코 걸맞지 않은 모습”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강 원장은 “맞는 말이지만 현실은 복잡하다”며 한국 언론은 중국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국민의 알 권리가 정치 세력에 의해 왜곡·악용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중국인은 ‘중국 공산당 정부가 그렇지 일반 국민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인’과 ‘중국공산당’을 구분하기 어렵다”며 “그들은 멀쩡한 모습으로 한국에 와서도 공산당이 지령을 내리면 다 모인다”고 말했다.

맞불 목소리

명동 신세계백화점 앞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왔다. 1인 미디어 활동가 최재학 씨는 “ ‘천멸중공’을 외치는 건 명백한 내정간섭”이라며 “나도 민주주의를 좋아하고 공산국가나 공산주의를 싫어하지만 그것(천멸중공)은 우리가 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중은 무역·외교적으로 얽혀 있어 관계를 끊을 수 없고, 이런 과격한 행동은 혐한 감정을 부추기고 국격에도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최 씨는 “중국인에 대한 이미지는 좋지 않지만 결국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과거 일할 때 만난 조선족 동포 중 좋은 분이 있었다”며 전체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중국 인권 문제는 심각하다. 위구르, 홍콩, 반체제 인사들이 여전히 탄압받고 있고, 시진핑은 3연임 개헌을 통해 사실상 장기집권·종신집권 체제를 굳혔다. 명백한 인권 탄압”이라고 지적했다.

‘백지운동’의 메아리

지난 7월 16일, 서울대 정문 앞 광장에서는 트루스포럼과 지지자들이 차량 무대를 설치하고 집회를 열었다. 미국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를 지낸 모스 탄(한국명 단현명) 리버티대 교수도 초청돼 강연을 진행했다.

현장에서는 수십 명의 시민과 청년이 흰 종이를 들고 서 있었는데, 이는 2022년 중국 청년들이 주도한 ‘백지운동’을 연상케 했다. 백지운동은 2022년 중국에서 시작된 시민들이 글씨 없는 흰 종이를 들고 표현의 자유와 정부의 방역·검열 정책에 항의한 무언의 저항 운동이다.

8월 21일, 미국 정치평론가 고든 창은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서울대 트루스포럼 집회 당시의 사진을 공유했다. | 고든창 X

미국 정치평론가 고든 창은 서울대 트루스포험 집회 당시의 사진을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공유하며 “서울대 트루스포럼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백지를 들어 중국인과의 연대 의사를 표현했다”고 전했다(게시물 보기).

관광객과 정치적 상징

한국은 경제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지만, 정치·안보에서는 중국 당국의 위협과 공산주의 이념 침투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이제 한국 사회에서 중국 관광객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정치적 상징을 동반한 존재로 인식된다.

서울 명동 거리에선 한쪽에 중국어 간판이 걸린 상점이 즐비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천멸중공’ 깃발이 휘날린다. 이 이중적 풍경은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다. “한국은 경제 개방과 가치 수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

중국인들에게도 질문이 남는다. “당신의 정체성은 언제나 중공과 함께해야만 하는가? 아니면 자유를 향한 세계 시민과 연대할 것인가?”

9월 말 무비자 입국 정책이 시행되면 중국 관광객은 대거 한국을 찾을 전망이다. 중국인의 발길보다 중요한 건백지와 깃발이 다시 들릴 때 우리는 어디에  것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