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동북공정 비판한 韓 노교수 중국 입국 거부돼…“中, 역사왜곡 비판 차단”

2025년 05월 26일 오후 3:07
중국 랴오닝성 선양 공항에서 보안요원들에 의해 출국장으로 안내되고 있는 서길수 전 경북대 교수(붉은 동그라미 안) | 서길수 전 교수 제공중국 랴오닝성 선양 공항에서 보안요원들에 의해 출국장으로 안내되고 있는 서길수 전 경북대 교수(붉은 동그라미 안) | 서길수 전 교수 제공

고구려사·발해사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서길수(81) 전 경북대 교수가 최근 중국으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동북공정 백서’ 저자로 중국 공산당의 역사 왜곡을 조목조목 반박해온 서 전 교수의 중국 방문을 공산당 당국이 원천 차단하면서, 학문적 교류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서 교수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6일 고구려·발해 유적지 답사를 위해 16명의 답사단과 함께 대한항공 KE831편을 타고 중국 랴오닝성 선양 공항에 도착했으나 입국이 거부된 사실을 알렸다.

그는 “공항 직원에게 입국 거부 사유를 물었지만 알지 못한다고만 했다”며 “영사관을 통해 확인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서 교수는 보안 요원의 호위를 받으며 공항 출국장까지 이동했고, 여권도 항공사 측에 압수됐다가 한국에 도착한 뒤에야 돌려받았다.

고구리·고리(高句麗·高麗)연구소 이사장인 서 교수는 35년간 고구려사 연구에 매진해 온 역사학자다. 한중 수교 전부터 만주와 몽골을 직접 돌아다니며 131개의 ‘고구리’ 성을 답사하기도 했다. 그는 연구를 통해 고구려를 원래 발음인 ‘고구리’로 부르고 있다.

서 교수는 중국 정부가 고대 한국사를 중국사에 편입하려 시도한 동북공정의 실체를 2003년부터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동북공정 백서’와 ‘중화민국 국사가 된 (고)조선·부여·고구려·발해’를 2022년과 2023년 연이어 출간하며 중국 공산당의 역사 왜곡을 비판했다.

이 두 권의 책에서는 동북공정의 단계별 추진 과정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 및 학계의 대응 실패도 상세히 분석해 중국 공산당의 역사 침탈에 향후 한국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에서 입국이 거부된 서길수 전 경북대 교수가 인천공항 도착 직후 여권과 입국 거부 관련 서류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서길수 전 교수 제공

하지만 중국 공산당 당국은 서 교수의 고구려 유적지 방문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그가 이끄는 답사단은 서 교수 없이 현지 일정을 이어갔지만, 이들에게도 수사 수준의 신원 확인과 감시가 이어졌다.

현지 가이드는 “이름과 여권 번호는 이미 제출됐지만, 당국이 학벌과 직업까지 요구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답사단 구성원들의 정년퇴직 전 직업을 물었고, 가정주부의 상세 주소까지 조사 대상이었다. 차량 이동 중에는 수차례 가이드에게 전화로 확인 요청이 이어졌다.

특히 연변조선족자치주는 사실상 외부인의 접근을 통제하는 수준의 대응을 보였다. 옌지(延吉·연길)의 한 호텔에서는 투숙객 모두 여권과 얼굴을 대조해 사진을 찍고, 그 후에야 객실 열쇠를 지급했다. 당국에 사전 보고한 유적지 방문도 대부분 무산됐다. 대신 답사단은 발해 테마파크나 연변박물관 등 제한된 장소만 안내받았다.

서 교수와 답사단이 마주한 현실은 중국이 고구려사·발해사를 어떻게 ‘중국화’했는지를 보여준다. 백암성 안내문에는 “수·당 시기 요동 지역은 다시 중원 정권에 통일되었다”며 고구려와 당나라의 전쟁을 국내 통일전쟁으로 서술했고, 통화박물관에서도 고구려와 발해를 비슷한 맥락에서 묘사했다.

동북공정은 공산당의 통치 이념을 현지 조선족에게 주입하려는 시도와도 맞물린다. 연변대학 정문 등 지역 곳곳에서는 “석류알처럼 서로 껴안자”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구호가 곳곳에 새겨졌다.

서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선전 공작에 관해 한국 역사학자나 언론인이 그 실상을 한국에 알리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다”며 동북공정 결과를 ‘굳히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