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논평] 브라질에서 커지고 있는 중국 영향력

2025년 08월 25일 오후 7:12
2025년 8월 15일 브라질 상파울루주 이라세마폴리스에서 열린 GWM(중국 장성자동차) 공장 개관식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과 무펑 GWM 최고경영자(오른쪽)가 참석하고 있다. ⎟Nelson Almeida/AFP via Getty Images2025년 8월 15일 브라질 상파울루주 이라세마폴리스에서 열린 GWM(중국 장성자동차) 공장 개관식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과 무펑 GWM 최고경영자(오른쪽)가 참석하고 있다. ⎟Nelson Almeida/AFP via Getty Images

중국 자동차 업체인 장성자동차(그레이트 월 모터스, GWM)가 브라질 상파울루에 위치한 한 자동차 공장을 인수했다. 해당 공장은 올해 8월 15일 재가동에 들어갔으며 베이징과 연계된 이 회사가 직접 운영한다. 매년 수십만 대의 차량을 남미 전역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과거 독일 기업 다임러AG가 소유하고 있었다. 이번 변화는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중국은 무역에서 특히 미국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국가들을 찾으려 하고 있다. 브라질 또한 미국과의 교역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당국과 브라질 정부는 양국 모두에 부과된 미국의 고율 관세에 대한 보복 성격으로 이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진 1차 미·중 무역전쟁 기간 동안 크게 줄어든 바 있으며, 같은 흐름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공산당(CCP)은 자국의 제조 상품을 제3국에 더 많이 수출하는 대신 원자재를 수입하는 방식으로 교역 구조를 확대하고 있다. 브라질 농업이 대표적 사례다. 브라질은 중국으로의 농산물 수출을 늘리는 대신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제조 상품을 들여오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현지 브라질 제조업체를 대체하며 브라질의 탈산업화를 촉진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 농민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대중(對中) 대두 수출은 브라질산 대두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은 미국과의 무역 대신 상호 교역을 통해 자국 경제를 관세와 제재로부터 보호하려 하고 있다. 현재 브릭스는 10개국으로 확대돼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1%,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한다. 따라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무역망을 구축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네트워크는 미국을 배제함으로써 협상에서 최대의 지렛대를 확보할 수도 있다. 이는 중국을 강화하고 미국을 약화시키며,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같은 미국적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브라질·인도가 러시아로부터 계속 제품을 수입할 경우 최대 100%에 달하는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그러한 수익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마르크 뤼터 역시 러시아와 교역하는 국가들에 대한 2차 관세 위협을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에 적대적인 브릭스 정책을 따르는 국가들에 대해 추가로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예컨대 브릭스 공동 통화를 추진해 미국 달러를 대체하려는 시도가 그 대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세만으로는 해당 정책들을 막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해당 위협이 나온 이후에도 36개국 정상들이 브라질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미국으로부터 50% 관세를 부과받고 있는 브라질의 커피·쇠고기 생산자들 역시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관세율은 미국이 세계 각국에 부과한 관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브라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이유 중 하나는 보수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현지에서의 법적 곤경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50% 관세는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브라질 내에서 민족주의적 여론을 자극하고 좌파 성향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룰라 대통령의 대응은 중국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었다. 베이징은 이를 환영하고 있다. 스스로를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국가들)의 수호자’로 포장하려는 전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보는 브라질 전체를 중국 공산당(CCP)의 위성 국가로 전락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베이징은 브라질을 포함한 민주국가들의 힘을 약화시키고 이를 권위주의적 종속국가로 바꾸려 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자유시장·인권을 증진해 온 미국의 역사적 역할과 극명히 대비된다.

중국은 브라질에 유혹책으로 이른바 ‘파우스트식 거래’를 내세우고 있다. 베이징은 브라질 국민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중남미 지역을 대상으로 90억 달러(약 12조1500억원) 규모의 인프라 신용한도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미 중남미 전역에서 31개 항만을 통제하거나 운영하고 있다. 또한 브라질과 중국은 위성을 비롯한 군사적 활용이 가능한 우주기술 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중국은 브라질 농업지대를 가로지르는 철도를 건설하고 있으며 브라질 동부 해안의 일레우스항(港)과 페루 서부의 찬카이항을 연결하는 철도 건설도 추진 중이다. 찬카이항은 북미 항구에 기항하지 않고도 중국으로 직접 컨테이너를 운송할 수 있어 브라질에서 중국까지의 운송 기간을 10일 단축할 수 있다.

브라질과 미국이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확대를 허용하면 할수록 이를 되돌리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세계가 단기적 이익과 교역에 눈이 멀어 미국적 가치를 외면할수록 탈산업화를 겪으면서도 중국과의 교역을 선택하는 나라가 늘어날 것이다.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다른 민주국가들이 장기적 전략을 마련해 중국 공산당을 글로벌 무역·영향력 네트워크에서 차단해야 한다. 그래야만 민주주의, 인권, 그리고 미국적 가치를 지켜낼 수 있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