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상하이 AI 연구소 폐쇄 공식 확인…“미·중 전략 조정 차원”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들, 中 사업 축소
미국의 글로벌 기업 아마존이 7년 전 중국 상하이에 설립한 인공지능(AI) 연구소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국 내 연구 인력을 축소하는 미국 기업들의 최근 흐름과 맞물린 조치다.
해당 연구소는 2018년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개최 시기에 맞춰 설립된 곳으로, 아마존이 해외에서 진행한 AI 연구 투자 중 핵심 거점으로 평가받아 왔다. 아마존의 상하이 AI 연구소 폐쇄 소식은 7월 26일부터 상하이에서 열리는 2025 WAIC 개막을 불과 며칠 앞두고 전해졌다.
연구소 폐쇄 결정은 왕민제 수석 응용과학자가 지난 22일 중국의 메신저 플랫폼 위챗에 올린 성명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왕 박사는 “이번 폐쇄는 미국과 중국 간 전략적 조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왕 박사에 따르면 그의 팀은 지금까지 100편 이상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으며 그래프 기반 데이터에 특화된 머신러닝을 위한 오픈소스 프레임워크 ‘DGL(Deep Graph Library)’을 처음부터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그는 DGL이 “아마존의 이커머스 사업에서 약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창출했다”고 밝혔다.
왕 박사는 또한 “기술적 깊이, 과학적 엄밀성, 실행력 측면에서 볼 때 우리 팀은 ‘에이전틱 AI(Agentic AI)’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 자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이전틱 AI’란 사용자의 입력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기존 AI와 달리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최소한의 인간 개입으로 행동하는 AI 시스템을 뜻한다.
왕 박사의 발표 이후 아마존도 상하이 AI 연구소 폐쇄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다만 회사 측은 이번 결정이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과 직접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선 언급을 피한 채 “내부적인 전략 검토 결과에 따른 조치”라고만 설명했다.
아마존 대변인 브래드 글래서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조직, 우선순위, 앞으로 집중해야 할 부분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AWS 내 일부 팀의 역할을 줄이는 어려운 사업적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AWS’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아마존 웹 서비스(Amazon Web Services)를 가리킨다.
AWS는 AI와 머신러닝 도구를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아마존 내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부서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 5월 발표된 최근 분기 실적에서는 3분기 연속 매출 예상치를 밑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293억 달러(약 38조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전 분기의 18.9% 성장률에서 둔화된 수치로, 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글래서 대변인은 “이번 결정은 가볍게 내린 것이 아니며 직원들이 전환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상하이 연구소에서 얼마나 많은 직원이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았는지 명확하지 않다.
아마존은 지난 몇 년간 중국 내 여러 사업 분야에서 철수해 왔다. 2022년에는 중국에서 전자책과 전자책 읽기용 킨들 판매를 중단했으며 2019년에는 중국 전자상거래 포털도 완전히 폐쇄했다.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 간 경제 및 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AI를 전략적 우위 확보를 위한 핵심 분야로 보고 있는 가운데 실리콘밸리의 주요 기업들도 중국 내 사업 축소에 나서고 있다.
IBM은 2024년 8월 처음 발표한 중국 내 연구개발(R&D) 부서의 폐쇄를 지난 3월 최종 완료하고 관련 업무를 인도로 이전했다. 이로 인해 중국 내 여러 도시에 위치한 약 1000명의 직원이 해고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상하이 기반 합작사 와이크레소프트(Wicresoft)는 지난 4월 중국 내 사업을 중단했다. 회사 측은 이를 “지정학적 변화와 국제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4월 양국 제품에 대해 각각 145%, 1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을 격화시켰다. 이후 영국 런던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양국이 협상을 진행, 베이징이 희토류 및 자석 제품 수출 재개를 약속하는 대신 워싱턴이 일부 대응 조치를 해제하는 합의 프레임워크를 도출한 바 있다.
이달 초 미국 정부는 지멘스, 시놉시스, 캐던스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출 제한을 해제했다.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도 중국 AI 기업에 H20 그래픽 처리장치(GPU) 판매 재개를 위한 라이선스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멱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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