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中 재정위기 실태…지방정부, 연금서 7조원 빼내 채무 상환

2025년 07월 02일 오전 11:08

감사당국 보고서, 교육·민생 예산으로 공무원 급여 지급하기도

중국 지방정부들이 국민연금 등 민생 재원을 대규모로 전용해 공무원 임금 지급이나 채무 상환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중국 정부 감사기관이 직접 이를 공개하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중국의 심각한 재정 위기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중국 회계 감사 기구인 심계서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 제출한 ‘2024년 중앙 예산 집행 및 기타 재정 수입·지출 감사 보고서’를 통해, 총 1325억 위안(약 27조 원)에 달하는 지방 특수 채권 운용 관련 문제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9개 성(省) 지방정부가 연금·교육·농업 보조금 등 각종 민생 예산을 무단으로 전용해 공공시설 건설, 부채 상환, 공무원 급여 지급 등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13개 성에서는 400억 위안(약 7조 5800억 원)이 넘는 연금을 정부 운영비와 부채 상환 등에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교육 예산을 허위 지출 처리해 정부 빚을 갚는 데 사용하거나 농업 지원금을 지방 공무원 임금 지급에 투입했다. 이로 인해 보조금을 최대 9년간 지급받지 못한 농가도 있었다.

중국 공산당(중공)은 그동안 민생을 지키기 위한 핵심 예산으로 ‘3보(三保)’ 예산(기초 민생비, 공무원 임금, 정부 필수 운영비)을 강조해 왔는데, 지방정부들은 이 자금을 그동안 자국민 노후를 위한 연금으로 충당해 왔음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시사평론가 왕허(王赫)는 RFA와의 인터뷰에서 “민생 자금의 전용은 중공 체제에서는 이제 상시적 관행”이라며 “감사원이 해마다 이런 문제를 적발하지만 별다른 후속 조치가 없어, 모든 것이 형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공은 수십 년간 국가를 통치해 왔지만, 여전히 공공 재정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며 “미국처럼 예산안이 의회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정부 기능이 중단되는 시스템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감사 대상 9개 성 가운데 상당수가 최근까지도 불법적인 ‘숨은 부채’를 계속 쌓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 국영기업을 동원해 정부 대신 빚을 지게 하거나, 심지어는 자선단체로부터 돈을 빌리는 편법까지 동원한 사례도 적발됐다.

푸젠성 진장(晋江)시는 2024년 9월 이후 도내 9개 자선기관으로부터 15억 위안을 차입해 정부 투자 프로젝트에 사용했다.

국유 투자 플랫폼을 통해 농촌 마을 주민이나 마을 단체 명의로 총 46억 위안의 대출을 모아 부채 상환에 사용한 지자체도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장부를 조작해 23억 위안의 정부 부채를 ‘허위 상환 처리’한 사실도 드러났다.

2024년 6월 말 기준으로, 중국 지방정부의 공식 채무는 42조 위안, 숨겨진 도시 투자채와 비공식 부채는 57조 위안에 달한다. 중앙 재정 부채 30조 위안까지 합하면, 총 국가 부채는 129조 위안으로, 2023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126조 위안을 초과하며, 사실상 국가 전체가 과잉 부채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국제 경고 기준인 GDP 대비 부채비율 60%를 두 배 이상 초과한 수치다.

중국 민간 금융 전문가 쉬전(徐真)은 “기업이라면 현금 흐름이 끊기면 곧 파산이다. 중공이 연금까지 건드리는 건 사실상 파산 직전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 악화로 세수는 줄어들고, 대신 각종 비세 수입으로 구멍을 메우려다 보니 결국 국민 주머니를 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민심 이반을 자초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정난이 심각해지자 중국 정부는 올해 초부터 ‘초장기 특별 국채’ 발행에 나서는가 하면, 지방정부의 ‘특별 채권’ 규모도 대폭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특별 채권이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왕허는 “지방의 특별채는 본래 수익성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상환해야 하지만, 대부분 적자 사업”이라며 “정부가 채권을 발행해 돈을 끌어와도 상당수가 엉뚱한 데로 전용되거나, 실제로 수익을 내지 못해 부채만 쌓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쉬전은 “이제 지방정부에 수익 낼 만한 프로젝트가 남아 있지 않다”며 “은행이나 금융기관들이 판매하는 30년, 50년짜리 초장기 국채나 특별채는 가능하면 개인이 사지 않는 게 좋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