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중국 지하은행, 멕시코 카르텔 마약자금 세탁 도맡아” WSJ

2025년 05월 16일 오전 11:54

美 당국 수년간 추적…위챗·가짜 여권 동원
각국 거주 중국인들이 조직원으로 활동

중국의 거대한 지하 금융조직이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자금세탁을 사실상 ‘도급’ 형태로 떠맡고 있다는 미 수사당국의 보고가 나왔다.

수수료는 저렴하고 수법은 치밀하며, 조직은 중국·미국·멕시코 3개국에 걸쳐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장문의 탐사보도를 통해, 미 사법당국이 수년간 추적한 결과 중국계 지하 금융망이 멕시코의 시날로아(Sinaloa) 카르텔 등 마약 조직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으며, 현금 세탁과 송금, 환전까지 조직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미 마약단속국(DEA)과 연방 수사기관들은 마약 거래 이후 생성된 막대한 현금이 어떻게 중국계 지하 금융조직으로 흘러 들어가고, 이후 다시 은행 계좌와 환전 경로를 통해 정식 자금처럼 위장되는지를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판 카톡인 위챗(WeChat) 광고, 교묘한 환율 차익 거래, 위조 여권, 심지어는 ‘생일 축하’ 문구가 적힌 가방까지 동원된 사실이 드러났다.

마약단속국 관계자는 “중국계 돈세탁 조직은 경쟁 세력보다 낮은 수수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실상 멕시코 마약 조직의 자금세탁을 독점하고 있다”며 “이들은 은밀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범죄 수익을 합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한 돈세탁 조직은 중국, 미국, 멕시코에 흩어져 거주하는 중국인들로 구성돼 있었다.

이들은 멕시코 카르텔로부터 할인된 가격에 달러 현금을 넘겨받고, 이를 다시 미국 내 중국인들에게 높은 가격에 되팔아 수익을 남겼다. 미국 내 수요자들은 대부분 자산 이동을 원하는 중국계 부유층이나 사업가들이었다.

수사팀에 따르면, 한 중국인 브로커는 위챗을 통해 “환전, 해외 송금, 저가 달러 매도” 광고를 게시했고, 고객은 지정된 장소에서 현금을 수령했다.

지난 2021년 1월 캘리포니아 다우니의 한 오피스 건물에서, 마약단속국 요원은 한 남성이 ‘생일을 축하합니다’라고 적힌 흰색 선물봉투에 22만6000달러가량의 현금을 넣어 중국인에게 전달하는 장면을 포착하기도 했다.

중국 지하 금융조직은 자국 자산가와 민영기업인들의 자금 해외 유출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수사 당국은 이들이 다수에게 소액을 분산시켜 해외로 반출하거나 현지 학생 및 자영업자를 동원해 미국 내 다수의 은행 계좌를 개설한 뒤 대량의 현금을 여러 계좌에 나눠 입금하고 곧바로 인출하는 수법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약단속국 뉴욕 지국은 “미국 은행 시스템도 이들의 주요한 활용 도구”라며 “중국계 세탁 조직은 수년간 은행 시스템의 허점을 효과적으로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는 위조 여권을 활용하거나, 실제 현지인을 포섭해 수십 개의 계좌를 운용하며 수사망을 피해 왔다”고 덧붙였다.

미 은행들은 매년 수천만 건의 의심스러운 거래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으나, 이 중 실질적인 수사로 이어지는 사례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 금융 당국은 더욱 엄격한 심사 기준을 도입한 상태다.

지하 금융조직은 은행 대신 기업체를 이용해 마약 자금을 카르텔에 환급하는 다양한 방법도 사용한다. 예컨대 중국 상품을 멕시코에 수출해 저가에 판매한 뒤 대금을 지급하거나, 위안화를 멕시코 페소로 환전한 후 송금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미 당국은 이러한 경로가 중국-멕시코-미국을 잇는 ‘범죄 금융 생태계’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보다 정밀하고 광범위한 단속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