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방산, 경제 발전의 강력한 엔진 역할”
“박정희 대통령 전략·정책 관련 문의 많아”
“중소기업, 기술혁신의 초석…정부 지원 필요”
“전 세계의 많은 전문가들은 K-방산을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한국형 방위산업으로 보고 있습니다.”
9월 26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한국 방위산업의 국가적 초석으로서의 역사적 부상’ 세미나에서 권반석(Peter Banseok Kwon) 박사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풀브라이트(Fullbright) 학자인 권반석 박사는 미국 올바니 뉴욕 주립대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 근대 정치사를 주로 연구한다는 권 교수는 지난 3월, 1970년대 한국 방위산업의 역사를 다룬 ‘Cornerstone of the nation(국가의 초석)’을 출간하기도 했다.
최근 K-방산의 수출 가속화와 함께 미국은 물론 유럽·남미·중동 등 전 세계적으로 K-방산의 위상이 높아지는 추세다.
권 교수는 “요즘 해외에서도 K-방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며 “특히 자원도 부족한 나라가 어떻게 이렇게 짧은 기간에 성공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세계 5위 군사력의 나라로 도약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1970년대 중화학공업과 같이 시작한 한국 방위산업이 불과 몇십 년 만에 최첨단 방산으로 성장한 이런 케이스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K-방산을 어떻게 지속해서 업그레이드할 것인지가 과제”라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한국이 세계 8대 무기 수출국 지위를 달성하고, 한화·현대·넥스트·LIG넥스원 같은 기업들이 세계 100대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은 대단한 성과”라며 “6·25 전쟁 이후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경제·산업 및 방위산업 발전을 이뤄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가적 비상 위기 상황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국가 자원을 총동원해서 독자적인 한국 방위산업을 발전시켜야 했다”면서 “이를 위해선 군수산업과 과학 인프라, R&D도 발전시켜야 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 과정에서 삼성·현대·한화·대우·기아 같은 기업들이 무기 산업에 동원됐고, 이 기업들은 방위산업과 HCI에 참여함으로써 실제로 다각화됐고, 오늘날 글로벌 수출 대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적으로도 박 전 대통령의 이러한 비전과 전략적 개입에 관심이 많다”는 권 교수는 “박정희 정권이 방위산업을 추진한 방식은 매우 독특한 구조”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대통령기록관에서 나온 자료들을 비롯해 기밀 해제된 대통령문서를 보면 박정희 대통령은 사실상 방위산업과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에 관여했다. 한마디로 ‘청와대 주도의 방위산업화’였기에 한국은 방위산업을 처음부터 매우 빠르게 추진할 수 있었고, 하향식 접근 방식을 통해 한국은 중화학 공업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박정희 대통령은 부국강병(富國强兵)이라는 이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경제 발전과 함께 안보·국방을 위해 무기 생산에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방위산업은 한국 경제 발전의 엔진으로서 매우 강력하게 통합될 수 있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당시 정부는 무기 기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 서울, 대전, 구미, 창원에 산업 연구 클러스터를 조성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이러한 한국형 R&D 모델로서의 정부 출연 연구소가 수십 곳 세워졌고, 이들은 기업 연구소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개발 역량을 키워 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 무기 전문 연구개발 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있다. ADD는 전 세계 무기 기술을 수집해 한국형 무기, 토종화 국산화 무기 생산뿐 아니라 ‘스핀오프’에도 크게 기여했다.”
‘스핀오프(Spin-off)’란 국방력 강화를 목적으로 개발된 기술이 민간 분야에 도입되는 것을 가리킨다. 방산에 선투자해 보유하게 된 첨단무기·장비 관련 정밀 제조기술, 품질관리시스템, 숙련된 인력은 민간 기업에 이전됐고, 기업들은 그 기술들을 통해 글로벌 수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게 권 교수의 설명이다.
권 교수는 “한국군이 단기간에 세계 5위의 강군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자주국방에 대한 의지”라며 “이는 어느 정권에서든 국방 기술 자립 및 방위산업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이어져 온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국영기업이 아닌 민간 기업을 육성해 현재 전 세계로 수출되는 K9·K2 전차, 다양한 미사일 시스템 같은 매우 강력한 무기를 개발했다”며 “국방과학연구소가 여전히 국방 R&D의 산실 역할을 하는 것 역시 한국 국방 생태계의 또 다른 성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박정희 대통령의 국방 정책은 연속적으로 계승돼 왔고, 이는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이라는 시대적 흐름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고 해석했다.
세미나 직후 기자와 만난 권 교수는 K-방산이 앞으로도 지속 성장하려면 정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국의 첨단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앞서가고 있다”고 진단한 뒤 “어떤 측면에선 중소기업이 기술 혁신의 초석 같은 존재”라고 했다. 그러면서 “1973년 ‘방위산업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방산 기업을 지원하고 보호했던 것처럼 중소기업이 글로벌 트렌드를 잘 따라가고 혁신적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5일 개막한 제6회 대한민국방위산업전에서는 국내외 방산기업들의 첨단 제품 전시와 더불어 K-방산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심도 있는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세미나에선 ‘미국 방산수출 전략 및 CMMC(사이버 보안 성숙도 모델 인증)’ ‘호주 방산정책 및 절차’ ‘인공지능(AI) 드론봇 전투발전’ 등의 주제가 다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