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중국 지방 방송국, 시청자 외면 속 2천곳 폐업 위기

2024년 08월 26일 오후 3:50

지도자 선전에 반일 드라마, 가짜 뉴스…“시청자 거의 0명”

중국 지방 방송국 2천 곳이 적자 운영으로 폐쇄 위기에 놓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중국 방송계 현실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대형 포탈 소후닷컴은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의 지방도시급 지역의 방송국 700곳이 폐쇄됐고 올해 상반기 2천 곳이 문을 닫을 처지에 놓일 정도로 방송계 재정난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지방 방송국의 재정난은 시청자들이 소셜미디어, OTT(인터넷 미디어 콘텐츠), 스트리밍 등으로 분산되면서 치열해진 경쟁을 버텨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분화·개인화된 시청자들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방 방송국 책임자인 이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의 중소도시급 지역의 방송국은 지역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하지만 앞으로 대도시 미만 중소도시급 지역의 방송국은 전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꼭 중국 방송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사람만 많고 성과는 없는 비효율적인 조직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한 지방 방송국에는 직원만 60명이 넘지만, 제대로 된 콘텐츠는 하나도 생산되지 않는다”며 “지역 뉴스 프로그램 하루 시청자는 0명”이라고 말했다. “회의를 해도 화면 구도가 어떻다는 등 영양가 없는 이야기만 나온다”고 했다.

관계자는 또한 “지방 방송국은 일종의 지방정부 산하 기관”이라며 “직원들은 하는 일 없이 괜찮은 급여가 보장됐고 쫓겨날 일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지방정부 재정이 악화되면서 방송국도 더는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지방 방송국이 정부 지원금에만 재정을 의존하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잃고 혁신 역량이 약화되는 사이, 광고주들은 시청자들이 몰리는 1인 미디어나 인플루언서들을 찾아 계약을 이전했다.

공산당 정권이 코로나19 기간 강력한 검열로 매체 보도를 억압하는 사이, 사명감과 카메라로 무장한 1인 미디어들은 전국 곳곳을 누비며 감춰진 사실을 드러내고 중요한 정보를 대중에게 알렸다.

기존 매체들이 재난 현장에서 당국의 구호품 전달이나 구조대원·의료인의 헌신을 부각하며 정작 주민들의 곤궁한 처지를 외면한 것과 달리, 재난 현장에서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한 것도 1인 미디어들의 공헌으로 평가된다.

해당 뉴스에는 13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다. 한 네티즌은 “누가 거짓말을 들으려 방송을 보겠는가”,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지린성 지방 방송은 모두 가짜약 광고를 내고 있어서 노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광고비에 양심을 판다”고 꼬집었다.

“지도자들을 위한 선전 방송”, “이런 지방 방송을 보면 10곳 중 8곳은 항상 반일 드라마를 튼다”, “대도시 지방 방송도 보는 사람이 별로 없다”, “차라리 공장에 가서 일을 하면 나라에 보탬이라도 되지”라는 반응도 있었다.

중국 평론가 리린은 “중국의 기존 매체들은 당국의 검열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내용이 천편일률적이고 주요 사건은 정부의 공식 발표를 통해서만 알려지기 때문에 주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