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바이든·트럼프 2024 대선 첫 토론…이민·낙태·경제 놓고 격돌

네이선 우스터, 제이컵 버그
2024년 06월 28일 오후 7:42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시각) 미국 CNN 방송이 주최한 첫 대선 TV토론회에서 다양한 이슈에 대해 저마다의 비전과 견해를 제시했다.

토론은 때때로 자기선전과 임시방편적 답변으로 흐르기도 했지만, 두 예비 후보는 이민에서 낙태에 이르기까지 주요 정책에 대해 공방을 주고받았다. 여론 조사 결과에서 접전으로 나타난 이번 선거를 앞두고 두 사람은 중도층 표심 공략에 전력을 기울였다.

낙태 문제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권을 개인의 권리로 보장한 50여 년 전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하려고 노력했다. 개인의 낙태권 보장을 폐기한 결정에 일정 부분 트럼프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해당 판례를 폐기하며 낙태권 보장 여부를 각 주의회에 맡겨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재선하더라도 낙태약 접근권을 원천 차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근친상간, 강간, 산모의 생명 보호 등 예외적인 경우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낙태권을 합법적 권리로 인정할 것인지, 불법 행위로 여길 것인지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주의회가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주에 따라 낙태가 불법인 곳도, 합법인 곳도 있다. 미국인들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해당 주로 이동할 수 있다.

이날 트럼프는 바이든이 임신 9개월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극단적인” 낙태법을 지지한다고 비판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임신 후기 낙태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국경문제·불법이민자…두 후보 모두 “강경 대응” 표명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두 국경 안보와 이민에 관한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바이든은 상원 공화당 의원들에 의해 저지된 자신의 이민법안에 대해 “미국 남부 국경을 통과하는 펜타닐을 탐지하는 장비 도입이 포함돼 있었다”며 “우리는 그 장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선 TV토론에 임하고 있다. 2024.6.27 | Madalina Vasiliu/The Epoch Times

트럼프는 바이든이 “국경을 열어 젖혔다”고 비난한 후 “임기가 끝날 무렵에서야 국경 문제에 있어 조금 더 강경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바이든의 이민 정책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를 늘리기 위한 정치 공학이라고 비판하고, 자신이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을 수행하겠다”는 공약을 재차 거론했다.

우크라이나·이스라엘 관련 외교 정책

바이든은 “오직 하마스”만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계속하려고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평화를 위한 자신의 3단계 제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다른 많은 국가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집권하고 있었다면 하마스의 공격 같은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기존 발언을 되풀이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서도 같은 입장을 내세웠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탈퇴하려 한다고 비난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휴전 조건을 받아들일 것인지 추궁했다. 푸틴은 러시아의 우크라 영토 영유권을 인정하고, 우크라의 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조건의 휴전을 제안했었다.

트럼프는 이에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고 일축하고 자신이 재선한다면 “취임식 전에 분쟁을 해결하겠다”고 호언했다.

지난 2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2024년 대선 TV토론회가 내부 화면을 통해 현장에 중계되고 있다. 2024.6.27 | Madalina Vasiliu/The Epoch Times

경제분야…바이드노믹스 VS 마가(MAGA)노믹스

전·현직 대통령인 두 후보는 각자 자신의 대통령 재임 기간에 거둔 경제적 성과를 내세웠다.

재임 기간, 모두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두 사람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경기 부양책을 놓고 격돌했다. 트럼프 행정부였던 2020년과 바이든 행정부였던 2021년에는 각각 2조2천억 달러, 1조9천억 달러의 경기 부양책이 통과된 바 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하락시킨 경제를 빠르게 회복시키며 일자리를 늘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는 팬데믹에 대응하느라 일자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생긴 기저효과라고 폄하했다. 또한 바이든이 늘린 일자리는 대부분 불법 이민자들에게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탈선하기 전까지 자신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든은 트럼프를 겨냥해 “대공황 이후 취임 때와 비교해 일자리가 줄어든 상태로 퇴임한 첫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2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2024년 대선 첫 TV토론회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 2024.6.27 | Madalina Vasiliu/The Epoch Times

바이든은 사회 보장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부유한 사람들이 공정한 몫을 지불하기 시작하도록 할 것”이라며 부자 증세를 시사하면서 연소득 40만 달러 미만 계층에는 세금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힘주어 약속했다.

트럼프는 관세를 늘리겠다는 자신의 공약과 관련 ‘물가 상승을 부추기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중국을 비롯해 수년간 우리를 갈취한 다른 많은 국가들에 많은 돈을 지불하도록 할 것”이라며 “미국의 적자를 엄청나게 줄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대선 불복 여부? 트럼프 “공정·합법적이라면 수용”

2021년 1월 6일 발생한 미국 의사당 폭동도 테이블에 올랐다.

트럼프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대통령 취임 선서를 위반했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에게 뭐라고 답할 것인지” 사회자의 질문을 받자, 직접 대답하는 대신 바이든의 백악관 입성이 결정된 1월 6일 이전까지 미국이 구가하고 있던 전성기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전 세계에서 존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같은 질문을 다시 받게 되자, 트럼프는 당시 시위대에게 “평화적이고 애국적으로 (의사당으로) 향할 것을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트럼프는 또한 “누가 이기든 2024년 대선 결과에 승복하겠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즉답을 회피했다가 거듭 같은 질문을 받자 “공정하고 합법적이며 좋은 선거가 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정치적 폭력은 용납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에도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2024년 대선 첫 TV토론이 열린 가운데, 기자들이 모인 프레스센터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대선 장면이 생중계 되고 있다. 2024.6.27 | Madalina Vasiliu/The Epoch Times

불리한 질문에 말 돌린 트럼프, 불안정한 모습 보인 바이든

이날 토론회에서는 두 후보 모두 실수를 범하거나 답변 도중 말을 돌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또한 불리한 질문이 나오면 회피하는 모습도 공통적이었다.

단상에 선 채 90분 동안 이어진 토론회에서 바이든은 목소리가 잠기거나 거친 소리를 내는 등 힘든 기색을 드러냈다.

특히 “우리가 마침내 메디케어를 이겼다(We finally beat Medicare)”는 바이든의 발언은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남겨졌다.

해당 발언의 앞뒤 문맥으로 볼 때 바이든은 당초 ‘코로나19를 이겼다’라고 말하려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일반 의료보험에 해당하는 “메디케어를 이겼다”고 말함으로써 사회자와 취재진,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 말을 들은 트럼프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그가 옳았다. 그는 메디케어를 이겼다. 그게 죽을 때까지 이겼다”고 맞장구치듯 응수했다.

토론이 끝난 후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이) 느린 출발”을 했다며 토론이 불리하게 진행됐음을 다소 인정하면서도 “나는 가장 중요한 선거 중 하나이자 우리 모두의 일생에 (영향을 줄 선택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한 번의 토론이 잘 되지 않았다고 중요한 선택을 결정짓지 말고 신중하게 생각해 줄 것을 요청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트럼프는 질문에 답하는 도중에도 말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내 추방 작전”을 시행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주제를 바꿔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참전 용사들과 군인들은 바이든 대통령을 참을 수 없다고 여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