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도로에 자국 외교관 차량 불법주차…中 네티즌 공분

강우찬
2024년 06월 19일 오전 11:08 업데이트: 2024년 06월 19일 오후 4:33

우주국 관리로 밝혀져…교통법규 위반 지적에 “외교면책” 주장

중국 베이징에서 한 여성이 불법 주차를 하고도 오만한 태도를 보여 네티즌의 공분을 일으켰다.

이 여성이 외교관 신분을 주장하면서 빚어진 불법 주차에 대한 분노는 공산당 특권층에 대한 비난으로 번지기도 했다.

지난 16일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차량번호 마지막이 ‘사(使)’자로 끝나는 외교관 번호판을 단 차량이 동네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워 교통체증을 일으킨다며 불평하는 영상이 게재됐다.

해당 영상을 보면 베이징의 한 아파트단지를 빠져나온 하얀색 승용차가 우회전으로 왕복 2차선 도로에 들어서려 했지만, 아파트단지 출구 가까운 곳 우측 차선에 검은색 고급 외제차가 주차돼 우회전에 애를 먹는다.

하얀색 승용차 운전자가 교통에 방해된다고 불평하자, 외교관 번호판을 단 차량의 운전자인 여성은 오히려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저리 가라”고 소리친 후 “대사관 차량이 뭔지 아느냐”, “외교면책이 뭔지 아느냐”고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한동안 말다툼을 벌였고, 승용차 운전자가 경찰에 신고 전화를 하는 사이 여성은 거친 소리를 퍼붓다가 남편에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운전석으로 돌아가도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승용차 운전자의 신고 전화를 받고 도착한 경찰의 모습과 함께 영상은 종료됐지만, 이후 중국 온라인에는 영상 속 여성의 모습과 외제차 번호판 등을 토대로 네티즌들이 찾아낸 여성의 신원 정보가 확산됐다.

이에 따르면 이 여성은 아시아태평양우주협력기구(APSCO) 비서장 겸 중국 국가우주국 국제협력부 부국장을 지낸 위모씨였다.

APSCO는 1992년 중국 정부가 베이징에 설립한 비영리 기구로 정부 간 조직이다. 현재 중국 외에도 방글라데시, 이란, 파키스탄 등 7개국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베이징의 APSCO 본부 청사를 직접 찾아가 해당 번호판을 단 차량이 주차된 모습을 사진으로 소셜미디어에 찍어 올렸고, 또 다른 네티즌들은 우주국 관계자 신분으로 각종 회의와 모임에 참석한 위 씨의 사진을 다수 찾아내기도 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중국인이 중국에서 외교적 면책특권을 누리고 있다”, “외교적 면책을 교통법규 위반에 이용하는 조직이 진지한 조직인가”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영상 속 상황을 볼 때 외교관 차량을 공무가 아닌 가족 나들이에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권만 누릴 뿐 일은 하지 않는다”, “역시 공산당 간부답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댓글도 달렸다.

중국 베이징의 아시아태평양우주협력기구(APSCO) 본부 청사(우), 문제의 불법주차 차량이 청사 주차장에 주차된 모습이 확인됐다. | 웨이보

중국은 공산주의 혁명을 내세우며 평등한 세상을 약속했으나, 수십 년이 흐른 지금은 공산당 간부 등 소수의 특권층이 수억 명에 달하는 빈곤층 위에 군림하는 사회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특권층이 자신들이 누리는 특권을 감추려 하지 않고 오히려 일반 계층을 깔보는 행태로 공분을 사는 일이 빈번하다.

앞서 지난달에는 쓰촨성 청두의 한 노년 여성이 농민공(농촌지역에서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이 자신의 고급 승용차를 훔쳤다고 거짓 고발한 뒤 거리에서 “내 아들이 시장이다”라고 소리치며 해당 노동자를 구타해 논란이 됐다.

이 사건으로 그녀의 SUV를 수천 명의 시민이 둘러싸는 등 대중의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당국은 그녀와 그녀의 차량을 보호하기 위해 수십 명의 경찰관을 파견했다.

지난해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한 노년 남성이 고속철 앞좌석 등받이를 발로 차며 앞좌석 승객에게 “내가 은퇴만 안 했으면 넌 감옥에 갔을 것”이라고 위협하는 영상이 확산되며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