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문한답] 북한이 오물 풍선 보낸 이유와 정부의 대응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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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2024년 06월 18일 오후 5:39 업데이트: 2024년 06월 18일 오후 5:39

북한이 보낸 오물 풍선…정부의 대응 방안은 무엇일까요?

답변_고성균 전 육군훈련소장
육군사관학교 제38기 졸업·임관 후 육군훈련소장, 육사 훈육관, 생도대장, 교장을 지냈다. 2016년 예편 후 2018~2021년 숙명여대 안보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북한은 왜 갑자기 오물 풍선을 날려 보냈을까요?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부터 아버지 김정일까지 이어왔던 통일정책 흔적을 교과서에서 지우는 등 남한을 통일 대상이 아닌 ‘제1의 적대국’으로 규정했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의 나쁜 경제 상황으로 주민들의 불만이 큰데, 거기에 더해 남한 문화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은 북한이 주도하는 통일은커녕 북한이 오히려 내부로부터 붕괴할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에 남한 문화 유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남한을 상종해서는 안 되는 주적화하고 있는 것이죠.”

-K-문화의 확산을 우려하는 건가요?

“사실 북한 정권은 오래전부터 남한 문화의 북한 유입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북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소위 ‘K-문화’는 북한의 사상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 정도로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021년 ‘청년교양보장법’을 제정했으나 그 효과는 알 수 없었죠.”

“작년 1월엔 ‘평양문화어보호법’까지 채택했는데요. 이 법 제1조에는 ‘괴뢰 말투를 쓰는 현상을 근원적으로 없애고 비규범적인 언어요소를 배격하며 온 사회에 사회주의적 언어생활 기풍을 확립해 평양문화어를 보호하고 적극 살려 나가는데 이바지한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여기서 괴뢰 말투는 남한 말투를 뜻합니다. 이 법과 함께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일상생활을 통제하는 ‘3대 악법’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만큼 남한 문화가 유입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뜻인가요.

“3대 악법이 만들어진 것은 오로지 남한의 문화 유입 때문입니다. 북한은 대북 전단이나 대북 확성기 방송을 남한 문화 유입의 주요 경로로 인식하고 있는데, 대북 전단 금지법 위헌 결정 이후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가 재개되자 큰 위협을 느끼고 이를 차단하기 위한 절박한 심정으로 오물 풍선을 살포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 우리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하자 북한은 혹 떼려다 혹 하나 더 붙이는 꼴이 된 거죠.”

“2020년 6월 4일, 김여정은 북한 노동신문을 통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16일 북한은 실제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요. 이에 당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부랴부랴 서둘러 일명 ‘김여정 하명법’이라고도 불리던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그해 12월 국회에서 통과시켰습니다. 개성공단 폭파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대북전단이 북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강한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대북전단이 실제로 북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일부 언론이나 정치인들은 살포한 대북전단 상당수가 북한으로 가지 못하고 남한 지역에 떨어지고 북한의 실상을 알린다는 내용으로는 북한 체제를 붕괴시킬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대북 전단은 대부분 북한으로 가고 극히 일부만 남한 지역에 떨어집니다. 많은 탈북민이 대북 전단을 보고 북한의 잘못된 점과 남한의 실상을 알게 됐고 그것이 탈북에 영향을 미쳤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전단의 내용은 북한 주민의 사상을 흔드는 데 충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북 전단에는 주로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주로 ‘수령의 아들이 수령이 되는 나라는 세상의 우리밖에 없다’, ‘핵실험하고 미사일 쏴대면 쌀이 나오냐’라는 등 김씨 왕조의 세습 정치와 김정은 정권의 핵 개발을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과 한국의 발전상에 관한 내용 등이 담겨있습니다. 이런 내용은 북한 주민에게 사상적으로 많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데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덕분에 북한은 잠시 대북 전단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죠.”

“그런데 지난해 9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났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남한 문화 유입으로 북한 주민들의 사상이 흔들리는 등 내부적으로 혼란해 남한과의 단절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탈북민 단체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재개한 것은 북한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라 판단하고 대북 전단 살포를 자신들의 ‘사상과 제도를 헐뜯는 정치 선동 오물’이라고 비난하면서 남쪽으로 오물 풍선 1610여 개를 날려 보낸 겁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의 위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에 미치는 영향은 대북 전단보다 더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오물풍선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로 중단됐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하자 북한은 오물 풍선 보내는 것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우리에게 비대칭전력입니다. 반대로 북한에는 우리의 대북 확성기 방송이 비대칭전력으로 오히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그 이상일 것입니다.”

“북한은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리면 통상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가장 먼저 요구했는데, 이는 대북 확성기 방송의 효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대단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북한이 우리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예민하게 반응해 확성기에 포격까지 하는 것은 그만큼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 체제 붕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오물 풍선 대응 관련해 강력한 힘보다는 상호 긴장을 낮추기 위한 남북 대화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9·19 군사합의를 체결하는 등 온갖 노력을 했지만, 결국 돌아온 건 북한의 핵, 미사일 실험과 우리 대통령을 향한 막말뿐이었습니다. 이러한 대응으로는 언젠가 우리가 위험에 처했다는 상황을 알지도 못한 채 치명적인 결과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역대 우리 정부는 이런저런 이유로 북한의 각종 도발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했고, 그 결과가 이번과 같은 전혀 상상할 수도 없는 오물풍선 살포 사건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수많은 도발을 통해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학습효과에 기반을 두고 항상 갑의 위치에서 남북 관계를 이끌고 가려는 의도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통상 북한의 의도와 그에 동조하는 일부 여론에 따라, 2015년 목함지뢰 사건 시 포격전 등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 강경한 대응보다는 북한의 정치적 의도에 끌려다니며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대응을 해왔습니다.”

-우리 정부의 오물 풍선 대응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오물 풍선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우리는 내부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접경지 주민들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로 농사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지사는 “경기도는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에 단호히 대처하면서 도민 안전을 지키겠습니다. 전단 살포 예상 지역의 특사경 출동은 바로 즉각 할 수 있도록…”라며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강하게 대응하기 위해 결정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서도 바람, 습도 등과 같은 변수가 많아 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든지 대북 확성기의 성능이 베일에 가려 과장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대북 확성기 방송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극구 반대하는 것을 생각하면 어불성설입니다.”

“또한 오물 풍선을 비무장지대에서 떨어뜨려야 했었다는 둥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도 북한이 오물풍선에 생화학무기를 실어 보내는 단 1%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등 오물풍선에 대한 대응을 전반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입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는 낫다’라고 말한 우리 정치인이 있습니다. 영국 수상 체임벌린이 더러운 평화를 선택했었지만, 그 결과는 참담한 제2차 세계대전이었죠. 북한의 도발 위협에 끌려다니며 얻는 가짜 평화는 궁극적으로 우리를 더 비참하게 만들 뿐입니다.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우리는 이를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정부는 이런 자세로 빈틈없는 대북 대비 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김정은의 선의에 기대는 가짜 평화가 아니라, ‘힘에 의한 진짜 평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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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선진화재단 한선브리프 통권30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