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조직, 공자학원 등 각국에 감시망
중국 본토 부모에게는 ‘자녀 감독’ 요구
세계 최대 규모의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중국공산당은 외국에 있는 자국 학생들이 정치적·사회적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해 10월부터 그해 12월까지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북미와 유럽 8개국에 있는 중국인 유학생 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면담을 실시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중국 정권의 보복을 우려해 정치적 활동에 참여하거나 중국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을 주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의 중국 담당자인 사라 브룩스는 지난 9일(현지 시각) 에포크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와 만난 학생들은 중국공산당의 표적이 되어 위협이나 협박을 받은 경험을 털어놨다. 이번에 발표한 보고서는 그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험과 사례들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학생들이 자기 검열에 빠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 캠퍼스에서 두려움을 느끼다(On My Campus, I am Afraid)’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실명과 소속 대학 등을 밝히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 중 한 명인 로완(가명)은 과거 외국에서 열린 ‘톈안먼 사태 추모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녀는 행사에 참석한 지 몇 시간 만에 중국에 있는 아버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중국 공안당국이 나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알렸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외국에 있는 당신의 딸이 중국의 평판을 해치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도록 교육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사건과 관련해 로완은 “세계 어느 국가에 있든, 우리는 중국 당국의 감시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미 국가의 대학원생인 에단(가명)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며 “중국에 있는 가족이 괴롭힘을 당하진 않을지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한 학생 32명 중 10명은 “중국에 있는 가족이 당국으로부터 경제적 불이익, 괴롭힘, 위협 등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중국공산당 관리들은 학생의 부모에게 “자녀에 대한 재정 지원을 끊으라”며 협박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공산당이 ‘저렴한 중국어 교육’을 내세워 세계 각국에 설립한 공자학원 역시 이러한 중국인 유학생 감시활동의 거점이 되고 있다.
공포 분위기
사라 브룩스는 “2019년부터 벌어진 홍콩의 반정부 시위,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항의한 중국의 대규모 시위 등으로 인해 중국과 홍콩 젊은이들이 인권 운동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맞서 중국 당국은 시위 진압과 단속, 감시 등 통제 시스템을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 14명은 “행사장에서 누군가가 나를 몰래 촬영하거나 녹음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6명은 “중국 당국의 보복을 우려해 정치, 사회 또는 인권 문제와 관련한 행사에 일절 참석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전체 중 절반 이상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이용할 때 중국 당국의 감시를 의식해 자기 검열을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보고서는 “이런 공포 분위기는 학생들의 학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국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민감한 분야’의 전공이나 연구 주제를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는 중국공산당이 주도하는 초국가적 탄압이 북미와 유럽 국가에 있는 학생에게로까지 뻗어 나간 결과”라고 전했다.
초국가적 탄압
국제앰네스티는 학생들이 중국을 떠나기 전, ‘해외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교육을 받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보고서는 “이런 교육은 중국 당국이 직접 실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이 이에 가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사라 브룩스는 “이 보고서는 학생들을 겨냥하는 중국 당국의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중국의 초국가적 탄압을 근절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실태 파악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고 피해자들이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대학 측도 초국가적 탄압에 관한 정책 및 행동강령 등을 마련하고, 감시의 표적이 된 학생에게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는 등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중국공산당은 해외에 있는 학생과 학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초국가적 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