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이 성장 둔화와 과잉 생산 압력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으며, 그 결과 중국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이런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529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가 인용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 상황이 불확실해지고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유럽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데 점점 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 대신 인도나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눈을 돌려 투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EU 상공회의소의 옌스 에스켈룬드 회장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유럽 기업들이 경기 회복의 혜택을 누릴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점점 더 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중국에서 사업이나 투자를 축소하는 유럽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몇 년간 중국공산당은 안보 관련 규제를 강화해 왔다. 여기에는 데이터 전송과 관련한 규제가 담긴 개인정보 보호법, 데이터 보안법, 사이버 보안법 등이 포함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법적 규제가 중국 내 외국 기업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당국이 규제를 강화할수록, 중국 시장의 투자 매력도는 점점 더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특정 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제한, 지식재산권 보호조치 미흡 등도 중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주중 미국 상공회의소도 지난 2월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 고조, 불공정 관행 등으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활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비슷한 우려를 표명했다.
당시 미국 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중 55%가 중국의 비즈니스 과제 중 하나로 ‘경기 둔화’를 꼽았다. 이 수치는 전년보다 19%p 증가한 것이다.
또한 전체 중 58%는 “시장 접근성 악화, 규제 장벽으로 인해 비즈니스 기회를 놓쳤다”고 답했다. 44%는 향후 2년간의 수익성에 대해 “비관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중국이 최우선 투자 대상국”이라고 답한 비율은 15%에 그쳤다. 이는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탈출
EU 상공회의소는 “지난해 중국을 떠날 것이라고 밝힌 회원사의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유럽 기업들이 다른 시장으로 떠나는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 당국은 기업들에 더 높은 수준의 신뢰성, 예측 가능성,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켈룬드 회장은 “중국 정부가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메시지를 자주 보내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국 기업,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