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백서 달러 뭉치’ 세관 적발 소식에…中 ‘부자 탈출’ 논란 가열

강우찬
2024년 03월 13일 오후 12:40 업데이트: 2024년 03월 13일 오후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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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투자은행 전문가 “작년 여행객 유출규모만 200조원 추산”

중국에서 규정된 한도 이상의 달러를 소지하고 출국하려던 여성이 적발된 사건을 두고 중국 온라인이 시끄럽다.

웨이보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경제 침체 속에서 돈을 들고 해외로 빠져나가려는 사람에 대한 논쟁이 네티즌 사이에서 펼쳐졌다. ‘왜 내 돈을 가지고 나갈 수 없냐’는 불만 섞인 댓글도 이어졌다.

지난 11일 중국 해관(세관) 당국은 웨이보 공식계정을 통해 광둥성 주하이에서 미화 25만 달러(약 3억2천만원)를 들고 출국하려던 여성 샤(夏)모씨를 적발해 규정에 따라 벌금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샤씨는 지난 4일 오후 10시 50분쯤 주하이와 마카오 사이의 궁베이 통상구에서 ‘미신고 통로’를 통해 출국하려다 세관 직원에게 붙잡혔다. 그녀의 핸드백과 재킷 주머니에는 달러 뭉치 총 25만 달러와 중국 위안화 180만 위안(약 3억 2천만원)이 들어 있었다.

주하이는 마카오와 인접한 도시이며, 궁베이 통상구는 중국 본토와 마카오 사이에 설치된 중국의 대표적인 국경 통상 지구다.

중국 네티즌 “중산층 달러 유출은 흔한 일”

이 소식은 중국 검색 엔진의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오르며 네티즌의 관심을 받았다. 다수 중국인들은 “내 돈을 가지고 나가는데 왜 벌금을 내냐”는 반응을 보였다.

몇몇은 자신이 해외 유학 갈 때 경험을 언급하며 “유학 시절, 친구들이 현금을 몰래 가지고 나가는 일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외환관리법에 따라 출국 시 소지할 수 있는 현금 한도를 위안화 2만 위안(약 365만원), 달러 5천 달러(약 650만원)로 제한하고 있다. 그 이상의 달러를 소지하고 출국하려면 금액에 따라 외환거래은행이나 지역 외환관리국에서 발급하는 현금휴대증이 있어야 한다.

당국이 전반적으로 달러 유출을 막으려는 정책 기조를 보이고 있어 현금휴대증을 발급받기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현금휴대증 없이 5천 달러 이상을 가지고 출국하려다가 적발되면, 초과 금액의 30%에서 최대 500%까지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휴대한 금액에 따라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한 네티즌은 “경기가 침체하고 위안화 환율이 하락하면서 부자들이 갖가지 방법으로 현금을 해외로 몰래 빼돌려 부동산을 구매하고 있다”며 “지인을 통해 돈을 빼돌리는 경우도 많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부 현지 언론은 지난 2월 중순 유럽에서 귀국한 샤씨가 귀국 전에, 유럽에 머물고 있는 지인의 부탁을 받아 현금을 유출하려 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 매체 “中 부유층, 달러 유출에 업체·알바 고용”

호주 매체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지난해 11월 특집기사에서 “중국 정부의 민간 기업 단속, 지정학적 긴장, 공산당의 ‘공동부유’ 정책 추진으로 중국 부유층은 물론 중산층까지 패닉에 빠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인 이민자들이 선호하는 거주지인 시드니의 상황을 언급한 후 “중국의 부자들이 친분 관계가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거액의 현금을 기꺼이 맡기며 자산을 해외로 밀반출하고 있다”며 중국인 여성 피비(가명·32)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만난 한 부유층에게서 ‘100만 위안(약 1억8천만원)을 해외로 옮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에 따르면, 그녀는 먼저 부유층의 지시에 따라 현금을 중국의 송금 서비스 업체에 입금했고 몇 시간 후 자신의 홍콩 계좌를 통해 10여 명으로부터 소액으로 쪼개진 돈을 입금받았다. 그중 1건은 현금입출금기(ATM)를 통해 2천 달러(약 262만원)가 입금되는 식이었다.

홍콩은 중국 본토 자금이 해외 빠져나가는 관문 역할을 한다. 피비는 “홍콩은 자유가 없어졌지만 여전히 돈만 있으면 해외 어디로든 나갈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중국 본토의 한 자산 관리업체 임원이었던 량샤오화(梁少華) 변호사는 에포크타임스에 “사실 현금을 직접 들고 홍콩으로 건너가는 것은 가장 무식한 방법”이라며 “중국 본토에서 현금을 해외로 빼돌리는 방법은 매우 많다”고 말했다.

량 변호사는 “돈이 아주 많은 이들은 아예 차량으로 홍콩까지 현금을 운송하거나 금을 이용한다”며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부패한 공무원들이 봐주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세관에서 모든 차량을 검사하는 것은 아니며, 심부름꾼 10~20명을 통해 현금을 옮긴 뒤 홍콩에서 달러로 환전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소지한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 외국에 보관하는 것도 흔한 방식이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게리 응은 2023년에 이런 방식으로 홍콩을 빠져나간 금액을 1500억 달러(약 196조원)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