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팬데믹 대비” WHO, 조약 체결 주장…“권력 남용” 우려도

잭 필립스
2024년 02월 20일 오후 6:33 업데이트: 2024년 02월 20일 오후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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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를 이끄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질병 X’의 대유행은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며 글로벌 팬데믹 조약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질병 X’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가상의 신종 감염병을 일컫는 용어로, WHO는 이에 대비하기 위해 글로벌 팬데믹 조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지난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2024 세계정부정상회의(WGS)’에서 “코로나19와 같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대한 WHO의 이전 예측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로 수많은 이가 목숨을 잃고 세계 각국에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피해가 발생한 것을 목격했다. 지금도 그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다”며 “그런데도 여전히 국제사회는 ‘다음 팬데믹’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나 코로나19 바이러스, 또는 ‘질병 X’로 인해 다시 한번 팬데믹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그는 ‘다음 팬데믹’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나 예측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가상의 신종 감염병인 ‘질병 X’에 이어 ‘질병 Y’, ‘질병 Z’ 등이 잇따라 발생해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식의 경고 메시지만 되풀이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질병 X’에 대해 경고하며 글로벌 팬데믹 조약에 서명할 것을 각국 정부에 촉구했다.

당시 그는 “팬데믹 조약은 우리가 직면한 모든 도전과 그로부터 얻은 해결책을 하나로 모을 수 있도록 한다”며 “우리가 더 나은 방식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력 남용 우려

일부 전문가들은 “글로벌 팬데믹 조약이 체결될 경우, WHO에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될 위험이 있다. 이는 권력 남용으로 이어져 WHO가 우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WHO가 특정 국가를 봉쇄하거나 이동을 제한하고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낭설이자 음모론”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미국의 인권 법률단체인 국제자유수호연맹은 “우리는 WHO가 주도하는 글로벌 팬데믹 조약이 인권과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 없이는 자유로운 사회가 있을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하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이런 조치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도 지난해 “WHO의 팬데믹 조약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조약 초안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중국과 같이 감염병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은폐할 경우 어떤 조치를 내릴지에 대해 명시돼 있지 않다”며 “이 부분이 빠진다면 결국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