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하위 20% 통보’에 갈등 고조…‘친명vs비명’ 내분 심화

황효정
2024년 02월 20일 오후 5:19 업데이트: 2024년 02월 20일 오후 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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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오는 4·10 총선 공천과 관련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을 통보하면서 민주당 내에서 반발이 잇따르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진통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비명계(비이재명계) 등 비주류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며 내분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20일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이 대표는 민주당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 사안과 관련 “훌륭한 인물들로 공천관리위원회가 잘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우리 당은 국민의힘과 다르게 이미 1년 전에 정해진 시스템, 특별 당규, 당헌에 따라 공천이 공정하게 진행된다”고 강조하면서 “평가 결과에 대해 모두가 만족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본인은 동의하지 못하는 평가에 대해 당연히 불평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들께서는 새로운 정치를 바라시고 공천 과정에서 변화를 바라신다. 혁신이라는 게 언어, 의미가 가지는 것처럼 정말 가죽을 벗기는 고통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하위 20% 명단에 비명계가 대거 포함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제가 아끼는 분들도 많이 포함된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저는 명단이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른다. 공관위에서 공정하게 잘하실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국회의원이 지난 18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은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 공약을 지키라”고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번 총선 공천에서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이하 해당자에게는 경선 득표를 감산하는 현역 페널티 규정을 도입했다. 현역 국회부의장이기도 한 민주당 김영주 의원(4선·서울 영등포갑)과 박용진 의원(재선·서울 강북을) 등이 하위 평가 명단에 포함됐다.

비명계로 이번 총선 공천을 두고 친명(친이재명)계 정봉주 당 교육연수원장 등과 경쟁 중인 박 의원은 이날 “어제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10%에 포함되었음을 통보받았다”며 “당이 정해 놓은 절차에 따라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오늘의 이 치욕을 공개하는 이유는 민주당이 지금 어떤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는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많은 분이 경각심을 갖길 바라기 때문”이라면서 “비록 손발이 다 묶인 경선이지만 당에 남아 승리해 누가 진짜 민주당을 사랑하는지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를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단 한 번도 권력에 줄 서지 않았고 계파정치, 패거리 정치에 몸을 맡기지 않았다. 그래서 아시는 것처럼 많은 고초를 겪었다”고 목소리를 높인 박 의원은 “오늘의 이 모욕적인 일도 그 연장선에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힘을 가진 누구 한 사람에게만 충성하고 그를 지키겠다는 정치는 정작 국민에게 충성하고, 국민의 삶을 지키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는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고 친명계를 저격, “(저는) 그런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전날인 19일 김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하위 평가 대상에 선정된 데 반발하며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김 의원은 “지난 4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시민단체, 언론으로부터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될 만큼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런데 대체 어떤 근거로 하위에 평가됐는지, 정량평가 점수를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과 마찬가지로 김 의원 또한 “저는 친명도 아니고 반명(반이재명)도 아니다. 그런 저를 반명으로 낙인찍었고 이번 공천에서 떨어뜨리기 위한 명분으로 평가점수가 만들어졌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저에 대한 하위 20% 통보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는 가장 적나라하고 상징적인 사례”라며 “민주당이 잘되기를 바라지만 이재명을 지키지는 않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의원 평가는) 철저한 비공개와 독립적 기구, 공정한 과정들이 있었다”며 “누구를 타깃으로 해서 어떤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점수를 올리거나 내리거나 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